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과연 무슨 기준으로 비례대표 공천했나?

    경력·전문성 전무에 각종 범죄 의혹까지
    기사입력 2008.04.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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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하게 된 각 당의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한 각종 무자격·도덕성 논란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그 대상자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친박연대 비례대표 기호 1번으로 당선된 양정례 씨.

    양정례 씨는 1977년 5월 7일생으로 현재 만 30세이다. 이번 총선 당선자 중 제일 나이가 어린 사람이다.

    물론 젊은 사람을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한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그에 대해 알려진 활동 경력 등이 거의 전무하고 그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는 것. 이는 통상적인 비례대표 기호 1번 공천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비례대표 기호 1번은 그 당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여·야를 통틀어 각 당은 비례대표 1번을 공천할 때 당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잘 반영할 만한 인물을 고르기 위해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다.

    참고로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기호 1번으로 ‘빈민운동의 대모’로 꼽히는 강명순 (사)부스러기사랑나눔회 대표를 공천해 ‘소외계층을 위해 힘쓰는 집권여당’이라는 당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통합민주당은 비례대표 기호 1번으로 이성남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공천해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유능한 대안야당’이라는 당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양정례 씨는 이런 당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나타낼 수 있는 활동경력 같은 것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또한 그는 비례대표 기호 1번이면서도 선거일 날 개표 방송이 진행되는 순간에도 당사에 나오지 않고 당직자들 대부분이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는 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현재 직업이 사)건풍복지회 연구관이고 현재 새시대 새물결 여성청년 간사를 맡고 있다는 정도이다.

    건풍복지회는 양정례 씨의 모친인 김순애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이다. 현재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상록수 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건풍복지회 측은 양정례 씨에 대해 “양 당선자는 이곳에서 아동복지 등 여러 가지 사회복지를 구상하고 계획하고 연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풍복지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복지사업을 해왔는지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단순히 어린이집을 위탁운영한 것을 사회복지 사업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에서 볼 때 지금으로선 건풍복지회를 사회복지 기관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세금을 안 내려고 ‘사회복지시설’이라며 내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며 “양정례 씨는 어머니가 이사장으로 있는 단체에 경력 제출용으로 이름만 올려 놓은 것”이라는 주장마저 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양정례 씨가 학력을 위조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는 것.

    최근 일부 언론에 공개된 친박연대에서 작성한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 문건에 의하면 양정례 씨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그는 연세대를 졸업한 것이 아니라 지난 해 2월 연세대 법무대학원을 졸업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학부는 안양대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연세대 법무대학원이 특수대학원으로 논문을 제출하지 않고도 석사 학위 취득이 가능할 정도로 학업 강도와 석사 학위의 공신력이 약하다는 것.

    이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허위 학력 제출에 대해 당 차원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또한 양정례 씨 공천은 공심위를 거치지 않고 비밀리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 관계자는 “스스로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또한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 문건에는 양정례 씨가 현재 박사모 여성 회장인 것으로 돼 있으나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양정례 씨는 박사모 회원으로 가입한 사실조차 없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친박연대측은 “여직원이 양정례 씨의 후보자 이력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누군가 양정례 씨를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하기 위해 허위 경력을 작성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양정례 씨는 그의 어머니 야심을 채우려고 내 보낸 것”이라며 “아무 준비도 기본이 안 된 사람을 내보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라며 양정례씨와 어머니인 김순애 씨를 싸잡아 비판했다.

    또한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양정례 씨는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본 적 없다”며 “그의 어머니인 김순애 씨는 7-80년대 강남 복부인으로 부동산 투기를 통해 상당한 재력을 축적했으며 오랫동안 여관업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박연대 송영선 대변인은 13일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양정례 씨에 대해 묻지 마라”며 “나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했다.

    송영선 대변인은 “서청원 대표최고위원에게 물어봐라”며 “서청원 대표최고위원이 데려 왔다”며 자신은 서 대표에게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청원 대표최고위원 측은 이 날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원래 비례대표 기호 1번은 한나라당 문희 의원이었다”며 “하지만 문 의원이 개편대회가 있던 지난 달 24일 당에 편지를 보내 친박연대 입당 거부 의사를 밝혔고 다른 당의 많은 훌륭한 분들이 친박연대 공천을 희망했으나 당적 변경 금지 기간에 결려 친박연대는 이들을 공천할 수가 없어서 양정례 씨를 공천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친박연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는 모두 8명이다. 하지만 당 내외에서는 이들 대부분이 서청원 대표 측 사람이라는 것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친박연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 중 정영희 친박연대 여성위원장과 노철래 친박연대 사무부총장 등 상당수가 서 대표의 사조직인 청산회 출신으로 알려져 있고 서 대표는 비례대표 기호 2번으로 당선됐다.

