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근대화 물결이 몰아치면서 중국대륙에서 공자는 종래에 누리던 절대지위를 급격히 상실해 갔다고 한다. 우리가 그랬듯이, 일본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하지만 타도의 움직임이 클수록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반대도 거세지기 마련이다. 후스(胡適) 등이 주도한 신문화운동으로 대표되는 근대화 추동 세력들은 중국을 서구 열강에 무너지게 한 주범으로 공자를 지목하면서 '타도 공자'(打到)를 외쳤다. 공자를 무너뜨리기만 하면, 중국은 다시 설 줄 알았다.
하지만 같은 시기, 캉유웨이(康有爲)는 공자를 신격화하고 유교를 종교화하자고 역설했다. 조금 뒤 중국 공산당은 공자의 유산을 청산하고자 한 반면, 이들과 경쟁한 장졔스의 국민당에서는 공자의 가르침에 충실한 '신생활운동'을 전개했다.
이런 줄다리기를 통해 단 한 가지만은 분명해졌다. 공자는 2천년 이상 군림하던 절대지존의 자리를 상실했다. 하지만 지존에서 내려온 공자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종래의 공자가 지배권력이 내세운 절대무기였다면, 탈신성화한 공자는 대중을 파고들었다.
중국을 온통 혁명의 도가니로 몰고간 '문혁'(문화혁명)이 끝나고 1976년 9월9일 절대권력자 마오쩌둥이 세상을 뜨자, 문혁에서 갖은 모욕을 당한 공자는 대중과 권력 앞에 다시 우뚝 섰다.
2004년 공자의 사당인 산둥성 취푸(曲阜) 소재 문묘(文廟) 제례가 마침내 국가 주도 행사로 부활한 것은 '공자 부활'의 공식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남존여비 사상에 투철한 것으로 알려진 유교. 그렇기에 유교는 페미니즘과 물과 기름 같은 사이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중국의 현대사는 그것을 비웃는다. 민족주의 운동과 페미니즘은 유교와 얼마든지 자유롭게 결합했으며 지금도 결합하고 있다.
전인갑 인천대 중국학과 교수를 비롯한 중국학 전공자 9명이 머리를 맞댄 '공자, 현대 중국을 가르지르다'(새물결)는 격동의 중국 근현대 1세기를 보는 키워드로 공자를 추출한 결과물이다.
이번 책은 공자를 '일상의 공자'와 '기획된 공자'의 두 가지로 분류한다. 전자가 대중매체라든가, 소설, 서양의 누드화 수용 과정을 등을 통해 중국문화와 정치에서 차지하는 공자의 위상이 얼마나 강고한 지를 보고자 했다면, 후자는 지배권력에 의한 '공자 이데올로기'의 이용 양태를 분석했다.
아마도 중국이라는 민족과 국가가 존재하는 한, 공자라는 상품은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며 끊임없이 재생산될 듯하다. 20세기 중국의 풍향계가 공자였듯이 말이다. 350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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