n번방 가해자들 중형 선고 가능할까...국민 눈 높이에 맞을지 의문

▲ 'n번방'의 박사로 알려진 조주빈씨가 포토라인에 섰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 윤 기자 | ‘n번방’ 사건으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박사’의 신상이 지난 23일 SBS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박사 조주빈은 25일 오전 8시 종로경찰서 ‘포토라인’에서 “악마 같은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며 사실상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 핵심 가해자들도 포토라인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찰은 지난 24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주빈의 얼굴 사진, 나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이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었던 법적근거는 성폭력처벌법 제25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 제25조에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공개를 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도 명시돼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조주빈 같은 경우에는 아직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으로 피고인은 아니다. 포토라인에 세울 수 있는 사람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피의자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와치맨 전모씨는 38세의 회사원이다. n번방의 창시자로 통하는 갓갓의 매니저나 하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사이트 중심으로 이뤄졌던 불법 성착취 영상의 유통 체계를 텔레그램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와치맨은 현재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앞서 지난 19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부장판사 박민) 심리로 열린 이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와치맨’ 전모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전 씨는 12차례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갓갓에게 n번방을 물려받고 지난해 10월 음란 사이트 운영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n번방 운영 혐의로 지난 2월 추가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와치맨 같은 경우 이미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에 ‘포토라인’ 은 불가능하다. 특히 형사규정상 검찰청 내 포토라인 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에 와치맨의 얼굴을 언론을 통해 알릴 수 있는 방도는 없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갓갓은 아직 수사기관에 잡히지 않았다. 잡힐 경우 조주빈처럼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n번방 가해자들에 대한 중형 선고는 가능할까? 아직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법무부가 지난 24일 n번방 가담자 전원에 대한 엄정 수사를 검찰에 지시했다. 법무부는 국제형사사법공조는 물론, 범죄수익 환수에 집중하며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전날 대검찰청으로부터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참모진 10여명이 심야 회의를 열고 이같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이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미온적인 대응이 불러온 참사라고 판단, 처벌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중대범죄 법정형을 상향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범행이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 조직죄'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또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 성범죄 특별법 등 'n번방' 사건 재발방지 법안의 국회 통과 지원과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범정부차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해 종합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n번방 가해자들에 대해 중형을 구형한다고 해도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기소처분하고 징역 5~7년을 구형하면 국민적 분노가 더 커질 것”이라며 “‘솜방망이’처벌이 아니냐며 목소리만 커질 뿐이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박사와 갓갓 같은 경우 무기징역까지 구형할 수 있지만 성범죄에 보수적인 법조계가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특히 초범이나 관련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면 대부분 감형된다. 핵심 가해자들에 대해 검찰은 징역 5~7년을 구형하고 관람자 또는 가해자들은 징역 1~2년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적 분노가 풀릴 수 있도록 검찰에 지시해놓은 상황이다. 국제 수사기관과 공조하거나 여러 방도를 통해 사건을 풀어나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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