    정영희 친박연대 여성위원장과 노철래 친박연대 사무부총장 모두는 비례대표 후보자로 공천할 만한 경력 등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 중 대중적 지명도나 전문성 등을 갖춘 인물로는 비례대표 기호 5번으로 당선된 방송 연기자 김을동 씨와 기호 4번으로 당선된 송영선 대변인이 유일하다.

    비례대표 당선자를 돌러싼 논란은 친박연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가까스로 최악의 상황을 면한 통합민주당의 비례대표 기호 6번으로 당선된 정국교
     (주)H&T대표이사는 지난 해 우즈베키스탄과 태양열 에너지 사업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파기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지난3월13일자 투데이코리아 단독보도]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양해각서 체결로 5천 원대에서 9만 원대로 뛴 자사 주식 40만주를 내다판 뒤 양해각서 파기를 공시해, 주가 조작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는 것.

    이번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사에는 “그런 사람한테 공천을 줄 수 있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 수사 선상에 놓여 있는 정국교 당선자는 지난 13일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조용하게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참고로 에이치앤티(H&T)는 하드디스크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이다.

    이번 총선에서 가까스로 과반을 넘긴 한나라당은 비례대표 기호 7번으로 당선된 김소남 씨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 한나라당은 김소남 씨 공천에 대해 “김소남 씨는 전남 화순출신으로 ‘호남 배려’ 차원에서 공천됐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김소남 씨에 대해 현 호남향우회 전국여성회장이라고 기재돼 있다.

    하지만 ‘호남 향우회’에서조차 김소남 씨에 대해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의 공천 배경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대 경영대 대학원 교우회장을 해서 공천된 것이라는 말들도 나오고 있는 실정.

    참고로 이번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 22명 중 17명이 친이명박 계열 인사들이다.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기호 2번으로 당선된 이한정 씨는 과거 전과 및 불분명한 이력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전직이 ‘자유총연맹 부총재’라고 밝히고 있는 이한정 씨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 새정치국민회의 공천에서 탈락한 후 탈당하고 민주국민당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두 건의 사기와 공갈 전과로 ‘전과 3관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총선 후에는 고교졸업증 위조 및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깨끗함’이라는 기존 정당과의 차별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창조한국당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인 것이다.

