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청장님! 자유인이 된 지금 얼마나 홀가분하십니까? 국회 문광위원 시절에 문화재청의 일을 함께 고민하던 이계진입니다.얼마나 '홀가분하시냐', 안부를 했지만, 사실 기가 막힐 일로 자리를 물러난 지금 결코 마음이 편치 않으시겠지요?

공천과 총선을 앞둔 사람으로서, 숨만 겨우 쉬며 몸조심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어떤 사안에 대하여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은, 말하지 않아야 할 때 말하는 것과 똑같이 비겁하다는 생각에 이 편지를 씁니다.

이번 숭례문 소실사건에 대하여서는 분명 관리의 최고 책임자로서 잘못된 것이고, 또 잘 잘못을 떠나 그 어떤 사건보다 안타까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죄인'이시지요. 그러므로 국보소실사건이 난 후에 격앙된 국민의 감정을 보면서, 아예 침묵하거나 일단의 책임이 있는 유청장님 같은 분을 향해 거품을 물어야 훌륭해 보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난 연말, 새해 예산을 다루던 예산 심사장에서 해저 유물 인양선 한 척만 만들어 달라며 '30억 원'의 예산을 애걸했으나 그 뜻이 기획예산처에 씨도 먹히지 않자 회의장 뒤쪽으로 살금살금 나를 찾아와 '야당 예결위원'인 나에게 그 예산의 필요성을 정부 측에 좀 역설해달라고 간청하던 유 청장님의 간절한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유 청장님! 박사학위를 가진 불쌍한 문화재 전문인력들이 오뉴월 뙤약볕 아래 유적발굴현장에서 유물을 찾느라 삽질 호미질도 아닌 붓질을 하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봤고, 발굴된 문화재가 쌓여 있는 먼지나는 수장고 안에서도 인내를 시험하는 '붓질'로 유물 하나하나를 다루는 현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이 받는 한 달 봉급이 100여만 원이라고 했던가요? 기절할 뻔했습니다. 혹시 좀 올랐습니까? 그 정도면 아마 대도시 파출부 인건비와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유 청장님, 대한민국 문화재청 예산이 얼마던가요? 표가 나올만한 곳에나, 지역민이 환호할 폼 나는 일, 또는 이른바 거물 정치인이 관심을 기울이는 일에는 (예를 들면 새만금 사업 같은) 환경단체 등 국민의 극한 반대를 무릅쓰고 그 얼마나 많은 국고를 쏟아부었습니까?

그러면서도 해저에 가라앉아있는 엄청난 유물을 끌어올릴 30억 원짜리 인양선 하나 만들어달라는 청장의 요구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야당 의원인 나에게 SOS를 쳤지 않습니까? 참 그 예산이 어떻게 됐나 알아봤더니, 20억 원으로 깎여 올라갔다는데도 기예처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전액 날아가 버렸다지요? 그럴 줄 알았어요... 조금 더 확인해보지 못한 점 정말 미안합니다. 내가 그렇게 호소했는데.....
어느 퇴임 대통령의 고향집 사저는 많은 예산을 들여 아주 잘 지었다지요? 하긴 먼 후일에 문화재가 되겠지요......

이런 현실에서는 화재 예방이니 문화재 복원이니 또는 수리니 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고, 비가 새서 썩는 곳 틀어막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 아닙니까?

생각나십니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천하의 유홍준교수가 문화재청장으로 취임했을 때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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