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객장에 개인사무실을 두고 투자상담사를 사칭해 고객 돈 100여억원을 챙겨 달아난 사기극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는 29일 "미래에셋증권 정자지점측이 'VIP고객실을 사용하던 이모(37)씨가 지점 간부로 행세하며 고객 12명으로부터 100억원대의 돈을 받아 도주했다'며 이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진위를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4년 11월부터 정자지점 VIP고객실(2평)을 이용했으며, 여비서를 채용하고 주식시세확인용 컴퓨터 등 사무집기도 비치, VIP고객실을 투자상담사(FP) 사무실인 것처럼 꾸몄다.

이씨는 또 '미래에셋 이○○부장'이라고 새긴 명판과 명함을 구비하고 개인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적힌 '투자약정서'까지 교부하며 이들을 안심시켰다.

정자지점 VIP고객실에 매일 출근하다시피한 이씨는 지난 26일 잠적했으며, 개인투자자들의 항의를 받은 지점측은 뒤늦게 이씨의 사기극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거래가 우수한 고객에게 관행적으로 VIP사무실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씨가 투자약정서까지 위조해 2년동안 개인투자자들을 속인 데 대해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명판까지 만들어 투자상담사를 사칭한 것은 증권사측의 묵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자지점 직원과의 공모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디지탈뉴스 | 차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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