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처음 연애’ 펴낸 김종광 작가

'야살쟁이록'으로 인기를 끌었던 김종광 작가가 이번에는 청소년용 소설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청소년에 해당하는 나이의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지난 50여년 간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다.

'옴니버스 소설'로 구성된 이 소설책 '처음 연애'는, 50년대, 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의 피끓는 청소년 남녀들이 등장해 풋풋한 연애담을 편다. 그러나 연애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각 시대별의 특성과 코드, 아픔도 같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로운 책은 아니다. 작가는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통해 우리 현대사를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작가는 자신을 공자가 말하는 '괴력난신'에 비유하며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깃꾼'이 되고싶다고 말했다.

-'처음 연애'에서 12가지의 다양한 이야기를 쓰는데 그 소재는 어디서 얻었나, 혹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소재가 있는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경험담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예전에 한번은 아버님께서 얻어맞았던 것을 소재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글쎄 나는 '사랑의 매'처럼 부모님의 사랑을 빗대어 말한 것 뿐 인데 아버님은 내심 마음에 걸리셨는지 어머님께 서운하다는 말을 하셨다고 그런다.

이번 책도 부모님께 보내드리긴 했는데 어떤 반응이 나오실지 대충 예상은 간다. (웃음) 내 신간이 나오면 내 주위 사람들은 늘 긴장하곤 한다. 아! 이번 소설의 배경이 되는 청라면은 내가 어릴적 살던 '대천'이다.


-이번에는 독특하게 책의 타겟이 1318 청소년이다. 특별히 그렇게 한 이유라도 있나?
▲늘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특히 학생의 부모님들에게 아쉬움이 많다. 항상 '반듯하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적인 내용이 담긴 책만 본 어린이들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레 책을 멀리한다. 그래서 누구든지 책에는 늘 정직한 내용만이 담겨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책으로 멀어진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끊임없는 지식 함양을 하지만 결국 '사유' 능력은 떨어지고 만다. 그래서 난 정직만을 강요하는 책이 아닌 아이들에게 '사유'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책에 중간중간 '전태일'이라던가 '4.19'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어? 전태일이 누구지?'라고 궁금해 하고 전태일을 알아가고 그 시대의 배경을 배워가길 원한다. 이것이 내가 정말 원하고 바라는 것이다. 음......아이들을 '계몽'하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하하 너무 거만한 걸까?

-그럼 일제강점기부터 2002 월드컵까지 우리나라의 시대의 흐름과 이야기를 연결시킨것도 그러한 의도에서 비롯된 건가?
▲그렇다. 내 책을 통해 과거 우리나라의 시대의 배경을 알게되고, 그것이 결국 역사 공부와 결부 되기를 바란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것들이 만약 궁금하면 그 키워드들을 검색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장치를 깔아놨다.

-결국 미끼를 던지신 셈인가?
▲그런 셈이다(웃음). 단순히 웃고 즐기다가 책장을 덮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궁금해 하고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원했던 거다.

- 전공이 문예 창작과인데 꿈이 원래 작가였나?
▲중학교 때부터 꿈이 작가였다. 이외수 씨의 '들개'를 보고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중 3부터 소설가가 꿈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럼 습작도 학창시절부터 했나?
▲연습은 고등학교 때 25편정도 썼고, 제대로 된 습작은 제대를 하고 24살부터 썼다.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다른 작가분들에 비해 경력이 화려하다. 특히 초반부터 주목을 받았는데?
▲그렇다. 문예공모전에도 당선이 되고 신동엽창작상도 받았다. 나는 이대로만 가면 노벨문학상도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웃음) 농담이고, 나는 작가로서 시작이 좋은 편이라 생각했다.

-다작을 하는 편이신가?
▲그렇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치 죄를 짓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항상 쓰려고 노력한다.

-소재가 떨어지면 어떻게 슬럼프를 해결하나?
▲끊임없이 생각하고 이야기를 지어낸다. 예전에 2년 정도 회사에 다니고 회사를 마치고 글을 쓰려고 했는데 정말 안 써져서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소설가로서 능력에 회의감이 느껴지거나, 이 길이 아니라는 회의감이 든 적은 없었는가? 혹은 다른 길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적은?
▲제가 워낙 재주가 없다 보니 다른 길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심각하게 해 본 적이 없다. 잠시 회사를 다녀 보려고 기웃거려 본 적도 있지만, 하다못해 운전면허도 없다는 점 등등 재주가 워낙 없었다(웃음). 그래서 지금도 전업 작가다. 다만 상도 많이 받아 본 편이고, 등단 기회도 좋았고,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 풍족히 버는 편이라 감사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작가로 남고 싶다. 소위 '대박'을 꿈꾸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자께서 말씀하신 괴력난신처럼 살고 싶다. 그저 교훈적이기만 한 이야기나, '귀여니' 소설류처럼 그저 읽고 재미있지만 결국 남는 게 없는 소설이 아닌, 재미있으면서도 읽고 난 후 뭔가 남는 그런 재미를 주는 '괴이한' 작가로 남고 싶다.

-청소년 소설을 더 쓰실 생각이 있는가?
▲그렇다. 생각이 있기는 하다. 공부만 강요하는 학부모들로부터 우리 나라의 미래세대를 구해내고 싶다(웃음).

-다음에 쓰실 책은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하다. 들려 달라.
▲우선 올해 중순에 책이 한권 나오는데, 곧 원고를 마감해 출판사로 넘길 예정이다. 내용은 내가 20대 때 실제로 했던 아르바이트들에서 소재를 얻은 바를 엮은 것이다. 제목을 '첫 경험' 이라고 붙였는데, 흔히 우리가 첫 경험이라고 생각했을 때 떠오를 법 한 이야기가 다섯줄이 채 안 된다. (웃음) 그래서 제목을 지어놓고 괜찮을까 고민도 은근히 했다. 그리고 '처음 연애' 소설의 '징검돌'편에 나오는 '현도사'에 관한 이야기도 장편으로 하나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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