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반란 가세로 경영권 공방 '이전투구'

'맛살 신화'로 업계를 평정한 오양수산이 침몰위기에 몰렸다. 창업주 일가의 진흙탕 경영권 분쟁에 회사가 '사분오열' 상태에 몰린 것. 이런 창업주 일가의 재산 다툼은 업계에 성공 잣대로 지목되던 오양의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어 경영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재계는 이번 오양수산의 내분을 두고 “한국 재벌가의 비정한 일면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케이스”라고 말하고 있다. 유통기한을 넘긴 맛살신화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 창업주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분쟁 시작
1983년 개발한 '오양맛살'로 공전의 빅히트를 기록, 탄탄대로를 걷던 오양수산이 휘청이기 시작한 것은 뜻밖에도 오너일가의 내분으로 시작됐다.
지난 2000년 창업주인 김성수 회장(85)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부인과 자식들 간에 경영권 충돌이 야기된 것.

현재까지도 그치지 않고 있는 오양수산의 경영권 대립구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장남인 김명환 현 오양수산 부회장(대표이사)에 대해 김 부회장의 친모인 최옥전씨 및 김 부회장의 친여동생(4명)과 여동생들의 남편들(4명)이 반기를 든 상태. 물론 전면에는 아버지인 김성수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양수산 관계자는 “지난 2003년 최대주주인 김성수 회장이 김 부회장의 퇴출을 시도했지만 주주총회를 통해 무산됐다”고 전했다.
확인 결과 부자간의 경영권 다툼은 법정으로까지 확대, 1심과 2심 모두 김회장이 승소한 상태. 현재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이들 오너 일가의 내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 김명환 대표이사 부회장 '모친상대' 소송도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 7월에는 김 부회장이 모친을 상대로 “산업금융채권 56매(39억원 상당)를 돌려 달라”는 내용의 채권반환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 소송의 내막에는 아버지인 김회장과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자리하고 있었다.

재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월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오양수산 지분 30%를 신한과 하나은행에 유가증권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의결권은 자신이 행사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김 부회장의 경영권 행사에 문제가 생긴 것.

다시 말하면 아버지인 김 회장이 제3자와 신탁체결로 자신의 경영권에 위협을 가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금 확보차원에서 어머니에게 채권반환소송을 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오양수산 관계자는 “아버지인 김 회장의 신탁계약과 어머니를 상대로 한 채권반환소송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현재 오양수산 전 직원들은 김 부회장의 경영권 보장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보도에 자제해 달라”며 취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 일각에선 "회생 불능상태" 진단도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내분 원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2세간의 상속문제가 내분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85살의 고령인 김 회장 사후 이어질 유산 배분에 딸들의 반란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사측 내부인사의 전언임을 전제하면 설득력이 충분했다.

이번 문제와 관련 사내에 구성된 대책위 관계자는 “오는 9월2일까지 이번 사태를 관망한 뒤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김 회장 가족을 상대로 시위를 벌여서라도 경영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오양사태에 대해 단순한 재산 싸움이 아닌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근본적으로 오너일가가 회사 경영권을 인수, 회사 전체를 매각해 재산을 증식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번 싸움을 지켜 본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지금의 오양수산은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졌다”며 “맛살의 유통기한이 다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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