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꿈' 역수출

셰익스피어의 본고장 영국에 한국 연출가가 만든 셰익스피어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이 역수출됐다.

극단 여행자는 27일 저녁 한국 연극 사상 최초로 유럽 연극의 '허브'로 불리는 런던 바비칸센터 대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 한국판을 선보였다. 미국 뉴욕의 링컨센터와 함께 세계 양대 극장으로 손꼽히는 바비칸센터는 대관 없이 일정 수준에 오른 작품만을 엄선해 기획 공연만을 무대에 올리는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극장. 이곳에서 '한여름밤의 꿈'은 지난 27일부터 새달 1일까지 6차례 무대에 오르게 된다. 지난 해 에든버러축제에서 바비컨센터 관계자가 한국판 '한여름 밤의 꿈'을 보고 반해 초청했기 때문이다.

`한여름 밤의 꿈'은 요즘 대학로에서 주목받는 연출가 양정웅(38)씨의 작품. 그는 '한여름 밤의 꿈'을 셰익스피어 원작의 뼈대는 살려뒀지만, 한국적 정서와 해학이 넘치며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한바탕 '난장'으로 확 바꿔놓았다.

원작의 요정을 도깨비로, 사랑의 주인공들은 항, 벽, 루, 익 등 전통 별자리의 이름을 가진 우리 처녀 총각들로 바꾼것이 특징. 도깨비로 분한 배우들은 걸쭉한 입담과 춤으로 종횡무진 무대를 휘저으며 신명을 돋군다. 또 자기 배역이 끝나면 북, 장구, 꽹과리 등을 연주하는 악사로 변해 일인다역을 하며 국악기의 선율로 극의 운치를 더하고, 한국 전통가옥 뒤로 푸른 대나무 숲이 일렁이는 무대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간 폴란드, 콜롬비아, 쿠바 등의 해외공연에서는 자막없이 연기했지만, 이번 공연에서 제작진은 특별히 한국말 대사 중 일부를 영어로 바꾸는 재치를 발휘하며 영국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독일 월드컵 시즌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90% 가 찼고, 관객들의 반응도 열광적이었다. 이곳을 주로 찾는다는 관객은 "셰익스피어에서 엣센스만 따왔을 뿐 나머지는 모두 한국 얘기"라며 "한국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소화한 스타일이 맘에 들었다"고 말했다.

바비칸센터 연극 담당 예술감독 루이즈 제프리스는 "셰익스피어 연극은 대사가 중요한데 한국판 '한여름 밤의 꿈'은 에너지 넘치는 연기와 춤이 중요하게 표출된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연출가 양씨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본고장에서 공연하는 기회를 가지게 돼 매우 기쁘다" 며 "한국 연극의 참맛을 조금이라도 보여주면 그걸로 만족한다" 고 소감을 밝혔다.

극단 여행자는 바비칸센터 공연이 끝나면 거장 피터 브룩이 활동했던 영국 브리스톨 타바코 팩토리(7월5일∼22일)에 이어 독일 셰익스피어 연극제(7월27∼28일), 폴란드 단스크 셰익스피어 페스티벌(8월2∼3일)로 무대를 옮겨 공연할 예정이다.

디지털 뉴스 :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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