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돋보기(11)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중국은 세계를 호령하고 있으며 최고의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로 아시안게임에서는 수 십년간 1위를 놓친 적이 없으며 올림픽에서도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아시안은 신체조건 때문에 불리하다고 여겨진 육상에서도 중국은 류시앙이라는 세계적인 선수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라고 모든 종목에 강하지는 않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생활체육으로 쉽게 접할 수 있고 경제력의 뒷받침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축구는 왜 중국이 약할까? 이번 동아시아대회를 보더라도 분명 중국이 홈의 이점을 안고 개최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게 연이어 패배하며 4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진출 역시 2002년 한일월드컵이 유일하다. 대부분의 축구팬 및 전문가들은 당시 우리나라와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지역예선을 면제받았기 때문에 중국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호주마저 아시아 축구협회로 편입됐기 때문에 중국의 월드컵 본선진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 중국이 축구에 대해 야구처럼 전혀 투자도 하지 않고 신경조차 쓰지 않아서일까? 당연히 아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영향을 받아 여러 해외파감독을 초빙하고 축구강국들과의 친선전을 유치하는 등 나름대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한 순지하이(맨체스터 시티), 리 티에(전 셰필드 유나이티드), 정즈(찰튼), 동팡저우(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몇몇 선수들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거나 경험하기도 했다. 외형만 본다면 결코 우리나라나 일본에 뒤질게 없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는 중국이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다. 그 해답을 이번 동아시아대회에서 중국이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동아시아대회 개막전이었던 우리나라와의 일전에서 중국은 30년 동안 발목을 잡은 공한증을 깨리라는 일념으로 경기에 임했다. 비록 이번에도 중국은 우리나라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지난 30년간의 한중전 중 중국으로서는 가장 잘 뛴 경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의 경기 외적인 수준은 아직 기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중국 선수들은 경기내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우리 선수들의 호의에도 격앙된 제스처를 취했다. 분명 성인 국가대표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성숙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축구는 구기종목 중 득점이 가장 적게 나는 종목이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전력 외에 의외의 결과가 가장 많이 나오기도 한다. 어지간한 실력차로는 경기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며 오히려 정신력에서 승부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까지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 낸 적이 거의 없다. 30년간 우리나라에게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것 역시 단순한 전력차이가 아닌, 중국 선수들의 정신력 때문이라 할 수도 있다. 강한 정신력과 페어플레이 정신이 없다면 중국은 30년 후에도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결과보다 내용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의 선전이 단순한 기량발전 때문이 아님 역시 중국이 배워야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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