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유부녀와 바람핀 한 중국 대학생이 네티즌들의 집요한 추적끝에 자신 뿐 아니라 가족, 친구들까지 집단 괴롭힘을 당하면서 결국 학교를 떠났다.
중국의 이번 사이버 폭력은 `마녀사냥'에 익숙한 한국의 인터넷 문화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중국 마녀사냥은 지난 4월12일 부인의 외도를 의심한 중국의 한 네티즌이 아내와 정부(情夫) 사이에 오간 5천자짜리 채팅 내용을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서 시작됐다고 홍콩 빈과일보(Apple Daily)가 9일 전했다.
이 남자는 "아내의 외도는 영화속의 일인줄만 알았는데...한심하고도 어리석다"며 ID가 퉁쉬(銅鬚)인 대학생을 자신의 부인과 정을 통한 `간부(姦夫)'로 지목했다.
곧바로 중국 각 인터넷 사이트에선 퉁쉬를 비난하는 네티즌의 궐기가 이어지면서 경찰에 퉁쉬를 체포,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하고 퉁쉬의 행적을 추적하자는 운동으로 이어졌다.
수백명의 네티즌이 "키보드를 무기삼아 간부의 머리를 내리치자"는 구호하에 구성한 `전투단(戰團)'은 곧바로 수백만명으로 늘어나 퉁쉬의 실제 이름과 주소, 전화, 소속 대학, 가족 및 친구 명단이 낱낱이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다른 사이트에선 퉁쉬에 대한 `강호추살령(江湖追殺令)'이 내려져 기업, 학교, 상점이 퉁쉬와 그의 친구, 소속 학교를 `왕따'시키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퉁쉬와 가족, 친구, 학교에는 "바람피는 사람은 묻힐 땅도 없게 하겠다"는 협박,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참다못한 퉁쉬는 이윽고 사태 일주일만에 자신은 스캔들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네티즌들이 다시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괴롭히지 말 것을 요청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퉁쉬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네티즌의 사이버 폭력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퉁쉬는 강요에 못이겨 학교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집밖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퉁쉬의 모친은 "누가 내 아이를 구해줄 수 있겠느냐. 누가 우리를 구해주겠느냐"며 절규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 등 해외 언론은 퉁쉬 사건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이번 사건이 중국 네티즌의 폭도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키보드를 무기로 삼는 중국 폭도'라는 제목하에 중국 네티즌이 개인 사생활, 개인감정, 생활방식 등 개인 권리를 침해하는데 무감각하다고 비판했다.
중국 CCTV가 이를 인터넷 폭력이라고 나무라자 네티즌들은 오히려 "CCTV가 부정한 난봉꾼을 편들고 있다"며 비난하는 글로 도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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