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습관적 폭력, 모성까지 빼앗아


SBS 긴급출동 SOS 24(연출 허윤무)가 노예할아버지와 노예청년에 이어 4일 ‘노예 며느리의 지독한 시집살이’에 대한 방송을 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로부터 매일 구타당한다’는 이웃 주민의 제보에 따라 피해자를 찾은 제작진은 시어머니의 폭행과 욕설이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이정혜씨(본명,35세)는 2급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역시 장애를 가진 남편 황인구씨(가명, 40세)와 결혼했다. 시어머니 강금순씨(가명, 65세)는 며느리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10년 동안 온갖 구타와 욕설을 퍼부었다. 남편과 시아버지 황영만씨(가명, 68세)는 정혜씨가 옆에서 맞고 있어도 버젓이 대화를 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 가족이라는 이름을 무색케 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일을 안 시키면 TV만 보고 잠만 자서 계속 일을 시킨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시도 때도 없이 며느리를 학대했다. 정혜씨는 새벽 3시 40분에 일어나자마자 일을 하고 밤 1시 5분에 잠자리에 들었다.


정혜씨는 이렇게 노예처럼 일하면서도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부엌 귀퉁이에서 식구들이 남긴 밥을 먹다가 시어머니가 나타나 “거기서 뭐하고 있냐”고 소리치자 밥 먹던 것을 잽싸게 치우고 일하러 밖으로 나갔다.


제작진이 정혜씨가 좋아하는 자장면을 시켜서 먹으라고 했지만 “혼날까봐 안 먹을 례요”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여러 번 설득하자 숨 돌릴 틈도 없이 허겁지겁 먹고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정혜씨가 일하는 것이 맘에 안 들으면 손에 잡히는 흉기를 마구 휘두르고 물까지 뿌렸다. 정혜씨는 물에 젖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옷을 짜면서 일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더 안타까운 일은 시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 황희수(9세)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등 모성까지 빼앗은 것이다. 시어머니는 손자를 ‘우리 아들’이라고 불렀다. 정혜씨는 시어머니가 없는 틈을 타서 아들 곁으로 가지만 아들의 손도 제대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되어 있었다.


제작진이 아들과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다정하게 안고 있으라고 해도 선뜻 아들 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제작진이 아들에게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으냐고 묻자 아들은 ‘할머니’라며, ‘엄마는 제일 싫다’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철모르는 아들은 도화지에도 ‘엄마 바보’라고 써 놓았다.


제작진은 친정식구들에게 학대 사실을 알렸다. 친정에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연락을 안 하고 지냈다고 한다. 친정식구들이 찾아오자 시어머니는 아프다고 드러눕고, 시아버지는 그동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은 것을 의식한 시어머니는 태도가 급변하여 정혜씨에게 친정에 가서 쉬라며 다정한척 말하기도 했다.


현재 정혜씨는 친정에서 구타로 인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치 않은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있으며, 심리치료와 직업 교육 등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제작진은 정혜씨를 먼저 보살피면서 아들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도 모색 중이다.


현재 여성 장애인 중에 58%가 학대를 받고 있으며, 22%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정신과 김영랑 전문의는 “정혜씨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이미 적응한 상태이기 때문에 불안장애나 우울증이 걱정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사회의 일원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의식의 전환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버림으로써 다함께 행복을 눌릴 수 있도록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 시민의 몫일 것이다. 시어머니의 습관적인 폭력으로 인격과 모성을 빼앗긴 정혜씨가 하루 빨리 건강과 지친 마음을 추슬러 새 인생을 가꾸길 기대해본다.


디지탈 뉴스 : 박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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