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家) “과연 누가 적통이냐?”

- 현대건설, 과연 어느쪽이 삼키나 -
- 현대그룹이냐 현대중공업이냐 -

▲현대 계동 사옥. 최근 '현대(現代)' 머릿돌이 5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최근 들어 범현대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M&A 대어인 현대건설을 두고 범현대가 여기저기서 '내가 임자'라며 나서는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현대건설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도 한 몫하고 있다. 한때 현대그룹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서울 계동 옛 현대그룹 사옥 입구에 '현대(現代)' 머릿돌이 5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것도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하다.

이 머릿돌은 현대·기아차그룹이 현대그룹으로부터 계동 사옥을 사들인 직후 사라졌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돌아오자 재계 일각에서는 범현대가의 본격적인 결집에 따라 '현대의 정통성'을 주장하기위한 상징물로 표지석을 복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올 초에는 현대중공업이 “우리가 현대의 정통성을 이었다”는 듯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모습을 담은 TV광고를 내보내는가 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취임 후 처음 언론에 공식적으로 '현대그룹 정통성 복원'을 언급하고 정몽헌 회장 5주기를 맞아 그룹 브로셔를 발간해 '현대그룹이 현대가 정통성 찾기에 나섰다'는 예측을 낳기도 했다.

▲위에서부터 고 정주영 명예회장, 정몽준 최고위원, 현정은 회장

◆현 회장 “현대家 적통은 정몽구회장” =

일부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자 지난 20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 7주기를 맞아 경기도 하남 창우리 선영을 찾은 현정은 회장은 “현대가(家) 정통성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에게 있다”며 그간의 억측을 불식시키곤 “현대건설을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현 회장의 이번 발언은 결국 정몽구 회장이 현대가의 적통을 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현대건설 인수 추진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의 힘을 얻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회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가족간에 그런 얘기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해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해 이른바 '시동생의 난'으로 틀어진 상태. 당시 정몽준 최고위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현대상선 지분을 사들여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현재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은 삼호중공업 지분을 포함해 25.47%에 달한다. 여기에 KCC의 지분 5.98%를 합하면 30%를 훌쩍 넘긴다.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의 핵심기업임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까지 삼킨다면 현정은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힘이 들게 된다.

이래저래 현대건설 인수에 양측이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예상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양측간 공방을 '전쟁'으로까지 표현하기도 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사후 불거진 범현대가와 현대그룹간 싸움이 현대건설 인수전을 통해 최고점에 다다를 것이란 예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그간의 전례로 봐서 양측간 감정의 골은 이미 깊어졌고 복잡하게 얽힌 지분구조 또한 현대건설 인수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현대건설 인수 과정에서 범현대가와 현대그룹간 지배구조의 변화는 필연적인 만큼 양측의 공방도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현 회장 “현대건설 반드시 인수” =

현재까지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게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현대건설 인수설은 증권가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자금여력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 현재 예상되는 현대건설의 인수자금은 7조원대 안팎. 현대중공업은 계열사를 포함한 현금자산까지 포함하면 대략 10조원의 현금보유액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인수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믿을만한 구석이 있다. 바로 컨소시엄이 그것인데 KCC가 현대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M&A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KCC 컨소시엄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KCC는 현대건설을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을 각각 가져갈 것이라는 소문이 일고 있다.

결국 양측이 노리는 것은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사업영역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는 논리다. 때문에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향후 사업적인 시너지를 생각하면 결코 비싸다고만 볼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일찍부터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올해 현대상선 사장으로 취임한 김성만 사장도 “정통성 계승 차원이 아닌 경제성을 따져 현대건설 인수 시너지효과가 크다”며 공공연히 현대건설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이 같은 의욕과는 달리 실제 인수 능력은 되는지에 대해서는 증권업계와 M&A업계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지난 20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 7주기에서 현정은 회장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조력을 얻겠다는 것도 함께 언급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금 확보가 문제다. 현대상선이 현재 동원 가능한 자금여력은 1조원을 조금 넘는 정도.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적 안정성은 물론 현금확보에 성공하긴 했지만 현대건설 인수에는 많이 모자란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겉으로는 현대건설 인수를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그룹이 살아남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 현대건설 인수에는 실패하더라도 현 체제를 유지한다면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편으로는 현대건설을 인수 못하더라도 그룹내 최대 캐시카우인 현대상선만큼은 꼭 지켜내야 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어찌됐건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면 넘어야할 산이 아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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