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8대 총선의 결과는 한마디로 진보진영의 참패였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거리는 민노당 강기갑의원이 친이(李)의 거물인사인 이방호 의원을 경남 사천에서 꺾었다는 정도다.

민노당 보다 더 심하게 타격을 입은 곳은 김일성주의(主義)와 결별을 고하고 새로운 진보를 외쳤던 진보신당. 당의 얼굴마담격인 심상정, 노회찬의원이 국회입성에 실패를 했다.

특히 진보 쪽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았던 노회찬 의원이 엘리트 경영인 출신과 노동운동가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정치신인 홍정욱 의원에게 일격을 맞은 것은 진보 쪽에서 볼 때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다.

물론 본인은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변함없이 밀고나갈 생각”이며 “복당 운운 하는 것은 인격적 모독”이라고 밝혔지만 왠지 목소리에 힘이 없어 보인다.

민노당 천영세 대표 역시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후보의 당선 실패는 전체 진보 정치의 손실”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통합신당과 차별화를 선언했던 창조한국당 역시 3.8%대의 지지율로 '문국현 1인 정당'이라는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당 전체가 은평 을에 결집 이재오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가 궁금하다.

아마 박찬종이나 이인제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결론적으로 17대에서 '제3의 정당'으로 나름의 목소리를 냈던 진보 진영은 4년 만에 다시 비주류 세력으로 밀려났다. 한동안 총선 패배에 대한 양당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분당에 따른 세력 약화가 낮은 정당 지지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제도권 정치세력으로 굳힐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는 점에서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이런 결과에 따라 진보진영은 총선 이후 진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노선과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흩어진 진보진영을 재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진보 쪽의 가장 큰 고민은 “바닥까지 곤두박질 친 이미지를 앞으로 어떻게 회복하느냐”는 것이다.

투데이코리아 편집국장

김태혁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