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예전에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때 건물마다 그 형태가 다르면서도 아름다운 점에 놀랐다. 다른 한편 우리 한국이 외국인에게 마치 한 사람이 설계한 듯한 성냥갑아파트의 나라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사실 우리 도시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낮다. 2006년 미국의 머서 휴먼 라소스 컨설팅은 세계 215개 도시의 삶의 질을 평가하며 서울을 89위에 올렸다.

그간 양적인 주택공급에 치중한 결과 아파트가 성냥갑 모양의 천편일률적으로 획일화된 것이 현실이다. 건축주인 주택공사나 개발담당의 건설회사 등이 좋은 건축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분양을 통해 돈만 벌면 된다는 사업성 위주가 되다 보니 건축가가 작가의식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취약하게 됐기 때문이다.

휴대폰은 수요자인 젊은이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취향에 맞추느라 엄청나게 소형화, 다양한 디자인으로 세계 명품으로 발전했는데 왜 아파트에는 이런 능력이 발휘되지 않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더욱이, 이제 건설되는 아파트는 재건축도 쉽지 않다. 또 점차 환경과 조화된 아파트, 미적으로 아름다운 아파트가 가격도 많이 오르는 추세다. 국민소득 증대로 삶의 질 개선과 건축문화에 대한 욕구는 증대하고 있고, 미래에 남을 역사적 유산을 건설한다는 관점에서도 건물을 아름답게 짓고,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다.

건축물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조형창작의 결정체요, 시대정신과 삶이 담긴 문화유산이다. 경관과 문화적 독특함이 그 도시의 매력이고 활력이요, 지역발전의 경쟁력이다. 앞을 내다보고 경관에 신경 쓰지 않으면 한 순간에 쇠락한다.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건축물,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지침과 경쟁이다. 아름다움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서 나온다고 할 때, 스카이라인·높이·형태·색채 등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경관계획을 세워서 그 기준과 지침을 시달하고 감독해야 한다.

지침과 함께 필요한 것이 경쟁이다. 정부가 똑 같은 아파트는 허가해주지 말아야 한다. 건축실무 담당자는 경관에 대한 소신이 있어야 한다. 건축물의 전반적인 품격과 예술성을 유도하기 위해 우수건물 표창을 통해 자발적 참여유도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우수건축물에 대해서는 추가용적률을 주는 인센티브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외국 유명도시를 생각하면 대표적인 건축물이 먼저 떠오르듯 건축물은 국가와 도시를 대변하고 있는 상징이자 그 나라 국민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문화적 산물이다. 아름다운 도시, 아름다운 건물은 국가와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 경쟁력임을 명심해야 한다.

강길부/국회의원(울산·울주)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