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진보신당 종로 예비후보자 최현숙 후보

오는 4.9 총선에 '커밍아웃' 레즈비언이 입후보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진보신당 최현숙 예비후보. 최 후보는 최근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를 만큼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당당히 밝히고 '정치1번지'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최 후보는 민주노동당에서 당 여성위원장과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여성과 성적소수자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 후보는 이번에 출사표를 던지며 '1%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100%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이명박 정부를 정면 비판하며 나서기도 했다. 최현숙 후보의 출마를 두고 반응이 엇갈린 가운데 직접 최 후보의 생각과 포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현숙 후보의 출마를 두고 '이슈거리' 쯤으로 생각하는 보도와 여론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공직 선거에 나온 후보가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공직 선거에 후보로 나서면서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커밍아웃한 것은 최대한 우리 사회에 커밍아웃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이 받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커밍아웃인데 이것을 언론이 보도해 줬다는 것이니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이슈거리로만이 아니라 제가 내세운 각종 성적소수자들을 위한 정책 등에 대해서 제대로 조명 됐으면 한다. 또 언론이 그런 점도 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슈화'를 극복할 방안과 성소수자만을 대변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은?
▲진심은 반드시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공약만은 아니다. 인생의 '소수자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여러 소수자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이 후보라면 어려울 때 우리와 항상 함께 할 것'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

소수자는 수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부를 어느 정도 갖고 있는가의 문제에서 그들을 대변할 사람들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선거정책을 마련하려는 후보는 아직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내각 구성만 하더라도 평균 39억원의 재산에 군대 기피 문제 등이 대두되고 있고, 통합민주당 지도부의 경우에 늘 부패와 비리에 연루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선거는 내게 종로구 유권자들에 대한 선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갈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언론이 이 선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과 만나는 장과 종로에 있는 노인들과 만나는 장을 준비할 것이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종로 특성상,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종로를 만들겠다.

-종로를 굳이 택한 이유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양성의 사회를 그리기에 적합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고도로서의 서울, 종로 토박이 주민들도 있고, 이주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곳도 있고, 종로 3가에 노인들도 있고 저녁에 모이는 남성 성소수자들, 인사동에 모이는 문화를 즐기는 층, 청와대부터 쪽방까지 모여 있는 곳이다. 종로의 다양성과 소통하고 연대의 정치, 공유의 정치를 펼치고 싶었다.

-종로 지역구 현안은?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들 때문에 상권을 잃고 있고, 재래시장 중심의 생활 문화가 상당히 잘 형성돼 있었는데 상권이 죽으면서 이런 것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재래시장 중심 문화공간이라든지 도서관 문화센터 등을 같이 묶어 냄으로써 주민들이 함께 만나고 소통하고 토론하는 놀이 공간, 자치의 내용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진정한 자치의 정치를 내놓고 싶다.

-진보신당이 '도로 민노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생각은?
▲민노당이 끊임없는 성찰이 가능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활동해 왔는데, 가장 함께 하기 힘들다고 생각한 것은 토론과 교육이 남아 있지 않고 다수결만 남아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수자들의 입장을 당내에서조차 소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수결만 남은 패권주의에 실망해 진보신당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따라 진보신당도 잘 될지 안 될지가 달려 있기는 하다. 가장 차별받는 입장에서 바라볼 때 진보정당이 진정한 진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생태, 안전, 자치, 성소수 문제, 치유의 문제 등이 중요해 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진보신당에서 부분의 의제가 아니라 진보신당 전체의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이 가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간 진보정당들 내부에서도 생태나 성소수자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왔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이번 선거서부터'라고 생각한다. 진보진영에서 그런 게 공유되지 않아 왔다. 진보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민노당이 그런 의제들을 대중과 소통하는 데 의제들에 대해서 사상을 서열화시킨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일 중요한 게 계급 문제, 그 다음이 분배 , 그 다음이 성 문제, 그 다음이 환경 이런 식으로 서열화 시킨 것이다.

