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 임금을 받으면서 허드렛일과 종교활동을 하는 사람도 근로자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중국교포인 김모씨는 돈을 벌기 위해 2001년 12월 입국한 뒤 식당일을 하다 2003년 12월부터 경기도의 A사찰에서 매월 일정 금액을 받기로 하고 일을 해왔다.

김씨는 이 절에 기거하면서 머리를 삭발하고 법복을 입은 채 식사준비와 청소, 법회준비 등의 허드렛일을 했다.

여유시간에는 불교경전을 베껴 쓰거나 염불을 했으며 신도들과 대화할 때는 행자스님, 작은스님 등으로 불렸다.

그러던 중 2004년 11월13일 오후 5시께 김씨는 일을 하다 사찰 난간기둥에 머리를 부딪혔고 이후 구토를 하며 고통을 호소하다 2시간 뒤인 오후 7시께 스님과 신도들의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중 쓰러졌다.

김씨는 119구급차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사건 발생 나흘 후인 17일 오후 숨졌다.

김씨의 딸 이모씨는 김씨가 "사찰에서 근로자로서 일하다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공단 측은 "김씨가 A사의 승려로 근로자가 아니다"며 거부했다.

이에 이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의환 부장판사)는 9일 이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돈을 벌기 위해 국내에 들어와 A사에서 매월 일정액의 돈을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은 것을 감안할 때, 종교시설에서 일부 종교행위를 했고 임금이 `보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하더라도 김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대한불교조계종은 승려가 되기 위한 연령을 40세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고령인 김씨가 승려가 되는 것이 불가능했으므로 김씨가 종교활동을 목적으로 A사에 들어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디지탈뉴스 | 차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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