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 윤 기자 | 금융당국 간의 갈등이 여전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동안 잠잠했던 외환파생상품 사태인 키코(KIKO) 사태를 두고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키코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 회피를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이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키코 피해 기업들의 손해는 약 3조 원으로 추정된다.

6일 <이투데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키코 사태에 대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결과가 나오기 전 키코 공대위와의 면담에서 윤석헌 금감원장과 대조적인 입장을 전했다.

은 위원장은 당시 키코 공대위 측에 배상이 아닌 사실상 ‘손실 보존’ 보상안이 어떠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코 공대위는 이에 금융당국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배상과 보상은 법적으로 차이가 크다. 배상은 불법 행위가 있었을 때의 용어고 보상은 불법이 아닌 행위에 의해 특정인에게 재산상 손실을 갚는 것을 의미한다. 은 위원장이 배상 판단을 내리면 은행 측은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

은행 측은 불법성이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불법 행위를 했다고 결론이 난다면 기업 이미지 실추를 비롯해 금감원 분조위에서 논의되지 않은 147개 기업에 배상해야 한다.

금융업계에서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배상안에 대해 거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신한·대구·하나은행은 ‘배임 가능성’ 때문에 손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상에 의한 배임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경영진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법률 검토를 통해 배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배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달 이사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해 이사회를 개최하지 못했고, 대구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이사회를 개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내부적으로 검토할 것이 남아있다는 입장이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자율조정 배상 규모는 각각 400억 원대로 추정된다.

키코 공대위는 이 같은 세 은행의 배상안 거부 의사는 시간 끌기라고 비판한다. 특히 키코 배상으로 주주가 회사의 손실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현실성이 없는 얘기고 법률적 검토 결과 키코가 불완전판매라는 것이 인정된다면 배임으로 볼 수 없다. 은행들의 시간끌기가 오히려 키코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늘(6일)이 데드라인이다. 세 은행들 중에서 키코 배상안 수락 여부 기한 연장을 요청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금감원 분조위는 권고할 수 있는 기구일 뿐 은행들에 어떠한 것도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원장과 은 위원장의 ‘갈등 논란’은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지난해 9월 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갈등설을 의식한 듯 “(윤 원장과는) 이번주에 만날 것”이라고 공개했다.

관료 출신인 은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금융산업의 육성에 무게를 둔 반면 민간 학자 출신인 윤 원장은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입장을 강조해왔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