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춘식 기자의 스포츠돋보기

롯데 자이언츠와 대우 로얄즈, 기아 엔터프라이즈 등 부산에는 예로부터 명문팀이 존재해왔다. 이들이 명문팀으로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열광적인 부산팬들의 응원에 힘입어서다. 그러나 요 몇 년간 이들 팀은 성적이나 흥행 모두에서 참패를 당하며 부산팬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나마 기아가 울산으로 적을 옮긴 후 부산에 입성한 KTF가 지난 시즌 준우승으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올 시즌은 8위에 머물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은 어떨까? 7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실패라는 오명을 남기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부터 살펴보자. 롯데는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리빌딩을 시도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젊은 감독인 양상문을 사령탑에 앉혔지만 구단 프런트에서는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고 이후 부산의 전성기를 이끈 감독 중 한 명인 강병철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결과는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롯데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고 용병 역시 메이저리그 출신 거포를 영입하며 8시즌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꿈꾸고 있다. 덕분에 현재 선수단 분위기는 그 어떤 시즌보다 각오가 대단하고 선수들이 개인훈련에도 열성을 다하는 등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얘기가 들린다. 약한 전력보다 선수단의 패배의식이 더욱 문제가 됐던 이전 시즌의 고질병을 고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명문 대우 로얄즈의 뒤를 이어 구도 부산의 중심이 되겠다고 선언한 현대 아이파크 역시 지난 시즌 13위를 기록하며 안타까운 한 해를 보냈다. 꼴찌인 광주 상무가 군팀임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꼴찌라고 할 수 있는 성적이다. 여기에 시즌 중 감독이 세 명(감독대행 포함)이나 바뀌고 관중 수 역시 전년 시즌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최악의 시즌이라 할 만했다.

이에 아이파크는 황선홍을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안정환의 8년만의 복귀를 이끌어내는 등 옛 대우 로얄즈의 명성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물론 신임 황선홍 감독이나 팬들은 당장 이번 시즌부터 우승을 노리는 과욕을 부리진 않지만, 적어도 팀이 발전해나갈 수 있는 토대가 닦이길 기대하고 있다.

두 팀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사령탑의 변화와 젊은 선수들의 성장가능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팀의 구심점이 될 스타플레이어(롯데-정수근, 현대-안정환)가 자신의 옛 명성을 뒤로하고 후배들의 모범이 되겠다는 각오 또한 대단하다. 두 팀 모두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하기 보다는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 된 터라 당장 올해 성적보다 그 이후가 더욱 기대되기도 한다. KTF 매직윙스 또한 원정승률을 끌어올리고 팀을 좀 더 추스른다면 지금보다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지난 시즌처럼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 구도(球都) 부산의 옛 영광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당장 올해 우승이나 준우승같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참담했던 몇 년간의 암흑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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