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동생 이명희씨 계좌로

특검조사 범삼성가 확대조짐
비자금으로 미술품 구입의혹

[사진설명=신세계 이명희 회장]
삼성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차명의심계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계좌로 거액이 흘러 들어간 정황을 17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삼성 전, 현직 임직원 명의의 50여개의 차명의심계좌에서 이명희 회장의 계좌로 300억원이 넘는 거액이 이체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이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금 출처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0억원은 삼성 측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천억원대의 비자금 중 미술품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행방이 밝혀졌다는 점과 범삼성가 내부의 자금 이동이라는 점에서 차명계좌의 돈이 과연 비자금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윤곽을 그려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희 회장 계좌의 돈이 비자금으로 밝혀질 경우, 배우자와 자녀에 이어 이 회장의 형제들과 친인척까지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여 삼성의 비자금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삼성 특검팀의 수사 범위가 삼성그룹 뿐 아니라 신세계, CJ, 새한그룹 등 범삼성가 그룹총수 일가에게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신세계측, '상식적으로 말 안돼'

신세계 측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MBC와 일부 언론에서 내놓은 추측성 보도에 대해 아직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그러면서도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만약 그 돈들이 불법적인 자금이었다면 그러한 엄청난 액수의 돈을 자신의 명의로 된 계좌에 넣겠냐”고 말했다. 그리고 “일부 언론에서 이러한 추측성 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으며 사측으로선 매우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여러 언론에 “금융실명제 이전에 일어난 일인 걸로 알고 있으며 故 이병철 회장이 상속으로 물려준 개인재산이고 상속세도 정상적으로 낸 것으로 안다”는 등의 명확하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지 21년이 지나 상속세 포탈의 공소 시효 10년을 넘겨 사법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명계좌의 돈이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의 상속재산이라 하더라도 이를 삼성 전,현직 임원의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관리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의혹이 남는다.

한편 박주성 신세계 홍보담당 상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도 내용을 보면 차명계좌에서 이명희 회장의 실명 계좌로 돈이 이체됐다는 데 자기 이름으로 비자금을 만드는 일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상무는 또 “신세계가 삼성에서 계열 분리된 지 이미 17년이 지났는데 오너 일가가 그런 큰 돈을 비자금을 만들어 거래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의 수사 방향이 삼성의 친인척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높은 가운데 이 회장의 소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채 긴장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특검, '비자금에 무게,수사확대'

하지만 특검팀은 이 돈이 차명계좌를 통해 이명희 회장에게 건네진 만큼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명희 회장에게 삼성의 불분명한 거액이 건네진 사실과 관련, 금융실명제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데다 거액이 이동한 경로가 전형적인 비자금 유통 경로에 가깝다는 판단에 따라 특검은 신세계 및 차명계좌 관련자들을 소환해 돈의 성격을 밝힐 방침이다.

최근 특검팀이 삼성증권 압수수색에 따른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한 추적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 중에 한 가지가 이들 계좌들이 계열사 주식만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배당금을 1원 단위까지 출금한 사실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비자금 의혹을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과 관련해서 홍라희 씨 소유인 것으로 추정되는 의혹이 발생되었을 때도 이명희 회장의 미술품 구입 경로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이명희 회장의 '비자금 연루설'은 삼성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특검 주변과 재계에서도 종종 거론됐다. 이는 이명희 회장 역시 비자금을 통해 고가의 미술품을 구매했다는 의혹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특검은 2월 초 삼성그룹 일가의 고가 해외 미술품 구입을 대신해온 의혹을 받고 있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홍 대표의 조사에서 홍 대표가 홍라희 씨 등 삼성가 사람들의 주문을 받고 고가의 해외 미술작품들을 사들였는지, 그림 구매 자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그림들의 실제 주인과의 관계, 삼성과의 거래 선상에서 구입했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미술품이 더 있는 지 등에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홍 대표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명희 회장의 미술품 구입 의혹과 비자금과의 연관성을 밝혀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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