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 (자료사진=뉴시스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 오후 6시 정각. 한 회사의 팀 막내직원이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를 본 팀장은 “선배들도 다 남아있는데 퇴근하면 되겠나”라고 말한다. 막내직원은 마지못해 않으며 “일과시간에 내가 맡은 일을 다 했으니 칼퇴각(정시퇴근할 상황)이었다”며 “근무시간은 6시까지고 이후는 당연히 내 시간”이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막내직원과 팀장은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직장은 10명 중 6명은 ‘세대차이’를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중에서도 연령이 높은 윗세대로 갈수록 세대차이를 많이 체감하고 있었다. ‘세대변화’가 주요인으로 꼽히는 세대갈등을 직장내에서 슬기롭게 풀려면 조직의 체질 자체를 ‘가족 같은 회사’에서 ‘프로팀’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발표한 ‘한국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애들’과 ‘꼰대’ 간 갈등을 세대별 특징과 갈등 상황, 원인분석을 통해 진단하고 조직관리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30개 대‧중견기업에 소속된 직장인 약 1만3000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기초로 세대별 심층면접(FGI)을 거쳐 작성됐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직장인 63.9%가 세대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30대의 체감도가 각 52.9%, 62.7%인 반면 40·50대는 각 69.4%, 67.3%로 윗세대로 갈수록 세대차이를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이와 달리 ‘세대차이가 업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20·30대는 41.3%, 52.3%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40대․50대는 38.3%, 30.7%만이 긍정해 아랫세대일수록 세대차이로 인한 애로를 크게 느끼고 있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상명하복식 수직적 업무방식과 소통관행 탓에 세대차이로 인한 애로가 아랫직급에 몰리는 것”이라며 “윗세대 입장에서는 단순한 세대차이라 여기는 일도 아랫세대 입장에서는 세대갈등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태조사에서 ‘성과를 위해 야근은 어쩔 수 없다’는 항목에 대해 40대와 50대는 긍정응답 비율이 각 35.5%, 42.8%였다. 반면 20대․30대는 26.9%, 27.2%만이 긍정해 큰 차이를 보였다.

실태조사 결과 ‘팀 빌딩 활동’에 대해서는 40·50세대뿐 만 아니라 20·30세대도 대체로 필요성에 공감했다. 눈에 띄는 점은 20·30세대뿐만 아니라 40·50세대 역시 ‘회식 만족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면접에서 윗세대는 “회식은 상견례와 같아서 재미없지만 소통 위해 필요한 계륵”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아랫세대는 “‘의전의 연속’인 회식으로 어떻게 소통이 되냐”며 소통은 일과시간에 하면 충분하다고 반응을 보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윗세대도 회식을 재미없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소통에는 밥 한 끼, 술 한 잔’이라는 회식(會食)의 껍데기에 의의를 두기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회동(會同)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직장 내 세대갈등의 표면적 원인으로 세대 변화를 꼽았다.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밀레니얼세대가 사회에 진출해 지금의 20·30세대를 형성하면서 집단주의 성향이 약해지고 개인주의 성향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세대별 성향 차이로 인해 윗세대는 2030을 ‘요즘 애들’로 보게 되고, 아랫세대가 볼 때 4050은 ‘꼰대’로 비춰져 개인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조직구조 진단을 통해 세대갈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근본 원인은 낮은 조직 경쟁력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직장인들은 본인이 속한 조직 경쟁력을 합리성(44점), 역동성(44점), 공정성(24점), 개방성(20점), 자율성(39점)의 모든 세부영역에서 낮게 평가했다. 세대별 편차 역시 크지 않았다.

대한상의 보고서는 세대갈등을 넘어서려면 피상적인 리더십 교육이 아니라 조직의 체질을 ‘가족 같은 회사’에서 ‘프로팀 같은 회사’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프로팀의 운영 공식인 ‘선수가 팀을 위해 뛸 때, 팀은 선수가 원하는 것을 준다’는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프로팀’ 같은 기업문화를 도입하기 위한 방안으로 ‘5R’을 제시했다. △가치 있는 헌신(Re-establish) △상호존중(Respect) △성과와 결과(Result) △보상과 인정(Reward) △훈련과 성장(Reboot) 등을 기업문화로 정립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대한상의 박준 기업문화팀장은 “조직의 지향점을 ‘프로팀’처럼 하면 리더는 ‘프로팀 코치’와 같은 역량을 갖추려 할 것이고, 팔로워는 ‘프로 선수’와 같이 팀에 공헌해 인정받으려 할 것”이라며 “좋은 조직이란 결국 일하기 좋으면서도 경쟁력이 있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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