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여파로 불안한 경기하강 우려

-“경제여건 악화 속 기대심리만 높아져”-
-“기대감 무너지면 상황 더 악화될수도”-

서울 도봉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가명·남·36)씨는 최근 가게를 접을지 고민 중에 있다.

지난 2006년 겨울, 7년여 간의 직장생활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며 모은 돈 6000만원으로 시작한 치킨집은 어느덧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는데, 최근 원재료 값은 오르고 판매량은 줄어들어 운영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닭 값부터 시작해 밀가루, 식용유 등 원재료 값이 계속 오르고 배달 오토바이에 넣을 기름값도 너무 올라 지난 12월부터 가격을 1000원 올렸는데 파는 양이 확 줄어들었다”며 “와이프랑 하루 종일 매달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이젠 그만 접어야 할까보다”고 하소연했다.

◆상반된 경기전망, 막연한 기대감 반영=

최근 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식료품 가격 등이 들썩이면서 이에 따른 각종 서비스 요금과 교육비 등도 덩달아 치솟는 모양새다. 달러가치마저 오르면서 수입 물가도 자극하고 있다. 특히 나날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원부자재와 중간재 가격의 상승은 물가의 연쇄 상승마저 부추기는 양상이다.

이렇게 연일 오르고 있는 물가에 서민들의 시름만 날로 깊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08년 1분기 소비자태도조사'에 따르면 1분기 소비자태도지수는 51.1로 지난해 4분기의 53.4보다 2.3포인트 낮았다. 이는 2006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10가구 중 9.9가구가 물가상승을 피부로 느끼고 있고, 이미 가계지출을 줄인 가구도 4.4가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심리 악화 등 경기불안과 침체로 이어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태도지수는 현재 및 미래의 생활형편, 경기, 내구재 구입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지수로 기준치인 50을 상회할 경우 소비자들의 현재 경기판단 및 향후 경기에 대한 예상이 긍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이번 소비자태도지수는 모든 소득계층에서 하락했다. 이중 중간소득 계층의 하락폭이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미래경기예상지수는 상승했다. 소비와 관련한 현재소비지출지수는 전분기대비 4.2포인트 하락한 47.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이후 4분기만의 하락이며 기준치를 밑돌았다.

반면, 소비자물가가 4%대에 근접할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1월 소비심리는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기대지수는 전월보다 1.9포인트 상승한 105.9를 기록했다.

기대지수가 100을 넘어선 것은 소비자들이 향후 6개월 후의 경기·생활형편 및 소비에 대해 현재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100만원 미만 소득계층은 2002년 8월 103.5를 기록한 뒤 처음으로 기준치 100에 진입했다.

다른 소득계층 역시 전월대비 상승했지만, 4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의 기대지수는 109.5로 0.5포인트 하락해 대조를 이뤘다. 모든 연령대에서 기대심리가 개선됐다. 특히 50~60대 등 고령층의 지수 상승폭이 두드러졌으며, 60대의 기대지수는 106.2로 전월대비 5.2포인트 상승했다.

새 정부 출범 기대감과 연초 효과로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생활형편 등에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기대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자기대지수의 상승세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심리 및 신년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고유가, 고물가 및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주가하락 등으로 소비자평가지수는 전월 대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살리는 구체적 방안 절실=

이렇듯 상반된 조사결과는 국민들 사이에도 경기전망에 큰 편차가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관계자의 말처럼 실제 경기흐름과 달리 새 정부에 거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소비심리가 좋아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런 막연한 기대감은 그 기대가 무너졌을 때 자칫 더 큰 실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실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장으로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경제마저 위축되고 있어 앞으로 두 자릿수 수출성장세도 장담키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이미 두 달째 무역수지는 적자를 내고 있다.

한 민간경제단체 연구원은 “최근 우리 경제는 견실한 생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금융시장 불안 및 높은 물가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의 물가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런 가운데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합당과 탈당, 공천심사 등과 관련한 잡음이 쏟아져 나오고, 정부는 숭례문 화재로 드러난 무사안일주의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은 오랜 불황에 시달리며 새 정부의 출범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들에게 물가안정과 경기를 살리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국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것이고 소비심리는 더욱 얼어붙어 연쇄적인 악영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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