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DJ와 노측근을 손본 혁명적 공천, 새로운 평가 받아야

<정우택 논설위원>

통합민주당이 일을 냈다.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전혀 생각할 수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을 냈다. DJ와 노무현 대통령의 뿌리를 이어받은 민주당이 두 대통령의 최 측근에 칼을 댔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박재승)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박지원 비서실장, 차남 김홍업 의원,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의원, 이용희 국회 부의장, 신계륜 당 사무총장,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 신건 전 국정원장, 이호웅, 김민석, 설훈, 이정일 의원 등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공천심사위가 두 대통령 밑에서 잘 나가던 사람들을 무더기로 자른 이유는 간단하다. 죄가 있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즉 뇌물죄,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파렴치범, 개인비리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인사들을 '예외 없이' 공천대상에 배제한 것이다.

공천심사위의 결정이 나오자 당사자들은 난리다. 심사 기준에 따를 수 없다고 하는 인사도 있고, 아예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뛰겠다고 하는 인사도 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이 DJ와 노 대통령의 측근에게 어떻게 칼을 댈 수 있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뭐라고 항변을 하든 공천심사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말 그대로 '혁명적'이다. 민주당에서 DJ의 아들과 박지원씨를 손보고,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의원을 손볼 것으로 누가 생각했단 말인가. '그럴 필요가 있다'고 속으로 생각은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못하는 게 우리 정치판의 모습이 아니던가.

국민들은 이번 공천을 통해 민주당을 새롭게 볼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하면 DJ당, 혹은 호남당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 이런 생각은 지워질 것이다. 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은 새로운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고 생각했던 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공천혁명은 학연과 지연 파벌로 얼룩진 우리 정치 풍토를 바로 잡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감옥을 들락거리면서도 줄만 잘 서면 국회의원이 되는 구태의연한 정치가 민주당의 공천으로 바로 잡아질 것이다.

사실 국민들이 정치인들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불만은 죄를 짓고도 큰 소리를 친다는 것이었다. 죄를 짓고 감옥에 갔다 와야 큰 정치인이 되는 것처럼, 죄를 짓고도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실망해왔다.

민주당의 공천은 한나라당의 공천과 상반 된다. 민주당이 두 실력자의 측근을 과감히 털어내는 반면에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공천을 두고 잡음이 들리기에 하는 소리다. 민주당이 더 절박하고, 한나라당은 느긋한 느낌이다. 이런 것도 분명 총선에서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어떤 정당이든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뼈를 깎는 아픔이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이 선수를 쳤다. DJ와 노 대통령의 측근을 과감히 버렸다. 민주당의 결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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