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의 임대 안내문이 붙은 상가의 모습. (자료사진=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올 2분기 국내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폐렴) 여파로 국내 소비와 생산은 물론, 글로벌 수요까지 직격탄을 맞으면서 내수·수출기업의 경기 전망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2분기 제조업체의 BSI는 지난 1분기보다 18포인트 하락한 57로 나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의 55에 근접한 수치로 낙폭 역시 이 때(-24p) 이후 최대치다.

대한상의 BSI는 100이상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이하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감염병 확산에 따른 매출 감소와 생산 차질이 자금 회수를 차단해 기업을 극심한 자금 압박에 몰아넣는 실물-금융 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미국·유럽 등지에서 감염병이 급속도로 퍼지는 등 장기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체감경기의 반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느끼는 피해는 수치로도 입증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활동에 피해를 입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71.3%가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내수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70.3%)’,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수출 감소(30.1%)’, ‘중국산 부품·자재조달 어려움(29.4%)’, ‘방역물품 부족(29.4%)’, ‘자금 경색(24.0%)’, ‘물류·통관 문제(14.5%)’ 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작년 1분기 실적 대비 올해 1분기 매출액 감소폭’에 대한 예상은 평균 22%로 집계됐다. ‘과거 경제위기와 비교한 산업현장의 피해 정도’에 대해서는 ‘IMF 외환위기 때와 유사(41.4%)하거나 더 크다(35.6%)’는 응답이 ‘더 적다’(23.0%)는 답변보다, ‘금융위기 때와 유사(41.8%)하거나 더 크다(41.4%)’는 응답이 ‘더 적다’(16.8%)는 답변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체감경기전망은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2분기 수출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63으로 전분기보다 25포인트 하락했으며, 내수부문은 56으로 15포인트 떨어졌다.

지역별 체감경기는 전국의 모든 지역이 기준치를 밑돌았다. 특히, 코로나19로 2월 관광객이 40% 넘게 감소하는 등의 피해를 입은 ‘제주(43)’와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이 높은 ‘충남(43)’,‘대구(50)’, ‘경북(51)’등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감염병 피해가 큰 대구·경북지역에 밀집한 ‘섬유·의류(45)’, ‘자동차·부품(51)’, ‘기계(59)’부문을 중심으로 모든 업종의 체감경기가 기준치를 밑돌았다.

대한상의 코로나19 대책반장을 맡고 있는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코로나의 경제적 충격이 大-中企, 내수-수출, 금융-실물에 관계없이 매우 광범위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상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일시적 자금경색으로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일선 창구에서의 자금 집행 모니터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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