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이 8일 미국의 제약회사 머크가 개발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가다실'에 대해 공식 판매승인 결정을 내렸다.
암 자체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 시판허가를 받은 것은 전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제약계와 의료계에서는 그동안 인류의 가장 큰 난치 질환으로 여겨져 온 암도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자궁경부암처럼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에이즈 등의 질환도 예방백신 개발이 가능하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가다실의 판매승인을 계기로 자궁경부암이 무엇인지와 가다실의 효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 자궁경부암이란 = 자궁경부암의 90%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Human Papillomavirus)가 원인이다. 하지만 사실상 전세계 자궁경부암 검체의 100%에서 발암성 HPV DNA가 발견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관관계는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게 의료계의 분석이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현재까지 밝혀진 HPV 유형은 모두 200가지 이상이나 되지만 대부분은 무해하고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약 40종의 HPV가 성 접촉을 통해 생식기 점막을 감염시키는데 이들은 발암성(oncogenic) 또는 양성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성 유형은 15가지가 있다.
HPV에 감염된 여성은 100만명당 약 10%에서 자궁경부의 형성이상(dysplasia)이라고 알려진 전암성의 자궁경부 세포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 이들 여성 중 약 8%는 자궁경부 세포의 바깥층에 국한된 초기 암으로 발전될 수 있으며 이들 여성 중 1천600명은 침습적 자궁경부암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자궁경부암이 성생활이 문란한 여성에게만 발생하는 질병은 아니다. HPV 바이러스는 성 접촉이 한 번이라도 있은 여성이라면 80%는 일생에 한 번쯤은 감염될 만큼 흔하다. 즉 금욕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궁경부암의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HPV는 반드시 성교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생식기의 단순한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때문에 콘돔으로는 자궁경부암을 완벽하게 예방하지 못한다는 게 의료계의 정설이다
이와 함께 HPV 바이러스는 수직 감염되기 때문에 출생시 감염된 산모로부터 감염되기도 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매년 50만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단 받는다.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의 80% 이상은 개발도상국가들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영국 등 자궁경부암 선별검사(screening)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국가들에서도 매년 수천 명의 여성들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
의료계에서는 자궁경부암 예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자궁경부암의 연간 신규 발생건수가 100만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정기적인 암 검진 실시로 인해 유병률이 감소하긴 했지만 한 해에 4천여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서구 선진국에 비해 아직까지 발생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여성 10만 명당 4.5명 정도가 매년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2001년 대한산부인과학회와 국립암센터가 공동으로 마련한 권고안에 따르면 성 경험이 있거나 만 20세 이상인 모든 여성은 매년 1차례씩 자궁경부암 정기검진을 받도록 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보통 30대부터 위험도가 증가하기 시작, 30~40대 연령의 환자가 전체 자궁경부암의 36.1%를 차지한다.
현재 정부에서는 의료급여수급자의 경우 30세 이상의 모든 여성, 건강보험가입자의 경우는 30세 이상의 건강검진 대상자 중 희망자 모두에게, 2년 간격으로 무료 자궁경부암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 `가다실' 어떤 약인가 = FDA 자료에 따르면 가다실은 자궁경부암의 70%를 일으키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의 두 가지 변종(HPV-16, HPV-18)과 성병의 일종인 콘디로마(genital warts)를 일으키는 또 다른 변종 두 가지 등 모두 4가지 HPV변종에 효과가 있다.
머크사는 9-26세의 여성들이 이 백신을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 연령대의 소녀들에게 투여했을 때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머크사가 FDA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HPV변종에 감염되지 않은 미국과 12개국의 16-26세 여성 1만559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절반에게만 6개월에 걸쳐 3차례 가다실을 투여하고 2년 동안 이들을 지켜보았다.
이 결과 가다실 그룹에서는 한 명도 두 가지 HPV변종과 관련된 자궁경부암이나 전암성(前癌性) 병변이 나타나지 않은 데 비해 대조군에서는 21명이 두 가지 HPV변종과 연관된 자궁경부암 초기로 진단됐다.
HPV16과 18이 아닌 다른 HPV변종에 의해 전암성 병변이 나타난 여성도 소수 있었었다고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한 머크 사의 백신개발임상실장 엘리어브 바 박사는 밝혔다.
바 박사는 이 백신을 한 번만 맞은 여성은 예방효과가 97%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백신이라면 사람들이 첫 번 접종 후 추가접종은 빼먹거나 뒤로 미루는 경우가 흔히 있는 만큼 가다실의 "실질 효과"는 이 정도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다실은 또 여성 성병의 일종인 콘딜롬의 90%를 일으키는 다른 HPV변종 감염위험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머크사의 설명이다.
엘리어브 바 박사는 "성적 접촉에 의한 HPV감염 위험이 시작되기 전인 15세이하 소녀들에게 투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백신은 6개월에 걸쳐 3차례 투여하게 되어 있는데 비용이 300~500달러로 만만치 않아 백신의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회사측은 이 약을 수주 내 시판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감염 전에만 예방효과가 있기 때문에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접종해야 한다.
또 효과 지속기간은 아직 불분명하며,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모든 HPV 변종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접종 여성들도 계속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27세 이상의 여성과 남성들에 대해서도 이 백신의 시험이 진행중이다.
강남성모병원 박종섭 교수는 "가다실은 암 자체를 차단하기 위한 최초의 암 백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미국에서는 처음 성관계가 이뤄지는 12~15세 여성을 예방백신 적정연령으로 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보다 높은 연령대에 백신접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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