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과반턱걸이’, 친박 ‘약진’, 민주 ‘선전’, 진보 ‘후퇴’

민주당, '견제론' 힘 못 받아
선진당, 교섭단체 구성 주력할듯

제18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월9일 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뚜렷한 정책적인 이슈 없이 치러진 이번 총선은 역대 최저 투표율(46%)을 기록했다. 그나마 '안정론' vs '견제론', '공천심판', '대운하 저지' 등의 쟁점을 중심으로 치러졌다. 결과는 한나라 '과반 턱걸이', 친박계 후보들의 약진으로 인한 '박근혜의 승리', 참패 우려를 씻은 '민주당의 선전', '진보진영의 후퇴' 등으로 나타났다. 또 이재오, 이방호 의원 등 MB 측근들은 낙선하고 민주당 지도부도 대거 탈락했다. 한편 자유선진당의 충청권 바람몰이 성공, '운동권 386'의 몰락, 무소속 후보가 25명이나 당선돼 '공천심판'의 장이 되기도 했다. 4월 9일 치러진 총선 결과를 권역별로 표심의 방향을 살펴봤다.

서울, 인천, 경기, 강원 - 한나라 석권, 초박빙 많아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대부분의 초경합 지역에서 승리하며 서울에서 총 48곳 중 40곳을, 인천에서는 12곳 중 9곳을 경기에서는 51곳 중 32곳을 가져갔다. 한나라당이 예상 외로 영남, 충청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도 전체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의 이 같은 선전 덕분이다.

하지만 지역구 1, 2위 후보들의 득표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48곳 중 15곳에서 득표율 5%포인트 이내의 격차로 승부가 갈렸을 만큼 치열한 접전 지역이 많아 압승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사진=문국현>
<사진=이재오>
한나라당이 대부분의 지역구를 휩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을 누르고 당선 된 것이다. '대운하' 이슈의 발원지이기도 했던 은평을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원내진출과 함께 위기에 처해 있던 당을 상당부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으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또 '추다르크'로 불리는 추미애(광진을) 전 의원의 컴백, 박영선(구로을) 의원의 수성 등이 눈에 띄었다. 이외 민주당 최규식(강북을), 이미경(은평갑), 전병헌(동작갑), 김희철(관악을), 김성순(송파병) 후보가 서울에서 당선됐다.

<사진=손학규>
<사진=정동영>
한편 '빅매치'로 기대를 모았던 손학규-박진(종로), 정동영-정몽준(동작을)의 대결은 박진-정몽준의 승리로 돌아갔다. 손학규 대표는 비록 패했지만 민주당이 그나마 선전해 당내 입지에 대한 여지를 남겼지만 정동영 후보는 대선에 연이은 패배의 쓴 잔을 들며 당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의 입지 또한 불투명하게 됐다.

<사진=박진>

<사진=정몽준>

상대적으로 박진 의원은 '종로의 아들'임을 증명했고 정몽준 의원은 6선을 달성하며 당내에서도 입지를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노회찬, 김근태, 우상호, 신은경, 이상수, 신계륜, 유인태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이에 반해 홍정욱, 신지호, 이성헌, 나경원, 유정현, 김효재, 김선동 후보는 당선됐다. 전여옥, 정두언, 원희룡 의원은 건재를 과시했다.

인천은 계양을 제외하곤 야당적인 성향이 강했던 지역들마저 한나라당이 가져가며 한나라당의 '히든카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민주당은 인천 지역 8명의 현역 의원 가운데 송영길(계양을), 신학용(계양갑)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의석을 지키지 못했다.

경기의 경우 한나라당 남경필(수원 팔달), 안상수(의왕-과천) 의원은 가볍게 승리를 따낸 가운데 부천 원미을에선 이사철(한)-배기선(민) 후보의 '리턴매치'에서 이사철 후보가 웃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한 통합민주당 문희상 후보도 의정부갑에서 승리하며 4선에 성공했다. 반면 고양 일산 동구에서는 통합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가 덕양구갑에서는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가 낙선했다.

친박계 인사들은 약진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낸 한선교 후보는 용인 수지에서 한나라당 윤건영 후보를 눌렀고, 친박연대 홍장표 후보는 안산 상록을에서 '변양균-신정아 게이트'의 주역 한나라당 이진동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강원에서는 한나라당 이계진, 통합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고 무소속 후보 3명이 당선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여기자 성희롱' 파문에도 불구하고 무소속 최연희 후보(동해, 삼척)가 당선돼 눈길을 끌었다.

충청권 - 선진당 돌풍, 한나라 참패

<사진=이회창>
충청권에서는 부활의 날개 짓의 징후가 감지됐다.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의 총 24곳의 지역구 중 14곳을 가져가 충청 '올인' 전략이 적중했고 명실상부한 충청을 기반으로 한 정당임을 증명했다.

또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의 지역기반이 얼마나 탄탄한 것인가를 증명하면서 이 총재의 정치적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충청'에 연고를 둔 당의 기반을 공고히 한 효과를 얻었다. 먼저 이회창 총재는 홍성-예산에서 홍문표 후보를 따돌렸으며 심대평 대표 또한 공주-연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특히 부여-청양의 경우 투표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예외 없이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김학원 의원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실제 개표 결과 자유선진당 이진삼 후보가 승리해 의외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또한 서산-태안에서는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가 화제를 모았던 전 빙그레 회장 김호연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 밖에도 자유선진당 류근찬(보령-서천), 변웅전(서산-태안), 김낙성(당진) 후보 등이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특히 민주당을 탈당해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용희 후보는 충북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의미 있는 승리를 만들어냈다.

