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국 포브스 2000 기업 시가총액.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중소기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 업종의 영업이익률이 글로벌 평균 대비 절반 수준이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의 시가총액은 경쟁사의 5분의 1에 머물렀다.
글로벌 기업 배출을 위해서는 기업들에 활력을 불어넣어줘야 하는데, 정부가 규제·노동·세제 등 ‘3대 개혁’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2019년 포브스 글로벌 2000대 기업(이하 포브스 2000)’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포브스 2000에 포함된 국내기업 업종 23개 중 업종별 영업이익률이 해외기업 평균보다 높은 업종은 4개에 불과했다.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글로벌 대기업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대표 제조업 6개 업종(반도체·자동차·전자제품·조선·철강·화학)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5.4%로, 같은 업종 해외기업 영업이익률(9.4%)의 반토막 수준이다.

유틸리티(-0.9%), 백화점·할인마트(-0.8%), 항공서비스(-1.5%) 업종에서는 영업이익 마이너스를 기록해 양(+)의 영업이익을 낸 해외기업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한경연은 “에너지, 유통·항공 분야는 물론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서도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신산업 진출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도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포브스 2000의 총 57개 업종 중 국내 기업이 포함된 업종 23개는 전체의 40%에 불과했으며, 미국(55개), 일본(45개), 중국(43개)의 절반 수준으로 업종 다양성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과 비교해보면 국내 주요기업의 활동 반경이 약 8년간 정체된 것으로 분석됐다. 2011년(6개사) 대비 1개사가 늘어났고 업종 수는 2011년(23개) 당시 그대로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먹거리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대비 IT·항공우주·의료·헬스케어 등 8대 신성장 업종에서 포브스 2000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이들 중 우리 기업이 포함된 업종은 3개, 해당 기업 수는 5개사 뿐이었다.

국내 기업의 시가총액 또한 글로벌 기업에 크게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포브스 2000에 포함된 우리나라 기업 수는(62개사)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지만, 시가총액 합계는 8579억 달러로 12위에 그쳐 우리나라 기업의 절대 규모는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프랑스(57개사, 1조8000억 달러)나 독일(53개사, 1조5000억 달러) 등 주요국에 비해 포브스 2000에 이름을 올린 기업 수는 많지만 시가총액 규모는 이들 국가의 절반 수준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격차는 더욱 극명히 드러났다. 우리나라 기업 중 시가총액 500위 안에 포함되는 기업은 단 3개사에 불과해 포브스 2000 기업을 50개 이상 배출한 상위 9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보다 포브스 2000 기업 수가 적은 국가 중 500대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프랑스(21개)의 7분의 1, 두 번째로 적게 보유한 인도(12개)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은 동종 업계 세계 1위 기업에 비해 규모가 크게 작았다.

지난해 한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2742억 달러)는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9613억 달러)의 28.3%로 조사됐다. 또 자동차 업계 1위인 현대자동차(312억 달러)의 시가총액도 일본 토요타(1766억 달러)의 17.7% 수준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주력 제조업의 수익성이 낮고 신산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배출하지 못해 세계무대에서 뒤처져 있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쳐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규제, 노동, 세제의 3대 개혁에 나서 기업의 활력을 제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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