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전쟁' 담론은 대개 자국의 희생을 미화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드높이려는 성향을 띠게 마련이다. 식민지의 기억과 태평양 전쟁의 기념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이 심화한 가운데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소장 임지헌)가 전쟁으로 인한 상흔의 치유를 모색하는 '20세기 전쟁기념의 비교문화사'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30-31일 한양대 종합기술연구동에서 '전쟁기념 담론의 구성과 성격: 공적 담론에서 제도교육까지'를 주제로 열리는 이 학술대회는 전시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역사교과서ㆍ기념관ㆍ영화 등에 전쟁의 '상흔'이 숨겨져 있음을 파헤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전쟁기념 문화에 대한 비교사적 연구는 전쟁 기억과 상흔을 치유하는 성찰의 기회를 줄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합리적 담론 공동체를 모색함으로써 한국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학술대회 개최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한국ㆍ독일ㆍ프랑스ㆍ미국 등의 학자들은 역사학 저술과 언론매체, 역사교과서 등을 소재로 삼아 '전쟁 담론'에 대해 학제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20세기의 전쟁 기념이 여전히 특정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목적을 위해 도구화하고 있지 않은지, 공적인 전쟁 기념의 방식이 국가별, 지역별로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전진성(부산교대)은 '전쟁기념문화의 이론적 구성: 트라우마, 내러티브, 정체성'을 통해 전쟁기념의 비교문화사 연구를 위한 이론적 토대를 살피고, 이재원(한양대)은 프랑스 역사교과서의 사례를 통해 전쟁관련 서술과 기억 형성의 메커니즘을 돌아본다.
마이클 김(연세대)은 '태평양 전쟁과 만주국의 상실된 기억'에서 해방 직후 사회적으로 활발히 회자했던 만주국에서의 경험과 기억들이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언급되지 않는 '사라진 기억'으로 전락한 것에 주목해 그 배경과 의미를 짚어본다.
이화진(연세대)은 제1공화국이 국가 기념을 이승만이라는 한 개인의 기념으로 독점하는 과정과 그 효과를 초창기 대한민국의 공보영화 '대한뉴스'를 통해 분석한다. 광복 선열이나 전몰장병보다 이승만을 위한 기념행사가 더 우세했던 제1공화국의 기념양상들이 해부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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