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를 낸 서울 송파구 잠실동 고시원건물 화재는 이 건물 지하에 있는 노래방 주인이 홧김에 방화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잠실 고시원 화재사고를 수사 중인 서울 송파경찰서는 22일 브리핑을 통해 고시원건물 지하 1층 P노래방 업주 정모(52)씨로부터 자신이 불을 질렀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방화 혐의(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로 정씨를 긴급체포했으며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이날 새벽 경찰에서 "노래방 소파에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3층 고시원에 사는 여자와 사귀고 있는데 최근 잘 만나주지 않은데다 장사도 잘 되지 않아 홧김에 그랬다"며 "화풀이로 노래방에 불을 질렀지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작년 7월 자신의 노래방과 같은 건물 고시원에 살던 최모(39ㆍ여)씨와 만나 사귀어 왔으나 최근 보름 동안 최씨의 거절로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씨는 최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근 영업이 잘 되지 않았던 노래방을 처분해 돈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노래방이 팔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결과 사건 당일인 19일 오후 정씨는 전처와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돌아가 최씨에게 3차례 전화를 걸어 만나줄 것을 요청했으나 역시 거절당하자 오후 3시50분께 노래방 소파에 휴지를 풀어놓고 주머니에 있던 라이터로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당일 참고인 조사에서 정씨의 혈중 알코올농도 0.108%로 확인됐으나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만취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그러나 방화 직후 노래방 정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가 최씨가 3층 창문에서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것을 보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최씨 등 여성 거주자 2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경찰은 당초 방화 사실을 부인한 정씨를 상대로 통화내역 분석과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집중 추궁해 범행을 자백받은 뒤 이날 오전 1차 현장조사를 벌였고,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정씨는 화재 당일 경찰 조사에서 "이혼한 부인과 만나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들어가서 소파에서 자다가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왔다. 불은 노래방에서 난 것이 아니다"고 진술했으나 목격자 진술과 현장감식 결과 발화지점이 노래방 소파로 확인돼 방화 혐의를 받아왔다.

경찰은 또 소방법과 건축법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건물주와 고시원 업주의 위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들도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19일 화재로 황인선(30.여)씨가 부상해 병원에 입원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혀 부상자는 모두 12명으로 늘어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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