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럭시언팩2020. (사진=삼성전자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폐렴) 사태로 전 산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스마트폰 시장 역시 직격탄을 맞으며 그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당장 지난달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역대 최고 감소율을 기록했고 주요 업체들은 생산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으며 신제품 출시 일정도 안갯속에 빠졌다. 여기에 5G(5세대 이동통신) 등 주요 신사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26일 스마트폰 업계와 외신, 시장조사업체 등의 소식을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병한 코로나19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된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확진자 발생 및 경기침체 우려로 생산과 수요가 동시에 추락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6180만대로 전년동기(9920만대) 대비 38% 감소했다. 이는 스마트폰 출하량 집계 이래 최고 감소율로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

 

 

지난달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는 코로나19가 아시아 지역으로 본격 확산되며 생산·소비가 한 번에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닐 모스톤 SA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공급과 수요가 급락한 가운데 아시아 시장이 전반적인 약세를 면치 못했고, 전 세계 나머지 지역의 성장도 둔화됐다”며 “세계 스마트폰 역사상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제조사별로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1820만대로 전체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 다만 1월보다 190만대 줄었다.

 

 

중국 매출 비중이 큰 회사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애플은 지난달 1020만대, 샤오미는 지난달 600만대로 각각 전월 대비 580만대, 400만대 감소했다. 화웨이는 지난달 550만대를 출하했는데, 전월(1220만대) 대비 670만대 줄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아시아를 거쳐 유럽, 북미 지역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스마트폰 시장이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점은 예견됐던 일이다.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애플의 경우 분기 실적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또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이어졌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덮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상황에 스마트폰 업체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직 3월 출하량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쉽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안팎의 중론이다. 최악의 경우로 코로나19가 올해 안에 종식되지 않으면 전례 없는 스마트폰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 화웨이. (사진=뉴시스 제공)


가장 심각한 건 스마트폰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중국은 현재 확진자와 사망자가 진정세로 돌아서며 멈췄던 공장들이 생산을 재개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유럽이나 미국, 인도 등으로 옮겨갔다.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생산 공장 폐쇄가 이 지역들에서 되풀이된다면 전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점점 탈출구를 찾기 힘들어진다.

 

 

실제 인도 정부는 지난 25일 3주 동안 ‘전국 봉쇄령’을 내렸다. 모디 총리는 연설을 통해 “앞으로 21일 동안 집을 떠날 생각은 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은 위기에 봉착했다. 인도에는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스마트폰 생산 공장이 있는데, 지난 23일부터 인도 정부 지침에 따라 25일까지 가동을 중단했지만, 모디 총리의 조치로 폐쇄 기간이 연장된 것이다. 삼성전자 인도 공장의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은 약 1억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체 생산량 중 3분의 1을 차지한다. LG전자도 인도에 있는 생산 공장을 일시적으로 멈추기로 했다.

 

 

또 코로나19로 주요 업체들의 신제품 흥행도 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20 출시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며 판매량이 전작 대비 70%대에 그치고 있다.

 

 

당초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갤럭시S20 시리즈의 올해 출하량이 40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포인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출하량 전망치 수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출하량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애플. (사진=뉴시스 제공)


애플의 경우 외신 보도를 통해 아이폰9, 아이폰12 등 신제품 출시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이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지고, 제품 개발·생산이 지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6월 예정으로 알려진 아이폰9의 출시 일정은 사실상 연기 쪽에 무게가 실린다. 매년 6월 초 열리는 애플 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코로나19로 행사마저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아이폰12 출시 일정마저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애플이 내부 회의를 가지고 아이폰12 출시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으며 이르면 한두달, 늦으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의 주요 생산국인 중국의 공급망이 붕괴된 탓이다.

 

 

특히 애플은 코로나19로 5G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이번 아이폰12가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애플을 제외한 삼성전자, 화웨이, 샤오미 등 주요 글로벌 업체들은 지난해 이미 5G 스마트폰을 상용화했다.

 

 

애플이 예정대로 오는 9월에 5G 스마트폰을 내놓는다고 해도 경쟁사들과 격차가 1년 벌어진 상황인데, 아이폰12 출시까지 미뤄지면 2년에 가까운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정통한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은 늦어도 5월경에는 전 세계의 유동적인 상황을 주시하면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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