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식이 있던 날 국립 현충원에서 이 대통령이 쓴 방명록 내용 중에 맞춤법 오기가 있어 또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방명록에는 “국민을 섬기며 선진일류국가를 만드는데 온몸을 바치겠읍니다.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는 88년 이후 “~읍니다”를 “~습니다”로 맞춤법이 바뀌었다. 맞춤법이 바뀐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읍니다”라고 적는 대통령이 영어공교육 강화론을 내세우니 여론은 더욱 냉정하게 반응했다.

인수위에서는 “요즘 사교육비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들을 위해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다' 시켜주겠다”며 “고등학교까지만 나와도 생활영어는 '술술'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공교육 강화책을 내놓았다. 영어공교육 강화 발표가 난 후 이에 대한 내용을 취재하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공교육 강화보다는 사교육 강화가 될 거라는 여론이 더 높았다.

현실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부모입장에서 “초등학교 1, 2학년부터 영어로 공부한다면 영어를 잘 해야하기 때문에라도 더 일찍 영어공부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영어유치원은 비싼 돈에도 불구하고 들여보내려는 엄마들이 늘고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영어유치원은 치열한 경쟁률 때문에 돈이 있어도 못 들어가는 그런 실정이 돼 버렸다.

이렇게 '영어'를 외치는 가운데 우리의 한글파괴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메신저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휴대폰 문자발송의 자수(字數) 제한 때문에 이모티콘과 외계어 같은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다한 것)'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보니 대학교수들은 대학생들의 시험답안지에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쓰던 맞춤법을 무시한 답을 쓴 학생도 늘었다고 한다. 또 입사지원서에 맞춤법 오기는 물론 이모티콘을 깜찍하게 넣은 취업준비생도 있다하니 참으로 놀랄 일이다.

여론은 “이렇게 한글파괴가 심한데 영어공교육을 강화한다는 게 우선”이냐며 “우리말인 한글부터 잘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민은 “아이들은 학습능력도 서로 다른데 수십 명의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몰아넣고 영어교육을 해봐야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며 “영어교육도 중요하지만 공교육은 인성을 더 중요시하고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덧붙여 “영어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시키지 않아도 잘하려고 하고 한글로 된 책으로 열심히 공부해 실력을 쌓는 편이 훨씬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현충원 방문 시 작성한 방명록의 맞춤법에 대한 얘기가 또 나왔다. 이런 내용이 오가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한글을 수출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네티즌 중에는 “한글을 만든 나라도 한글보다 영어를 더 중요시하겠다는 마당에 어느 나라가 한글을 수입해 사용할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며 쓴소리를 했다.영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영어의 경·중은 개인에게 달려있는 문제다. 영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영어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지만 굳이 필요치 않은 사람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아직 우리는 영어교육을 강화하기보다 점차 파괴돼 가는 우리 국어부터 살려야하지 않겠냐고 반문하고 싶다.

윤정애/투데이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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