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인사' 논란속 헌재 쇄신 기대도 `공존'

사상 첫 헌법재판소장으로 유력시되는 전효숙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2003년 8월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재판관에 임명되기 전 법관으로 근무할 때에도 진보적ㆍ개혁적 성향의 판결을 내 놓은 인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전 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에 임명되면 사회적 소수나 약자를 보호하는 데 인색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보수 색채의 헌재의 변화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 재판관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1998년 부실경영으로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옛 은행장과 임원들에게 400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리면서부터이다.
당시 서울지법 민사합의17부 부장판사였던 전 재판관은 제일은행 소액주주 61명이 한보그룹 부실대출 책임과 관련해 옛 은행 경영진을 상대로 낸 국내 최초의 주주대표소송에서 400억원 전액 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부실기업 경영진의 형사책임 뿐만 아니라 민사상 배상책임까지 물은 것으로, 위법ㆍ편법적으로 이뤄져온 기업경영 및 은행대출 관행에 제동을 거는 효과를 발휘했다.
2003년 8월 헌재 재판관에 임명된 이후 내놓은 결정에서도 전 재판관의 진보적 성향은 잘 드러나고 있다.
헌재가 2004년 10월 `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낼 당시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중 유일하게 합헌 의견을 냈고 양심적 병역거부 등에 대한 결정에서도 진보적 의견을 표명했다.
헌재는 2004년 8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가 "대체복무를 통한 양심실현의 기회를 주지 않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낸 병역법 관련 위헌신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양심의 자유가 중요한 기본권이기는 하지만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대체복무제)'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전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현역복무 이행과 유사한 정도의 의무를 부과한다면 형평성 회복이 가능하다"며 입법자가 이러한 고려를 하지 않은 만큼 병역법 관련 조항은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또 헌재는 2004년 8월 공법인의 노사 단체협약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국민건강보험법은 합헌이라고 결정했지만 전 재판관은 노동계의 입장을 일부 대변하는 의견을 냈다.
공법인의 노사 분쟁도 현행 노사관계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노사간 자율적 단체교섭을 통해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해 제3자인 장관이 개입토록 한 것은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전 재판관의 판단이었다.
지난해 5월 수사기관의 지문채취에 불응할 경우 벌금이나 과료, 구류 등을 물리도록 규정한 경범죄처벌법 관련 조항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이 나왔지만 전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지문채취를 강제하는 법률의 직접적인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침해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기본권을 과잉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 17회 동기인 전 재판관이 재판소장에 임명될 경우 코드인사라는 논란이 예상되지만 법관과 헌재 재판관으로서 경력을 보면 보수적인 색채의 헌재 이미지에 상당한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도 적지 않다.
전남 승주 출신으로 순천여고와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한 전 재판관은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1999년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민사1부장과 형사2부장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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