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했다면 국가도 20%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평소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의 A씨는 대학 2년생이던 2004년 10월 입대한 뒤 군생활에 잘 적응치 못해 일병 진급 전까지 보호관심병사로 관리돼왔다.
2005년 4월 일병 정기휴가를 앞둔 A씨는 탄약고 경계근무를 소홀히 했다며 선임병과 함께 징계 입창(영창에 들어감) 처분을 받았고 휴가를 나온 후에는 고참들의 가혹행위로 집 화장실에서 손목을 자해하기도 했다.
자해 시도를 알게 된 A씨 아버지는 소속 부대에 이런 사실을 알렸으나 부대는 정기적인 면담 조치만 취할 뿐이었다.
A씨의 군생활은 더욱 힘들어졌고 청소를 제대로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고참들로부터 잦은 욕설과 질책 등의 가혹행위는 더욱 심해졌다.
참다 못한 A씨는 결국 6월 초 2차 휴가를 나와 가족들에게 "군생활이 죽기보다 힘들다"는 말만 남긴 채 한강에 투신, 한강대교 아래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가족들은 "군대 가혹행위로 아들이 자살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김재복 부장판사)는 31일 "국가는 유족들에게 6천4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 부대는 사병들의 부대 내 가혹행위를 예방하고 부적응 사병들을 관리하면서 군대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책임이 있으며, 특히 A씨의 경우 1차 휴가시 휴가 중 손목을 자해한 경험이 있어 특별한 관심과 조치가 필요했지만 이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임병들의 욕설과 폭언이 A씨를 훈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보기 어렵고 A씨도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한 잘못이 있다"며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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