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이중섭 그림에 대한 위작 시비가 미술계의 고질이 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옥션에서 이중섭 작품에 대한 위작논란으로 검찰수사까지 진행된데다 지난해 10월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미술 100년'전에 전시된 '부부'에 대해서도 위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미술관에서 18일 시작한 '근대의 꿈: 아이들의 초상'전에 소개되고 있는 이중섭의 1950년대 유화 '물고기와 아이들'(개인소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 제기자는 명지대 문화재보존관리학과 최명윤 교수. 최 교수는 23일 "전시가 시작되기 전 미술관측이 감정을 요청해왔을 때 위작이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증거자료도 미술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번에 전시된 '물고기와 아이들'은 1991년부터 이미 가짜 그림이라는 논란이 있었으나 2000년 금성출판사가 발간한 '근대회화선집' 등에 실려 있어 진품으로 여겨졌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1976년 한국근대미술연구소가 발행한 '이중섭 화집'에 들어있는 진짜 그림에 비해 골필로 깊이 눌러 판 무색선이 드러나지 않고 그림 속 물고기를 그린 선의 형태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 최 교수의 논리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측은 이 그림에 대해 전시 전에 엄정한 검증을 거쳤고 진품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여서 전시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혜경 학예연구사는 "전시 시작 전에 이미 전문가들을 초청해 감정을 의뢰한 결과 대다수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어떤 분은 '이 작품마저 의심한다면 이중섭의 작품 전체가 의심되는 것'이라는 의견도 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지난해 5-8월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렸던 '이중섭 드로잉전'에도 출품돼 당시에도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등 전시경력마저 확실한 작품이며, 도록이 아닌 실물을 보면 골필도 분명히 드러나는데 도록 촬영 때의 각도나 광선, 인쇄상의 문제 때문에 달라 보인다는 게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이번 작품 검증에 참여한 전문가는 최 교수 이외에도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송향선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장, 이구열 한국근대미술연구소장 등으로 모두 진품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송향선 위원장은 "나는 이 작품을 무난하게 봤으며 전시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해 진품으로 인정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미술품 감정은 다수결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앞으로 이 작품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리움 전시 때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당시 한국미술품감정협회 위원으로서 서울옥션의 이중섭 위작 경매 파문으로 이중섭 유족 측과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어서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술관 측은 논란이 된 '물고기와 아이들'을 일단 계속 전시하고 있다. 진위 여부를 가리자는 요청이 정식으로 제기되면 소장자 측의 동의를 얻어 투명하게 검증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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