    비례대표의 자격을 둘러싸고 여러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당선된 이상 당 차원에서 이들을 제지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 법에 의하면 비례대표 의원은 자진해서 탈당한 경우가 아니면 당에서 문제가 된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하더라도 이들은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투데이코리아 이은영 기자/이광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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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권순직 칼럼] 감동을 주는 기부
  • 권순직 논설주간|2019-05-23
  • 최근 미국의 한 ‘통 큰 기부’가 세계적인 감동 스토리가 됐다. 미국 사모펀드 기업인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의 설립자인 로버트 F 스미스는 애틀란타 모어하우스 대학교 졸업식 연사로 참석, 축사 연설 중 “여러분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지원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해 졸업식장을 환호의 장으로 몰아넣었다. 그가 약속한 것은 400명에게 지원될 것으로, 4000만달러(약 478억원)에 달한다. 미국에서도 대학 졸업 후 대출받은 학자금 상환이 큰 사회적 문제다. 스미스는 학생들에게 “당신들의 졸업장은 당신 혼자만의 노력으로 받은 것이 아니니 후에 당신들의 부와 성공, 재능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고 당부했다. 미국은 기부 천국이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이자 세계 2위 부호인 빌 게이츠는 작년 말 자신의 아내 멀린다가 세운 ‘빌 &amp; 멀린다 게이츠재단’으로하여금 가난한 미국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돕도록 4억6000만달러(약5100억원)을 기부했다. 그는 전에도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법 개발 촉진을 위해 3년 동안 3000만달러, 치매발견 펀드에 5000만달러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빌 게이츠의 재산은 960억달러(약106조원)이며, 그들 부부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350억달러(약39조원)에 달한다. 그런 그는 “내가 죽은 뒤 세 자녀에겐 유산의 0.02%만 물려주겠다”고 한다. 기부의 변이 가슴을 울린다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그의 모교 존스홉킨스대학에 18억달러(2조300억원)을 기부했다. “훌륭한 자격을 갖춘 고등학생들이 부모의 통장 잔고 때문에 대학 입학 문턱에서 좌절해선 안된다... 돈이 없다고 진학을 못하는 것은 기회균등을 훼손하며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빈곤을 영구화한다”고 말했다.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는 20억달러(2조2400억원)를 기부해 자선재단을 세웠다. 그는 “후손들이 우리보다 나은 삶을 살지 못한다면 이는 정말 잘못된 일”이라는 말을 남겼다. 미국의 한해 기부금 총액은 무려 460조원을 넘을 정도로 기부문화가 뿌리깊다. 영웅본색 와호장룡 등의 영화로 우리에게 낯익은 홍콩의 영화배우 저우룬파(周潤發)은 전재산 56억홍콩달러(81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 돈은 내것이 아니고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기부문화가 확산된다 해마다 연말이면 신문을 장식하는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있다. 주민센터 주차장에 돈이 든 종이상자를 갖다놓고 사라지면서 주민센터에 전화로 알리기를 19년, 금액만도 6억원이 넘는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사도 겯들인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60년대 초부터 과일장사를 해온 김영석 양영애 노부부는 평생 땀 흘려 모은 400억원 상당의 땅과 건물을 고려대에 기부했다. “어려운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써달라”며 “쑥스러워요, 내가 쓰고 남은 돈을 기부한 것 뿐인데”라는 게 이 노인의 말이다. 지난 4월 별세한 대덕전자 김정식회장은 “한국 AI(인공지능) 연구 발전에 써달라”며 재산 500억원을 모교 서울대에 기증했다. 거부들의 큰돈만이 기부가 아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기업인들의 기부도 줄을 잇는다. 차량공유업체와 카풀 업체를 잇달아 성공시킨 40대 창업자 김지만씨(제쿠먼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작년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억원을 쾌척했다. “돈을 많이 번 다음에 기부하기 보다, 다 이루기 전에 기부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서정훈씨(제너럴바이오 대표)는 1억원을 모금회에 기부했다. 그는 전체 직원 140명중 40명이 장애인인 사회적기업인이다. 이밖에도 연예인 운동선수 등 수많은 젊은이들이 기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결코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재벌기업들도 생색내지 않지만 엄청난 기부,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음은 알아야 한다. 이에 비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기부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남 몰래 선행하는 인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동적인 지도층의 기부는 들어본 적이 없다. 최근 지도층 인사들 간의 이런 논쟁을 본 적이 있다. “우리가 민주화 운동 하면서 감옥가고, 고생할 때 당신들은 뭘 했나” 이에 맞서 “그럼 당신들은 손수 일해 돈 벌어본 적이 있는가, 세금 내서 나라 살림에 보탬이 되어본 적이 있는가” 일반 사람들 눈에는 이런 논쟁이 가소롭기 짝이 없다. 묵묵히 각자 위치에서 일해 온 서민들, 적으나마 사회에 기여해온 것이다. 기업인들은 열심히 일해 고용을 창출하고 국민총생산 증가에 기여해왔다. 그리고 여유 생기면 기부도 적지 않이 해왔다. 이들이 진정한 애국자다. 진정으로 존중받고 존경받을 사람들은 다름 아닌 이들 민초(民草)다. &lt;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gt;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 [박현채 칼럼]걸리면 끝장
  • 박현채 주필|2019-05-17
