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취업제한 있으나 마나

직무관련 법적문제 조사 중
공무원과 ‘은밀한 거래’ 의혹
감사원, 국가청렴위, 국가인권위 등 퇴직 고위 공직자들이 유관기관이나 기업체에 무더기 재취업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감사원은 최근 2년간 퇴직자 중 40%가 유관 업체로 재취업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감사원이 이상경 의원(열린우리당, 국회 법사위)에게 제출한 ‘감사원(청렴위, 인권위) 퇴직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일반 기업에 재취업한 퇴직 공직자는 38명, 정부 산하기관 취업자는 14명, 취업제한 검토대상 업체·협회에 취업한 퇴직자는 20명 등 중복된 인원을 포함해 총 54명이라고 밝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이 퇴직 전 3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 및 협회에 퇴직일로부터 2년 이내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감사원 출신의 경우 업무의 특성상 기업체의 고문이나 감사 등을 맡을 경우 향후 감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임원은 “감사원, 금감원, 재경부, 공정위 등 소위 힘 있는 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자는 여러 모로 기업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퇴직 전부터 재취업과 관련된 스카우트 제의는 타 기관과 비교가 안 될 정도”라고 전했다.

퇴사 당일 취업한 사례도 있어

이번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재취업자들은 부총리급인 감사원장에서 계약직 사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취업 직위도 사외이사, 감사, 고문, 회계사 등 다양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공직자윤리법’에 명시된 ‘2년간 취업 제한’ 조항을 무시하고 퇴사 당일 바로 취업한 사례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4급 출신 박양일씨는 2001년 2월 22일 퇴사 당일 기보캐피탈의 부사장으로 취업했으며, 2급 황호부씨, 1급 국장 심일섭씨, 1급 국장 이경섭씨를 비롯한 4명은 당일 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차관급인 감사위원 출신인 김병학씨는 2002년 3월 18일 퇴사해 다음날 바로 국민신용카드 사외이사직을 맡았으며, 4급 성명제씨는 2004년 3월 20일 감사원을 퇴사해 남광토건 감사직에 다음날 취업했다.
4급 조선정씨도 한신공영 고문으로 간 것을 비롯해 총 11명이 퇴사 다음날 기업체에 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및 청렴위, 인권위 출신 재취업자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체 감사직과 고문직에 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감사직으로 재취업한 수는 전체 54명 중 과반수에 가까운 23명이고 고문직은 5명으로 조사됐다.

법 위반 사실 조사 중

참여연대는 지난 7월 19일, 「퇴직 후 취업제한제도 운영실태 보고서」를 통해 금융감독원 퇴직자 8명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상의 업무관련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공직자윤리위)가 이들의 취업을 승인한 것은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했다.

당시 금융감독원과 행정자치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참여연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측은 “금감원과 행자부는 공직자윤리법상의 업무관련성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식의 해석을 내리고 있다”며 “일부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 왜곡하고 있으며 공직자윤리위가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퇴직 후 취업제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현황 자료와 관련해 이상경 의원 측은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의 도덕적 자질 문제가 있다”며 “핵심사안인 직무연관성 부분을 검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법적인 문제를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 특별조사국장(1급)을 고문으로 영입한 기업 측은 “동일업무가 아니라 단순 경영 고문일 뿐”이라며 “회사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리고 대부분 기업들 역시 “법적인 문제에서 전혀 하자가 없다”거나 “통상 관행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감사원 측 관계자 역시 “중앙인사위원회의 심의과정을 거친 상태여서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도덕적, 법률적 문제에도 하자가 없으며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해당 언론사에 명확한 해명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 측은 “고위 공직자들의 얼굴마담 노릇이나 하는 기업들은 엄중 관리해야 한다”며 “향후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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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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