'우선 이것부터 하고 저건 나중에'식이었다. 진보신당도 역시 이런 오류에 빠지면 안 된다. 계급의제와 똑같이 생태나 여성 문제 등도 똑같이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은 정책대로 실천은 실천대로 이분화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원화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이념논쟁에 지쳐 있고 이념의 시대는 갔다고 외치는 MB시대, 경제우선의 시대다. 그런데 국민들이 '경제 최우선'에 대해 맹목적 믿음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이명박 정부는 실용, 그 중에서도 경제에 매진하고 있다. 경제중심주의는 뭐냐면 경쟁과 효율성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1등부터 줄을 세우는 사회라는 것이다. 그럼 '누가 1등 국민이고 누가 2등 국민이냐'를 따지는 사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생존이 어려운 소수자들이 양산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범죄로 넘어가지 않도록 결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되는 비효율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국민들이 50% 지지율로 대통령을 만들어줬지만 그 내각 구성 상황을 보면 비리와 부패, 위선, 거짓 속에서 만들어낸 재산 등 기득권자들이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을 할까? 이들이 경제성장을 한다면 그 이익이 소수자들에게 돌아갈까? 아니다. 기득권자들에게 갈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누가 의원이 되고 누가 장관이 될 것인지, 누구를 자신들의 대리인으로 할 것인지를 선택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가장 차별받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가 진정 행복한 사회다.

노인이 행복하고, 장애인이 행복하다 해서 젊은이가 불행하고 일반인이 불행할까? 아니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저는 당당하게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87년 이후 활동해 왔다. 그러므로 저 같은 사람들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정치에 등원하길 바란다.

-87년에 사회운동에 발을 들인 계기는?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게 학생운동 통해 사회운동으로 들어온 건 아니다. 신앙인으로 살면서(가톨릭) 주일학교 교사라든지,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이것이 신앙의 전부인가'하는 물음과 고민을 하게 됐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봉사와 함께 가난을 재생산하는 사회구조에 함께 참여하고 싸우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러한 인식이 생기면서 나의 가장 밑바닥의 마음은 신앙이었다. 예수를 따르자는 마음으로 천주교 사회운동단체를 찾아가 활동하고 비전향장기수들을 위한 활동을 했다.

분단 속에서 희생되는 장기수들이 40여년 동안 독방생활 중이던 상황에서 석방되도록 노력했고 평범한 남쪽 사람들과 살아가도록 하는 일을 했다. 이런 활동 속에서 가난한 세력들의 정치세력화는 나의 화두가 됐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진보정당에서 활동을 하고 정치세력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게 됐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에 들어가게 됐다.

-여성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유는?
▲누구의 딸로서 누구의 아내로서 그 이후에는 이혼녀로서 레즈비언 정치인으로서 살아가면서 가부장제에 부딪혀 왔다. 이런 문제를 겪으면서 살다보니 여성들이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고 느꼈다. 피해자로서 억압받는 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가부장제 문제에 대한 활동이 여성 문제라고 생각해서 여성 문제에 인연을 맺었고 그러다 보니 성문제 관련 문제인 성소수자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성정체성에 대한 주제는 앞으로도 놓치지 않고 갖고 갈 것이다.

-영화 '대한민국 헌법 1조'에서와 같이 중요 쟁점이 됐던 '국회의원의 자격'에 대한 최 후보의 생각은?
▲기득권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기득권을 얻었고 그 기득권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기득권을 얻는 과정에서 국민으로서의 의무 등을 기피하면서 비리 정치인이 됐다면 기득권을 확대재생산 하는 데에만 사용할 것이다.

소외된 목소리를 들으며 산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정치가 변한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권력이다. 그런 차원에서 저 같은 경우 정치인으로 걸어오는 동안 빚진 게 없어서 얽매이지 않는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살아왔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최현숙 후보 Profile
-1957 출생
-1987~2000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연합
-2000~2005 민노당 중앙당 여성위원장
-2006~2007 민노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2008 민노당 탈당, (가)진보신당 연대회의 발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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