  • 최근들어 ‘걸리면 끝장“이라는 말이 가축농가를 중심으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을 비롯한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나오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살아 남는 돼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ASF는 돼지에서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폐사율이 100%에 달한다. 감염되면 고열증세를 보인 뒤 피부색이 변하다가 혈변을 쏟으며 며칠 안에 죽는다. 살처분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현재로서는 국경 통제에 의한 방역활동으로 전염을 차단하는 게 유일한 방책이다. ASF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돼지뿐 아니라 냉동육 등 돼지고기 제품에서도 생존할 수 있어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한 후에도 계속 확산될 수 있다. “80도 이상에서 30분간 열처리를 하면 바이러스가 죽지만, 햄과 소시지 등은 그 이하 온도에서 주로 가공되기 때문에 축산물을 통한 전파가 가능하다. 1920년에 발병해 주로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만 발생하던 전염병인 ASF가 지난해 8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에 전파됐다. 올해들어 몽골(1월), 베트남(2월), 캄보디아(4월) 등 주변국으로 확산됐다. 공식 발표만 없을 뿐이지 북한에도 전파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휴대 축산물에서도 관련 유전자가 7회에 걸쳐 15건이나 검출되면서 우리나라 검역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돼지의 절반 가량인 약 5억 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중국에서는 올해 2월까지 반년 동안 100만 마리가 살처분된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공식 통계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추측된다. 브라질 농업부와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 등은 앞으로 중국에서 최대 2억 마리가 죽거나 살처분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에서 사육되는 돼지 두수와 맞먹는 숫자다. 돼지고기가 총육류 소비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베트남에서도 지금까지 120만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3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베트남 정부에 권고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세계적인 돼지 파동이 일어나지 않을 까 우려된다.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ASF 발생으로 돼지고기 공급에 차질을 빚자 브라질에서 돼지비계까지 수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브라질산 돼지고기의 대 중국 수출액은 3천580만 달러(425억 원)로 전년 동월보다 42%나 급증했다. 이는 1997년 브라질 정부의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다. 국영 뉴스통신 아젠시아 브라질은 브라질돈육협회(ABPA) 자료를 인용, 금년 말까지 중국에서 최소한 100만∼200만t의 돼지고기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조차 중국의 소비량을 충족시킬 만큼 돼지고기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돼지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급등하고 소, 닭, 오리 등 다른 육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결코 ASF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아시아 발생 국가들과 인적·물적 교류가 많아 언제라도 국내로 유입될 위험성이 높다. 벌써부터 중국 등을 다녀온 여행객이 가져온 돼지고기 축산물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유전자가 14건이나 되는 등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바이러스는 야생 멧돼지의 이동으로도 감염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만에 하나 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될 경우, 7조원(지난해 기준) 규모의 국내 양돈업 붕괴는 몰론 농업 전반에 심대한 피해가 예상돤다. 역대 사상 최악으로 300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 되는 등 3조 원 이상의 피해를 냈던 2010년 구제역 사태는 양반일 것이다. 축산업계는 물론 사료업, 도축업, 육가공업체의 연쇄도산이 우려되고 삼겹살집을 비롯해 정육점 등 소규모 자영업자의 피해도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축산물 소비 위축으로 마늘·고추·쌈채소 등 원예 산업도 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과거에는 육류가격 폭등을 수입으로 저지할 수 있었지만 수입대체마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생산기반 붕괴로 중국이 수입시장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할 돼지를 찾기가 하늘에서 별을 딸 정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발병 즉시 이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신고해야 하는 관계로 그 이후 한국이 무역 규제 대상이 되는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 4월 10개부처 합동으로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ASF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역 인력과 탐지견을 늘리고 소시지나 햄 등 불법 축산물 반입 시 부과되는 과태료를 1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까지 인상하는 등 국경 검역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지난 13일부터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에 나서는 등 방역에 안간 힘을 쏱고 있다. 이 개정안’은 ASF를 포함, 가축전염병이 발병했거나 발병의 우려가 있는 경우 음식물 폐기물을 가축 먹이로 생산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전체가 모두 힘을 합쳐 적극적인 예방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lt;투데이 코리아 주필&gt;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김성기 칼럼]신도시 추락 부르는 정책 혼선
  • 김성기 부회장|2019-05-14
  • 정부가 최근 경기도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2곳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주변 1기,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까지 허물어 서울과 가까운 곳에 신도시를 만들어 새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기존 신도시 집값을 추락시키고 미분양을 부른다는 반발이다. 정부가 신도시를 추가 지정하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간선급행버스(S-BRT)노선을 만들어 교통수요증가에 대비하고 기존 신도시 주민들에게도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주민 반발은 예사롭지 않다. 대규모 업무단지 입주가 지연되면서 도시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주택 노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일산 등에서는 최근 아파트값이 이미 몇 천만원씩 떨어졌다. 또 김포 한강과 인천 검단 등 2기 신도시에서는 지난해 12월 인천 계양지구 등 3기 신도시 1차 발표가 나오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구별 대책위원회에 이어 3기 신도시 백지화를 요구하는 연합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집회를 열고 청와대와 지방자치단체에 청원하거나 항의하는 등 집단반발에 나섰다. 