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슬픈 졸업식이 됐지만 태호를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15일 오후 로스앤젤레스 북동쪽 클레어몬트 시내에 위치한 클레어몬트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졸업식은 지난 12일 친구를 구하려다 험한 파도에 휩쓸려 세상을 달리한 고(故) 이태호군을 기리는 엄숙한 추모의 장이었다.
의사를 꿈꾸며 대학 진학이 확정된 가운데 졸업식을 불과 사흘 앞두고 친구 대신 저 세상으로 간 태호군의 어머니와 그 친척들, 그리고 4년간 캠퍼스에서 고락을 함께 했던 520여 친구와 가족들은 의롭게 숨진 그의 넋을 한마음으로 기렸다.
척박한 세상에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 이군의 소식은 미 주류 사회에서도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켰기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KCAL과 ABC방송 등 언론들도 취재에 열을 올렸다.
브라이언트 오버그 학생자치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는 오늘의 졸업식에 한 친구와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하게 돼 슬프다"면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아끼지 않은 태호를 영원히 기억하자"고 말했다.
이어 참사 현장을 지켰던 박진석(18)군과 중국계 여자 친구 주디 왕(18)양이 태호군이 즐겨 불렀던 R.켈리(R. Kelly)의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I Believe I Can Fly)'를 불러 주위를 숙연케 했고 태호군의 넋인 양 비둘기 떼들이 날아오르자 어머니 박경희씨는 한없이 눈물을 쏟았다.
캐리 앨런(62) 교장은 전날 학생들이 세차 작업 등을 통해 모으고 교직원들이 보탠 5천 달러의 성금을 박씨에게 전달했고 졸업장과 우등상 등 2가지 상장도 유족들에게 전해졌다.
졸업생들이 하나씩 자신들의 이름이 불리는 것에 맞춰 연단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박씨는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고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다"면서 "그런데 제 아들이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을 던졌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호군을 10살때 입양해 함께 살아왔던 이모부 이강복(47)씨는 "자신의 고통을 좀처럼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긍정적으로 살아왔고 늘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애써왔는데 이런 일을 당했다"며 아쉬워했다.
절친한 친구였던 박진석군은 "태호군의 가정 형편이 어려워 모금활동을 폈지만 5천 달러를 모으는데 그쳤다"며 "장례식은 다음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이 될텐데, 그 사이에 독지가가 나타나 장례에 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박군 가족의 연락처는 ☎909-267-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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