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규장각 창설 230주년 한국학 국제학술회의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서울대학교는 개교 60주년과 규장각 창설 230주년을 기념, 한국학 국제학술회의를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3일 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한다. '21세기 한국학의 진로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회의에는 한국,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지에서 한국학을 연구 중인 학자들 다수가 참여, 한국학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또한 규장각을 비롯한 조선 후기 사회의 지식 정보의 흐름도 되짚어 볼 예정이다. 이태진 조직위원장(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은 "1776년 규장각이 창설된 이래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한국에 관한 연구가 어떤 흐름을 이어왔는가를 살피고, 한국학 연구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대회 개최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31일 '규장각과 동아시아 지식세계', 6월1일 '한국학 연구의 지원체계와 활동' '해외 한국학 연구의 현황과 과제' '국내외 한국학 연구의 과제', 6월2일 '탈식민지시대의 한국학의 세계화와 동아시아 지역학)'의 5가지 세션과 마지막 종합토론으로 구성된다. 주최 측이 미리 배포한 논문을 통해 이번 학술회의의 주요 논점을 짚어본다. ▲ "한국학 수련에서 언어 능력 가장 중요" 미국 하와이대의 에드워드 J. 슐츠 교수는 발표 '해외 한국학 지원실태와 국제 한국학 연구의 강화'에서 한국 국내와 국외에서 이뤄지는 연구들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한다. 그는 특히 국내와 국외의 한국학 연구를 연결짓는데 있어서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슐츠 교수는 "모든 한국학 수련의 초기 단계에서 언어 능력의 확충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면서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들 역시 제2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언어 구사 능력이 성숙한 수준에 도달하면, 학생들은 그러한 능력을 숙달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그들의 모국에서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대학원 과정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면서 해외의 한국학 연구자들의 한국 유학 필요성을 역설한다. ▲ "민족주의 역사학, 서구 한국학에서 쟁점 될 것" 코넬대의 마이클 D. 신 교수는 '미국에서의 한국사 연구:지난 10년의 검토와 미래를 위한 전망'에서 미국에서의 한국학 연구는 지난 10년 간 계속 성장해 왔지만, 그 기간 출판된 한국사 관련 저서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늘어가는 지적 호기심에 비해 결과물과 한국학 관련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그는 "한국의 전근대사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반면, 근대사에 대한 관심은 증가했다"면서 "근대사 중에서도 특히 사회사와 문화사에 대한 연구가 점차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내 한국학자들과 한국 내 역사학자들간 교류와 공동작업 역시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고도 덧붙인다. 신 교수의 지적 중 또하나 특징적인 것은 미국의 일본학 연구자들이 한국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의 일본학 연구자들이 일본 제국주의에 관심을 갖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제국주의의 대상물이었던 한국이 일본사 전공 대학원생들에게 2차적인 연구 영역으로서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민족주의 역사학의 위상을 짚어보면서 "한국과 서구 양쪽에서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포스트모던과 포스트식민주의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역사 서술을 조직하는 원리로서의 '민족'(nation)을 거부하게 됐다는 것. 그는 "미국 내 한국사학의 새로운 경향들 중에 특히 문화사 영역에서 민족주의 역사학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으나, 이런 연구는 결국 역사 서술에서의 민족 중심성을 강화하는 결과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민족과 민족주의의 형성에 주목한 연구들은 많지만, 민족주의적 역사학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민족주의 역사학은 서구에서의 한국학 분야에서 논의의 쟁점으로 더욱 명확히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국 위상 제고에 문화적 제국주의ㆍ자기방어 기제 있어" 컬럼비아대 김자현 교수는 발표 '한국 문화의 위상 정립과 세계화'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다"라는 행위의 동기에 '문화적 제국주의'와 '문화적 자기 방어'가 숨어있다고 진단한다. 즉, 어떤 문화가 우월하고 다른 문화권은 그 우수한 문화로부터 수혜를 받는다는 생각(문화적 제국주의)과, 어떤 문화가 지금까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알려져야 한다는 인식(문화적 자기방어)이 숨어 있다는 것. 김 교수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은 이 두 가지 동기와 함께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향한 '열망' 현상을 성찰해 본다면 이는 학술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한류'를 촉진하는 방안도 내놓는다. 김 교수는 "한류를 보편적ㆍ세계적 현상으로 취급할 때보다, 그것이 강력한 영향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지역에 초점을 맞출 때에 더 효과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른 지역과 달리, 어떤 특정 지역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왜, 어떻게 더 잘 수용하게 됐는가를 고찰하는 것이 '한류'를 더욱 정확히 이해하는 방법이라는 것으로, 김 교수는 이런 분석이 '한류'를 촉진할 효과적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서울대 정옥자 교수가 "조선 정조대에 규장각에서 추진한 서적 편찬 등 정보화사업은 지식기반사회로 전환하는 현시점에서 다시 한번 음미해보아야 할 일"이라면서 "사람 밖에 기대할 자원이 별로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는 등 조선후기 지식정보 흐름도 짚어본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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