정부가 잇달아 신도시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서울로 집중되는 인구와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신도시에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고 업무시설과 학교, 각종 편의시설을 유치해 자족기능을 높이려는 구상을 펼쳐왔다. 이러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우선 수도권 택지와 주택에 따르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조세부담을 완화해 부동산 시장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하는데 주요 정책들이 대부분 부동산 거래 규제에 집중됐다. 은행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인상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대책도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에 차등을 두지 않고 시행됐다. 실제 아파트값 급등의 진원지는 서울 강남권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각종 규제와 세금 중과 조치를 신도시 지역으로 확대 시행하면서 매수세가 위축되고 지역에 따라서는 이미 ‘거래절벽’까지 나타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특히 주택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시장의 수요에 맞춰 토지 공급와 자본 투자가 적절하게 이뤄져 새 주택공급과 기존 주택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질 때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토지 공급이 제한된 현실에서 가수요 즉 투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각종 금융 행정규제와 세금 중과 조치를 퍼부어 매수세를 꺾는데 주력해왔다. 과거, 과도한 규제와 세금 부과로 시장 기능이 극도로 위축돼 미분양 사태와 건설회사 부도가 속출하게 되면 정부는 다시 규제를 대폭 풀고 세금면제나 경감 등 이른바 경기부양 조치를 취해 다급하게 매수세를 부추기는 정책을 폈다. 시장이 정책을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지난해와 올해 잇달아 취해진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은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시기에 과도한 규제와 세금 중과가 집중됐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현 정부는 그러나 임기 중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은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규제에 집착해왔다. 전국의 주택 미분양 사태는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째 늘어 지난 3월말 이미 6만2천 가구를 넘어섰고 수도권 미분양도 1만 가구에 달한다. 서울도 미분양이 발생하기 시작해 일부 노른자위 아파트에만 청약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거래 위축으로 수도권 미분양이 급증하는 시기에 정부가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 신도시를 추가로 만들겠다고 나섰으니 거래 위축과 주민 반발은 당연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이미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관련 공청회가 주민 반발로 연기되는 등 거센 반응이 나왔다. 기존 아파트는 각종 규제에 묶여 재건축 재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는 처지에 새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면 매수세가 더욱 위축될 게 뻔하다. 같은 새 아파트라도 입지가 불리한 지역의 거래는 심각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GTX나 지하철 등 건설을 서둘러 새로 발표된 신도시와 기존 단지 주민들이 함께 이용토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교통대책은 재원부족과 보상 부진으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착공이 미뤄져 언제 개통될지 불투명한 형편이다. 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비를 부담해 공기를 맞춘다지만 사업비가 분양가에 전가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고 전국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대형공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전국 곳곳에 공사판을 벌이면 수도권 교통대책이 우선 순위에서 밀릴 우려가 적지 않다. 신도시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려면 과도한 규제부터 완화하는 게 순서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어 노후 단계에 들어선 기존 아파트 거래를 살리고 도시 인프라를 다양하게 확충하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와 경제력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도입한 수도권 규제 정책도 업무시설 유치 등 자족도시 건설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현실에 맞게 정비할 때가 됐다.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부과의 기준이 되는 아파트 공시가격 산정에서도 주민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배경을 소상히 설명하는 배려가 요망된다. 최근 시장동향은 정부가 온갖 조치를 동원해 집값을 잡는 데 주력할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매수세 실종의 조짐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완급을 조절해 시장을 연착륙시키는 지혜가 아쉽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대통령의 소통 스타일
  • 권순직 논설주간|2019-05-10
  • 9일 밤 문재인 대통령의 KBS와의 대담 방송을 놓고 난데 없는 댓글 논란이 빚어졌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대담 프로 진행자인 송현정 KBS 기자의 대담 진행 방식과 태도를 놓고, 문 대통령 지지층은 무례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진행자가 대통령의 발언을 중간에서 끊으려 했으며, 때론 찡그리는 표정을 지어 시청자들을 화나게 했고, 좌파독재와 같은 야당에서 쓰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이 같은 비난에 반대 댓글 또한 줄을 잇는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대통령에게 무릎 꿇고 아뢰어야 하느냐, 밝지 않은 표정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나오는 긴장과 부담감 때문이 아니었겠느냐, 오히려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힘들어 하는 사항을 더 많이 묻기위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통령의 말을 끊으려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반대 진영의 반박이다. 