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눈 찔러 실명케, 남편 얼굴엔 끓는 기름

보험금을 노려 남편과 어머니, 오빠를 실명시키고 지인의 집에 불을 질러 그 가족을 숨지게 하는 등 반인륜적이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30대 여성에게 2심 재판부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이상훈 부장판사)는 두 명의 남편을 차례로 실명시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고 가족을 실명시킨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엄모(30.여)씨의 항소심에서 현존건조물방화치사, 존속중상해죄 등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엄씨는 2001년 5월 남편 이모씨가 수입이 적다는 이유로 자주 다투다 수면제를 먹이고 눈을 찔러 실명시킨 뒤 흉기로 찔러 상해를 입히고 얼굴에 끓는 기름을 붓는 등 잔혹행위를 가하면서도 그 때마다 남편이 사고로 다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냈다. 이후 이씨는 시름시름 앓다가 숨졌다.

엄씨는 남편의 사망 이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새 남편 임모씨에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눈을 찔러 실명시켰고 임씨 역시 화상 등의 후유증으로 엄씨와 만난 지 1년이 채 안 돼 사망했다.

이후 엄씨는 바늘로 찌르거나 염산을 붓는 방법으로 어머니 김모씨와 오빠까지 실명시켰는가 하면 이를 동생이 눈치챌까봐 집에 불을 질러 화상을 입혔으며 지인 강모(여)씨의 집에 얹혀살다가 "방을 비워달라"는 말을 듣고 화가 나 불을 질러 강씨의 남편을 숨지게 하는 등 `악행'을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엄씨는 남편들의 보험금 3억1천여만원을 타내고 가족의 보험금 8천만원을 차지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엄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엄씨는 항소한 뒤 재판부에 "내가 아무리 세상을 잘못 살아왔을 지언정 엄마와 오빠한테까지 그런 짓은 하지 못한다. 동생이 자는 방에 불을 지른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엄씨를 정신감정한 결과 범행 당시 상황은 대부분 기억하면서도 범행 사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등 일련의 행동이 처벌을 피하려는 `꾀병' 등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범행 당시 합리적 판단 기능을 잃은 `심신 상실' 상태였다는 피고인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재판부는 엄씨가 모르는 여성의 병실에 침입한 뒤 이상한 약을 투입해 발작을 유발한 행위는 입증 부족으로 무죄를, 또 다른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무단사용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해 1심 판결을 일부 뒤집었다.

재판부는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범행들을 저지른 피고인을 무기한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