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인한 노선 운휴와 감편으로 여객기가 활용되지 못하고 공항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비용 절감뿐 아니라 국내 수출입 기업 지원을 위해 운휴 중인 노선을 대상으로 여객기에 화물만 실어 운항한다고 지난달 15일 밝혔다. (자료사진=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폐렴)로 전 세계 경제가 패닉 상태에 빠진 가운데,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항공 운송망 훼손으로 최대위기를 맞은 항공업계와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6일 “GDP(국내총생산) 대비 수출비중이 44%로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에 있어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이미 우리 수출 성적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감률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부터 증가율이 연속으로 하락해 작년에는 10년 만에 가장 큰 수출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경연은 이와 같은 한국의 수출상황을 최근 몇 년간 세계 보호무역주의의 심화, 미중 무역분쟁의 간접 피해, 지난해 7월 한일 갈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수출 위축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항공화물운송 산업 타격까지 겹치면서 한국 수출은 설상가상에 놓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생산 공장들의 셧다운과 더불어 생산품을 수송하는 여객기․화물기 운항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기업들은 여객기 벨리 카고(Belly Cargo)1) 급감으로 인한 운임료 인상, 운송 지연 증가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형국이다. 벨리 카고는 여객기에서 손님의 짐을 싣고 나서 남는 공간에 싣는 화물이다.

한국의 경우 화물량의 약 4~50%를 벨리 카고로 운송해 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고부가가치 제품들은 항공운송 이용이 많아 10대 수출품이 대부분 고부가가치 산업군인 한국수출에 더 치명적이다.

글로벌 물류회사 ‘어질리티 로지스틱스’에 따르면 한국발(發) 항공화물의 경우 여객기 운항 축소로 화물적재량이 도착지 기준 거의 모든 노선에서 90-100% 가량 감소했고, 화물기운항 축소로 인해서는 50-60% 이상이 감소했다. 이는 베트남의 경우 화물기 화물적재량 감소가 중국행·일본행이 1~10%, 유럽행이 30~40% 가량만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뿐만 아니라 공항 내 화물적체(Backlog)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한국이 중국에 이어 코로나19 유행시기가 빨랐던 만큼 조기에 광범위한 입국제한조치(총 181개 국가·지역)가 이뤄진 탓에 화물운송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화물 운송 축소에 따라 국제 화물 운임료는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한국만큼 항공기 발이 묶인 중국의 경우 3월 30일 화물운송료 지수 TAC Index 기준 하이-북미 항공화물 요금이 2월 마지막 주에 비해 117% 가까이 올라 이 지수가 생긴 2016년 이후 최고가인 kg당 6.59달러까지 치솟았다.

전경련은 “지금과 같은 위기로 인한 공급망 문제 발생시 선박이나 육상보다 오히려 빠른 항공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화물운송 공급의 조기 해결 없이는 운임료의 지속적 상승이 불가피해 결국 우리 수출기업의 부담가중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수출 난맥 해소와 항공 운송망 정상화를 위해서는 입국제한조치 해제와 함께 당장 줄도산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의 항공업 및 항공화물 지원 방안에 따르면 대만의 경우 全항공사를 대상으로 한화 2조2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투입하고, 독일은 자국 항공사에 대해 무한대 금융지원을 발표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방책이 마련됐다.

우리 정부 역시 저비용항공사(LCC) 대상 3000억 원 규모의 긴급융자와 항공사 대상 각종 비용감면 및 납부유예 등의 대책을 발표했으나, 전경련은 현재 업계가 실감하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보다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 가량이 이동금지 상태이며,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항공․화물 업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됨에 따라 전경련은 지난달 세계경제단체(GBC), 미상의(US Chamber) 등과 긴급하게 항공화물·운수업계 관련 협력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추산 2015년 18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메르스 사태 당시 경제 피해규모가 약 2조3000억 원으로,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만 메르스에 비해 50배가 넘는 상황에서 그 경제적 여파가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

전경련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항공화물 정상화와 함께, 우리 수출을 견인하는 5대 품목(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및 항공업계에 대한 금융/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수출로 경제성장을 이끈 한국경제에게 현재의 상황은 유래 없는 위기”라며 “3월 수출 감소율이 전년동기 대비 –0.2%에 그치며 선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2019년 수출이 이미 저조했기 때문에 낙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경제의 대동맥인 수출이 코로나19 사태로 고꾸라지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기업, 물류기업, 특히 항공업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현재 기업에 대한 각종 금융지원과 고용유지 지원 등 우리 정부의 지원책도 환영할 만하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며 “특히 수출을 뒷받침하는 항공업계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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