대담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물을 사안이 많다면 진행자로서는 마땅히 적당한 선에서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기지를 발휘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청와대 설명대로 사전에 질문서도 받지 않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기로 했다면 더욱 진행자의 시간배분 노력이 필요했을 법하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소통과 홍보는 다르다 대통령은 이번 KBS와의 단독대담과 며칠 전 원로와의 대화 등 굵직한 두 차례 ‘소통행사’가 있었다. 소통이란 대저 무언가.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려는 의도가 제일 중요한 목표일 것이다. 정책성과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일은 소통이라기보다 홍보이다. 소통과 홍보는 다르다. 원로와의 대화가 끝난 뒤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대통령은 원로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국정에 참조하기보다는 홍보와 설득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럴 거라면 뭐하려 그 많은 사람들을 불러 귀한 시간을 소비했느냐는 말도 나온다. 다른 정부 고위인사도 자주 관저로 각계 인사를 불러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도 참석자들은 시중의 돌아가는 얘기나, 여론을 듣기보다 환담 수준이었다고 아쉬움을 전하는 인사도 적지 않다. 이번 KBS와의 대담은 사전 시나리오 없이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취임 2주년을 맞아 여러 국정사안에 관해 국민에게 알리고 싶어 한 것 같다. 다수의 기자들과 나누는 회견은 분위기도 어수선할 뿐만 아니라, 깊이 있게 얘기하기가 어려운 문제는 있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대담형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대담은, 더구나 국영방송과의 단독 대담 프로는 애초부터 소통이라기 보다 국정홍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담에서 대통령은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발언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경고, 최저임금제의 시행착오 인정,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가져온 일부 계층의 어려움에 대한 안타까움 토로 등 진솔한 부분도 많았다. 반면 정부가 자주 내세우는 ‘훌륭한 경제지표도 많다’는 지표를 내세워 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는 설명을 듣는 상당수 국민들은 답답해 했을 것이다. 야당이나 일부 세력이 정부정책을 무조건 실패로 몰아가는 데 대한 불만도 있겠다. 그러나 그 비판 속에 담긴 뜻은 주의 깊게 살피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홍보 못지 않게 소통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권 몰락의 가장 큰 요인이 소통부재였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참모들의 이론이나 견해, 편의주의적인 통계활용에 갇혀선 안 된다. 그러려면 국민과의 격의 없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거듭 ‘홍보 말고 소통’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대담 과정에서 빚어진 다소의 언짢은 해프닝은 잊길 바란다. 필자가 얼마 전 칼럼에서 소개한 미국 버락 오바마 전대통령의 퇴임 기자회견 내용 일부를 다시 상기해본다. “여러분은 대통령인 나에게 아첨꾼이면 안 된다. 회의론자여야 한다. 나에게 거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정 봐주고 칭찬해도 안 된다. 언론이 비판적인 시각을 던져야 막강한 권한을 (국민들로부터)부여받은 우리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민주주의는 여러분을 필요로 한다.” &lt;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gt;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 기자수첩
  • [기자수첩] 검찰, 쇄신의 마지막 기회... 꼭 잡아야
  • 유효준 기자|2019-05-17
  • 투데이코리아=유효준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이 탄력을 받자 검찰은 쇄신을 외치며 내부정화 작업에 착수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적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문 총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점을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합법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형사사법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적 원칙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일 해외 순방 중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적 원리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수사권 조정 법안 보완책'을 공개하며 접점을 모색하려 했지만, 그 정도로는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반대입장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이전과 같이 마냥 변명거리만 늘어놓지는 않고 있다. 검찰의 총수가 "현재와 같은 수사권 조정 논의가 벌어진 것은 검찰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검찰부터 민주적 원칙에 맞게 조직과 기능을 바꾸겠다"고 검찰의 과오를 자인했기 떄문이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반발이 경찰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검찰 권한을 내려놓지 않기 위한 의도라는 일각의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문 총장은 이번을 끝으로 기자간담회 형식을 통해서는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입장을 더이상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겠다고도 했다. 국민은 검찰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문총장의 말처럼 검찰은 변명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이제는 쇄신에 착수해야 한다. 이번에도 '얼버무리기 식'으로 대응했다가는 국민의 싸늘한 시선 아래 고유 수사권과 인권옹호의 대표 기관으로서의 명예가 실추될 것이다. 검찰은 그들의 수사권 보존과 국민 기본권 수호를 위해서는 그들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 [기자수첩] 르노삼성 노조, 이제는 대승적 결단 내릴 때
  • 유한일 기자|2019-05-03