자유선진당은 비록 수도권과 영남권에서는 당선자를 내지 못해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추진 못했지만 향후 정국에서 나름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했다.

한편 한나라당이 '압도적 과반'이 되기 위해서는 '충청의 힘'이 절실했지만 이번 4.9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1곳만을 차지해 결과적으로 보면 충청에서의 참패가 한나라당의 '턱걸이 과반'에 일조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인제 후보는 5선에 성공해 지역구인 '논산, 계룡, 금산'은 이인제 후보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너무나 견고함을 과시했다.

박근혜 입지 늘어 주도권 잡아
향후 정계개편에 관심 쏠려

영남권 - '박근혜의 힘', '친이 몰락'

<사진=박근혜>
이번 총선 최대의 변수였던 '박근혜 효과'가 여실히 드러난 곳이 바로 영남이다. 이와는 반대로 한나라당은 텃밭인 영남권에서 '공천심판'을 받게 됐다. 한나라당은 총 68곳의 지역구 중 46개 지역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반면 무소속은 13곳, 친박연대 5곳, 민주노동당 2곳, 민주당 2곳 등 '비한나라' 세력이 22곳에서 당선됐다. 특히 무소속 13명 가운데는 12명은 '친박 무소속 연대'이거나 친박 세력의 간접적 지원을 얻어 당선된 사람들이고 '친박 무소속 연대' 바람이 거셌던 부산에서는 친박 무소속 5명과 친박연대 1명 등 친박세력이 6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박근혜 파워'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압도적 과반'을 하지 못한 이유 중에는 영남권 '박근혜 바람'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번 총선 최대의 이변으로 꼽히는 경남 사천은 '선거혁명'으로 불려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의 이변을 낳아 영남으로 눈길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다름 아닌 한나라당 공천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이방호 사무총장이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사진=이방호>
<사진=강기갑>
서울 은평 을의 이재오 의원과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의 '양 날개'인 두 사람이 낙마하면서 그 파급효과는 증폭됐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두 팔이 잘린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정종복(경북 경주) 제1사무부총장과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었던 박형준(부산 수영) 의원 마저도 패배하면서 '친이계'의 몰락과 박근혜 전 대표의 비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다만 친박연대 김일윤 당선자의 경우 유세 과정에서 참모들이 금품 살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기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 변동이 있을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사진=김무성>
박근혜 전 대표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부산 남을)을 포함해 부산에서 친박 무소속연대 5명과 대구에서도 친박연대 홍사덕 후보를 포함한 3명과 친박 무소속연대인 이해봉 후보를 비롯해 경북에서도 친박연대 1명, 친박 무소속연대 5명이 당선됐다.

게다가 경북은 최경환(경산-청도) 정희수(영천) 김성조(구미갑)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들도 친박 성향이기 때문에 사실상 '친박일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입지는 한층 더 높아졌으며 한나라당도 박 전 대표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호소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또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 의원들의 복당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게 됐다.

한편 경남에서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창원 을에서 승리해 저력을 보여줬다. 권 의원은 이곳에서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정치력을 검증받았다. 근로자와 그 가족이 4만여 명이나 되는 지역 특성에다 1만8000여 명에 이르는 이 지역 민주노총 조합원이 당선에 큰 힘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앞서 언급한 사천의 강기갑 의원의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을 꺽으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통합민주당 최철국 당선자는 한나라 텃밭인 경남에서 승리를 일궈냈다. 최 당선자는 김해시장(3선) 출신이다. 그러나 최 후보가 출마한 김해 을 지역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봉하마을이 있는 곳이어서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 당선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7대 총선에서 부산의 유일한 비한나라당 의원으로 당선돼 전국적 관심을 모았던 조경태 당선인(사하을)은 재선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한편 '형님공천'의 주역인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도 포항 남구 울릉에서 당선됐다.

호남, 제주 - 역시 민주당, 'DJ향수' 시들

<사진=박지원>
호남은 '민주당'을 버리지 않았다. 반면에 'DJ 향수'를 노린 박지원 전 비서실장은 웃고 김홍업 , 한화갑 의원은 울었다. 다만 무소속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민주당은 광주에서 8곳 중 7곳, 전북에서 11곳 중 9곳, 전남 12곳 중 9곳 등 31곳 중 25곳을 차지했다. 무소속 후보들이 6명 당선됐다.

먼저 박지원 전 비서실장은 목포에서 홀로 'DJ 향수'를 자극하는데 성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복으로써 다시 한번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민주당으로 복당의사를 밝히고 있어 앞으로의 거취와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의원과 동교동계의 부활을 꿈꾸며 광주 북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통합민주당 강기정 당선자에 패해 낙선했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도 한 전 대표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DJ 향수'는 그 수명을 다 해 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한편 광주 동에 출마한 박주선 후보는 3차례 구속, 3차례 무죄 판결, 17대 총선 옥중 낙마, 2006년 서울시장 출마 고배의 시련 끝에 18대 국회에 입성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유성엽(전북 정읍) 후보와 민주당 복당이 거부된 강운태(광주 남)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돼 눈길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호남은 무소속 의원들도 민주당 복당을 의중에 두고 있고 'DJ 향수'는 사라지고 있었지만 역시 민주당의 텃밭임을 또 다시 증명했다.

제주는 17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통합민주당이 3곳 모두에서 승리했다. 제주갑, 제주을, 서귀포 등 3개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 혹은 무소속 후보를 4∼7%포인트 앞서면서 승리를 거머줬다. 이번에 당선된 후보들은 모두 현역 의원이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친박계 현경대 후보는 탈락했다.

투데이코리아 강기보 기자 luckyb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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