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전문성 전무에 각종 범죄 의혹까지

이번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하게 된 각 당의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한 각종 무자격·도덕성 논란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그 대상자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친박연대 비례대표 기호 1번으로 당선된 양정례 씨.

양정례 씨는 1977년 5월 7일생으로 현재 만 30세이다. 이번 총선 당선자 중 제일 나이가 어린 사람이다.

물론 젊은 사람을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한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그에 대해 알려진 활동 경력 등이 거의 전무하고 그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는 것. 이는 통상적인 비례대표 기호 1번 공천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비례대표 기호 1번은 그 당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여·야를 통틀어 각 당은 비례대표 1번을 공천할 때 당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잘 반영할 만한 인물을 고르기 위해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다.

참고로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기호 1번으로 '빈민운동의 대모'로 꼽히는 강명순 (사)부스러기사랑나눔회 대표를 공천해 '소외계층을 위해 힘쓰는 집권여당'이라는 당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통합민주당은 비례대표 기호 1번으로 이성남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공천해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유능한 대안야당'이라는 당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양정례 씨는 이런 당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나타낼 수 있는 활동경력 같은 것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또한 그는 비례대표 기호 1번이면서도 선거일 날 개표 방송이 진행되는 순간에도 당사에 나오지 않고 당직자들 대부분이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는 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현재 직업이 사)건풍복지회 연구관이고 현재 새시대 새물결 여성청년 간사를 맡고 있다는 정도이다.

건풍복지회는 양정례 씨의 모친인 김순애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이다. 현재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상록수 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건풍복지회 측은 양정례 씨에 대해 “양 당선자는 이곳에서 아동복지 등 여러 가지 사회복지를 구상하고 계획하고 연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풍복지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복지사업을 해왔는지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단순히 어린이집을 위탁운영한 것을 사회복지 사업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에서 볼 때 지금으로선 건풍복지회를 사회복지 기관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세금을 안 내려고 '사회복지시설'이라며 내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며 “양정례 씨는 어머니가 이사장으로 있는 단체에 경력 제출용으로 이름만 올려 놓은 것”이라는 주장마저 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양정례 씨가 학력을 위조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는 것.

최근 일부 언론에 공개된 친박연대에서 작성한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 문건에 의하면 양정례 씨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그는 연세대를 졸업한 것이 아니라 지난 해 2월 연세대 법무대학원을 졸업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학부는 안양대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연세대 법무대학원이 특수대학원으로 논문을 제출하지 않고도 석사 학위 취득이 가능할 정도로 학업 강도와 석사 학위의 공신력이 약하다는 것.

이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허위 학력 제출에 대해 당 차원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또한 양정례 씨 공천은 공심위를 거치지 않고 비밀리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 관계자는 “스스로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또한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 문건에는 양정례 씨가 현재 박사모 여성 회장인 것으로 돼 있으나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양정례 씨는 박사모 회원으로 가입한 사실조차 없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친박연대측은 “여직원이 양정례 씨의 후보자 이력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누군가 양정례 씨를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하기 위해 허위 경력을 작성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양정례 씨는 그의 어머니 야심을 채우려고 내 보낸 것”이라며 “아무 준비도 기본이 안 된 사람을 내보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라며 양정례씨와 어머니인 김순애 씨를 싸잡아 비판했다.

또한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양정례 씨는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본 적 없다”며 “그의 어머니인 김순애 씨는 7-80년대 강남 복부인으로 부동산 투기를 통해 상당한 재력을 축적했으며 오랫동안 여관업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박연대 송영선 대변인은 13일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양정례 씨에 대해 묻지 마라”며 “나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했다.

송영선 대변인은 “서청원 대표최고위원에게 물어봐라”며 “서청원 대표최고위원이 데려 왔다”며 자신은 서 대표에게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청원 대표최고위원 측은 이 날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원래 비례대표 기호 1번은 한나라당 문희 의원이었다”며 “하지만 문 의원이 개편대회가 있던 지난 달 24일 당에 편지를 보내 친박연대 입당 거부 의사를 밝혔고 다른 당의 많은 훌륭한 분들이 친박연대 공천을 희망했으나 당적 변경 금지 기간에 결려 친박연대는 이들을 공천할 수가 없어서 양정례 씨를 공천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친박연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는 모두 8명이다. 하지만 당 내외에서는 이들 대부분이 서청원 대표 측 사람이라는 것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친박연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 중 정영희 친박연대 여성위원장과 노철래 친박연대 사무부총장 등 상당수가 서 대표의 사조직인 청산회 출신으로 알려져 있고 서 대표는 비례대표 기호 2번으로 당선됐다.

정영희 친박연대 여성위원장과 노철래 친박연대 사무부총장 모두는 비례대표 후보자로 공천할 만한 경력 등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 중 대중적 지명도나 전문성 등을 갖춘 인물로는 비례대표 기호 5번으로 당선된 방송 연기자 김을동 씨와 기호 4번으로 당선된 송영선 대변인이 유일하다.

비례대표 당선자를 돌러싼 논란은 친박연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가까스로 최악의 상황을 면한 통합민주당의 비례대표 기호 6번으로 당선된 정국교
(주)H&T대표이사는 지난 해 우즈베키스탄과 태양열 에너지 사업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파기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지난3월13일자 투데이코리아 단독보도]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양해각서 체결로 5천 원대에서 9만 원대로 뛴 자사 주식 40만주를 내다판 뒤 양해각서 파기를 공시해, 주가 조작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는 것.

이번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사에는 “그런 사람한테 공천을 줄 수 있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 수사 선상에 놓여 있는 정국교 당선자는 지난 13일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조용하게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참고로 에이치앤티(H&T)는 하드디스크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이다.

이번 총선에서 가까스로 과반을 넘긴 한나라당은 비례대표 기호 7번으로 당선된 김소남 씨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 한나라당은 김소남 씨 공천에 대해 “김소남 씨는 전남 화순출신으로 '호남 배려' 차원에서 공천됐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김소남 씨에 대해 현 호남향우회 전국여성회장이라고 기재돼 있다.

하지만 '호남 향우회'에서조차 김소남 씨에 대해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의 공천 배경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대 경영대 대학원 교우회장을 해서 공천된 것이라는 말들도 나오고 있는 실정.

참고로 이번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 22명 중 17명이 친이명박 계열 인사들이다.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기호 2번으로 당선된 이한정 씨는 과거 전과 및 불분명한 이력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전직이 '자유총연맹 부총재'라고 밝히고 있는 이한정 씨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 새정치국민회의 공천에서 탈락한 후 탈당하고 민주국민당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두 건의 사기와 공갈 전과로 '전과 3관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총선 후에는 고교졸업증 위조 및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깨끗함'이라는 기존 정당과의 차별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창조한국당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인 것이다.

비례대표의 자격을 둘러싸고 여러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당선된 이상 당 차원에서 이들을 제지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 법에 의하면 비례대표 의원은 자진해서 탈당한 경우가 아니면 당에서 문제가 된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하더라도 이들은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투데이코리아 이은영 기자/이광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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