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190㎝가 넘는 키에 파란 눈, 금발의 인요한(47) 세브란스 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은 자신의 정체성을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국적은 미국이다. 두 나라 사이의 완전한 경계인이지만 그럼에도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내 정체성은 전라도 사람이라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순천은 지금도 내 마음의 중심이다."
1895년 한국에 온 유진 벨 목사가 그의 진외증조부(친할머니의 아버지)이며 22세 때 한국에 와 의료와 선교 활동을 한 윌리엄 린튼 선교사가 할아버지, 군산에서 태어나 전남에서 교회를 개척한 휴 린튼 선교사가 그의 아버지다.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생각의 나무 펴냄)은 이렇게 111년에 걸쳐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어 온 가족사, 고향인 전라도 순천에 대한 추억 등을 담담하게 쓴 인 소장의 한국 사랑 이야기다.
1959년 전북 전주 예수병원에서 태어난 인 소장은 부모가 선교활동을 하던 순천에서 자랐다.
책에는 베이비 시터였던 '옥자 누나', 검정 고무신을 즐겨 신어 별명이 '순천의 검정 고무신'이었던 아버지, 자신의 영어 이름인 '존'(John)을 전라도 버전으로 '짠이'로 불렀던 동네 어른 등에 대한 추억이 담겨 있다.
그는 연세대 의예과 1학년 재학시절인 1980년 5월 광주를 찾아 전남도청에서 있었던 시민군과 외신기자들의 회견을 통역했으며 1990년대 후반에는 북한 결핵치료 사업에 나섰다.
또한 1992년 아버지 조의금으로 미국 지인들이 보내 온 4만달러(당시 약 3천200만원)로 15인승 승합차를 개조해 한국형 앰뷸런스를 만들었다. 이 앰뷸런스는 이후 재개조돼 전국 소방서 등에 3천 여대가 보급됐다고 그는 전했다.
인 소장은 책 머리에 "나는 내 피 속에 흐르는 한국인의 기질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를 키운 8할은 한국 사람들의 뜨거운 정이었다. 내 영혼은 한국 사람들의 강직하고 따뜻한 심성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것에 길들여졌다"며 한국인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남들이 잘 가려하지 않는 길 위에서 내가 가진 재능과 기술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도우려고 노력하고 싶었다"며 "그것은 선교사 아들로서의 숙명이기도 하고, 내가 한국 사람에게 받은 사랑의 빚을 갚는 방법이기도 했다"고 적었다. 292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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