  •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두고 벌이는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회사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지역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커지자 부품사들과 부산지역 경제계가 임단협 타결을 호소하고 있지만 노사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지루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의 파업은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10월을 시작으로 지난달 19일까지 약 250시간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여왔다. 이 기간 르노삼성의 누적 손실금액은 약 2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르노삼성은 ‘벼랑 끝’에 몰렸다. 부산공장 생산물량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은 오는 9월 만료되지만 신형 로그 후속물량 배정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닛산 측에서는 르노삼성이 계속되는 파업으로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자 당초 오는 9월까지 위탁생산 물량인 10만대를 6만대로 감축하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르노삼성은 로그 생산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2019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크로스오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M3 수출 물량 확보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르노 본사가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공급 안정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스페인공장으로 물량을 돌리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사 분규가 길어지면서 지역 협력업체들은 생산량 감소와 고용 어려움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노조의 파업으로 지역 협력업체들은 15~40%에 가까운 납품물량이 감소, 대부분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했다. 부산공장은 수출비중이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부산공장이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다면 가동률은 30%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또 르노삼성이 XM3 수출 물량 확보 실패시 근무형태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면서 30% 이상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 집행부는 자신들의 입장과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노조가 어려워진 회사를 압박해 실리를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다. 노조 역시 자신들의 행보가 어떤 악순환을 유발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노조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꼬일대로 꼬인 노사 관계를 풀고 르노삼성, 협력업체, 지역경제 모두 살아갈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파업을 이어온 노조가 먼저 대승적 판단들 내려 상생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회사가 있어야 노동자도 있다. 공장 폐쇄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한국GM 군산공장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길 희망한다.
  • [기자수첩] 일본의 사토리 세대, 한국의 N포 세대
  • 최한결 기자|2019-04-26
  •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명문 대학교를 지난 2월 졸업한 대학생 A씨(26). 군대도 다녀왔고 학교 성적도 준수하게 끝냈으나 지난 8월부터 준비한 취업준비기간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A씨는 “처음에는 본인의 학교 선배들과 취업 조건등을 고려해 대기업 위주로 서류를 넣었고, 10곳중 1곳만 1차 서류를 통과해 2차 면접시험까지 갈수 있었다”며 “선배들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으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어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직접 체험해보니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눈을 낮춰야하나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청년기본법’ 등의 국민발언을 듣고자 시민사회단체 등을 초청한 간담회가 열렸다. 그날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청년들은 수 많은 기대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아직까지 정부가 청년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은 단편적”이라며 “사회 이슈에 따라서 때로는 비정규직 문제였다가 때로는 젠더 문제 정도로만 해석이 될 뿐,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해석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눈물을 보였다. 취업은 청년이 느끼는 사회현상의 일부분이다. 경제적인 자립도와 사회 기여, 자아 실현 등 다양한 가치관을 여는 첫 단추이지만 현재 경제 상황과 정부 정책들이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지적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청년일자리 주요 사업 실적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지난 3월 기준 청년 고용률이 42.9%로 작년 3월보다 0.9%포인트 상승했고, 실업률은 10.8%로 0.8%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달 청년체감실업률은 25.1%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대한민국 청년중 4명중 1명은 취업준비생이거나, 실업자라는 의미다. 또한 취업이 아닌 결혼도 현재 청년들의 삶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결혼이 없으니 출산율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2월 출생아 수는 2만5700명으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 1900명(6.9%) 감소했다. 이 수치는 2월 기준 1981년 월별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저치다.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대비 출생아 수’ 수치는 39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인구 1000명당 낳는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출생률은 6.5명에 그친다. 아이를 낳는 조건에 먼저 선행될 조건은 ‘혼인’이다. 당연히 2월 혼인 건수 역시 1981년 통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년들이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성향때문에 혼인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경제적 요인이다. 