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의 영혼은 무국적자로 맴돌고 국회의원은 선거유세로 떠돌아

<정우택 논설위원>
“3월 1일, 독립운동가는 무국적자로 한반도 주변을 맴돌고, 국회의원들은 선거 유세로 지역구를 떠돌아 다녔다“ 3.1절 날 이 땅에서 있었던 일을 한 문장으로 줄여서 표현한 것이다. 신문을 보거가 방송을 들은 사람은 다 알만한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제시대 대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단재 신채호, 여천 홍범도, 부재 이상설, 노은 김규식 등 독립운동가들이 국적도 없이 무국적자로 남아있다고 한다. 당연히 우리 국적을 가진 줄 알았지만 아직도 국적이 없이 떠돌고 있는 것이다.
현재 무국적자로 남아있는 독립운동가는 전국적으로 2백여 명. 아직도 무국적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제가 식민지 통치를 위해 1912년 호적제를 개편하자 단재는 일본 호적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광복 후에는 우리 정부가 일제 호적에 등재된 사람들에게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했다. 일제 호적에 오르지 못했으니 우리 호적에도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호적에 어떤 규정이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2백여 명에 달하는 독립운동가들이 아직도 무국적자로 남아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라를 찾은 지가 벌써 언제인데 아직도 국적이 없다니 우리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대접이 아니다. 예의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적인 규정 운운할 게 아니라 특별 규정을 두어서라도 독립운동가들을 대한민국의 국적에 올리는 것이다. 그게 독립운동가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다.
그런가하면 이번 3.1절은 우리에게 살아있는 국회의원들을 다시 보게 했다. 3.1운동 85주년 기념식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국경일 행사였음에도 원내 대표를 제외하곤 아예 참석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당이 되었음에도 아직 야당의 때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3.1절 행사장에 국회의원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다. 4월에 있을 총선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3.1절 행사장에 참석하는 것보다 선거운동 하는 게 더 영양가(?) 있다는 생각에서 였을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날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작태는 비난 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그들은 틈만 나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한다고 떠들다가도 자신의 이익이 걸리면 국가든 민족이든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4월 총선에서도 이들에게 또 한 번 속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개운치 않다.
독립운동가의 영혼은 국적도 없이 한반도 주변을 떠돌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은 총선 때문에 3.1절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다니 그저 한심할 뿐이다. 나라의 꼴이 왜 이 모양이 됐는지 안타깝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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