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미국정부 초청으로 미국에 갔었다. 눈에 확 들어 온 것은 우리가 탄 차를 휙 지나가는 현대차 였다. 마치 친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뻤다. '미국땅엔 미국차도 많을 텐데 어떤 사람들이 우리나라 차를 타나?'라며 운전자가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 꼼꼼히 살피기도 했고, 한국차가 또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현대차가 지나가면 한 대, 두 대 손가락으로 셈질해가며 목적지까지 간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그러나 자동차문화까지 세계 상위권일까?. 특히, 크고 비싼 차를 타고 다녀야 어깨 들썩이며, 으스댈 수 있다는 우리네 사회적 풍토가 조금만 바뀐다면,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도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천안시장이 관용차를 최고급승용차(제네시스 3800cc)로 교체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씁쓰름했다. 전국 250개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관용차량은 3만 8천 300대에 이르며, 1년 추정예산은 2천억원에 달한다.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관용차의 거품을 뺄 수는 없을까? 다른 것은 관두고라도 관내를 주로 운행하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타는 관용차량이 웬만한 서민 전세값과 맞먹는 수천만원짜리 최고급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 대형차는 기름만 많이 소비할 뿐아니라 공해요소도 많이 배출한다. 실험실 조사결과 1km 주행시 마티즈가 120g, 그렌저가 255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전화해봤더니 장관이 타는 관용차가 최고급 에쿠스라는 답변에 실망감이 컸다. 국정원과 국방부를 제외한 중앙정부의 관용차량은 1만 9천 200여대로 960여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출근 시간대 서울 진입 승용차중 87.5%가 나홀로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상시 열에 아홉이 혼자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주말 가족나들이에 프라이드나, SM3등 중소형차량을 이용한다

면 우리 모두가 작은 애국자가 되는 것이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입법부등에 분포된 관용차 5만 8천여대 가운데 우선 국민의 대표적인 공복(公僕)인 시장, 군수, 구청장, 장, 차관, 국회의원부터 폼생폼사를 버리고 실용적인 차량을 사용한다면 국민이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관용차량의 경우 구입한지 5년이상, 주행거리 12만km를 넘었을 경우 교체가 가능하다. 99년 2월식, 12만 2천km주행. 지난 9년 동안 나의 길동무가 되어준 애마의 궤적이다. 지금도 끄떡없다.

장전형/시사평론가, 힘내라대한민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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