책임감, 인간성은 그 다음의 문제다. 연봉 4천만원의 중견기업에서 근무 중인 30대 중반의 A씨는 “연애 5년차라 결혼도 해야겠지만 능력이 부족하다. 결혼할 때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비용만 2000만원이 든다”며 “맞벌이하면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N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취업·출산·연애를 포기한 3포 세대에서 취업·내집마련 포기가 추가된 5포, 더 나아가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세대란 의미다.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닌 듯 하다. 비슷한 의미로 일본의 さとり世代(사토리세다이), 사토리 세대가 있다. 사토리세다이는 득도(得到)란 의미로 도를 깨우친 세대인 만큼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비꼬는 말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20~30대 청년들을 위한 눈에 띄는 정책이 없다. 높은 청년 실업률, 가난한 현실, 부모의 노후자금을 빌려 자신의 결혼자금을 마련하는 청년들은 현실 앞에서 무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적으로 관심이 없어 졌다. 본인이 닥친 현실이 너무 무겁고 차갑기 때문이다. 꿈을 가지고 나아가야할 청년들은 현재 길을 잃고 헤메고 있다.
  • [기자수첩] 충분히 막을수 있었던 참사
  • 권규홍 기자|2019-04-19
  • 지난 17일 경남 진주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선 전국을 경악하게 할 끔직한 사고가 터졌다. 이날 새벽 아파트에 살고 있던 안인득(42)이 일부러 집에 불을 낸 뒤 놀라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무려 5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당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사고 발생 뒤 출동한 경찰들에게 체포 된 안인득은 범죄이유에 대해 “살기 싫어서 그랬다” 또는 “임금체불에 불만이 있어서”라는 등의 알 수 없는 소리들을 횡설수설하며 경찰을 당황하게 하였다. 안인득이 저지른 이 사고로 인해 해당 아파트는 쑥대밭이 되었고 한 가정에선 무려 사상자만 4명이 발생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고 후 드러난 안인득의 과거 행적들이 드러나면서 부터다. 안인득은 지난 2010년 폭력 행위로 구속된 뒤 공주치료감호소에서 1개월간 정신감정을 받았으며 감정결과 조현병으로 판정되어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안인득은 조현병 판정이 난 이후에 아무런 격리조치 없이 2015년 12월 일반인들이 사는 이 아파트에 자연스레 입주했고 입주 이후에도 알 수 없는 행동을 남발하며 주민들과 마찰을 자주 일으켰다. 안인득은 베란다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알 수 없는 욕설을 내뱉거나, 윗층에 거주하는 미성년자들을 미행하고 이웃집 대문에 오물을 집어던지는 등 아파트내에서 갖가지 소동을 일으켰다. 결국 안인득은 주민들에 의해 경찰에 7번이 넘게 신고가 되었지만 그때마다 출동한 경찰은 단순 소동으로 생각하며 훈방조치를 했다. 이 같은 경찰의 조치가 알려지며 시민사회는 경찰의 조치가 허술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18일 사망한 주민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은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분노한 유가족들은 “안 씨에 대한 신고가 10건 이상 있었다. 경찰서나 파출소에서 이 사람 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느냐”고 경찰을 질타했다. 민 경찰청장은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진상 조사를 할 것이며, 조사후 합당한 처벌조치를 취하겠다”고 유가족들에게 약속했지만 유가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민갑룡 청장에 이어 78일만에 도정업무에 복귀한 김경수 경남도지사 역시 유가족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전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 경찰 등 기관이 함께 힘을 모았어야 하는 일 이었다”고 위로하며 재발 방지대책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이번 일은 우연히 생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친 것”이라며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이번 가해자와 같은 사람에 대한 복지전달체계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법이 개정돼 오는 10월부터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정보를 관계기관이 공유할 수 있게 돼 도와 시군, 의회 등과 힘을 합쳐서 안전한 경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선 안인득이 조현병을 이유로 감형을 받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안인득의 행적으로 보아 감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안인득이 범행전 미리 흉기를 준비했고 범행 당일날 휘발유를 준비했으며 방화를 일으킨 뒤 미리 1층 계단 길목에 자리를 잡고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을 봐선 우발적인 범죄가 아닌 계획된 범죄”라며 “조현병 환자라고 다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인득이 병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미리 예후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조취를 취하지 못한 경찰의 대응이 아쉽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배워야... 지난 2003년 개봉한 ‘성질 죽이기’라는 헐리웃 영화가 있다. 평소 성격이 순했던 주인공 데이브(아담샌들러)는 비행기에서의 승객들 간 사소한 시비로 인해 법정까지 가게 되고 판사는 데이브가 잠재된 폭력적 성향이 보인다며 ‘성질 죽이기’ 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을 명령한다. 법정의 명령에 반발하던 데이브는 결국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심리치료사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잠재된 폭력적 성향에 대해 깨닫게 되며, 이를 치유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헐리웃 영화의 소재로 쓰이긴 했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사법 시스템은 개개인의 우발적인 소동을 그냥 넘겨보지 않는다는 점을 알수가 있다. 사소한 사고 하나라도 만일 있을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하는 태도를 보이며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외형적이 아니라 내면까지 선진국의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선 이처럼 세심한 부분까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회자가 되지 않길 바라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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