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세상에는 '서로 다름'을 규정하는 요소가 대단히 많다. 보편적으로는 성별, 국적, 인종 등을 들 수 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범위가 이보다 더 광범위하다.

지구촌 시대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개인과 개인, 국가와 국가, 단체와 단체, 문화와 문화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는가.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에서 1년에 2번 발간하는 잡지 '국제이해교육'은 요즘 같은 다문화시대, 다른 문화권을 이해할 수 있는 읽을거리가 풍부한 책이다. 이번 봄ㆍ여름호는 여러 나라의 출생풍습과 축구를 주제로 특집을 다뤘다.

◇"월드컵으로 다양성이나 불평등 잊혀질 수도" = 한경구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문화다양성, 축구로 생각하기'라는 글을 통해 먼저 축구의 다양성을 설명한다.

스코틀랜드 축구는 짧은 패스를 이용하고 독일의 경우 우수한 조직력과 힘, 스피드 등을 겸비한 강인하고 건실한 경기운영으로 '전차군단'으로 불린다. 프랑스는 '아트 사커', 네덜란드는 '오렌지 군단' 등으로 축구 스타일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한 교수는 축구가 요즘처럼 사랑받고 있는 것은 축구가 전지구적 자본주의 산업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3세계 국가의 가난한 집안 아이들이 펠레처럼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을 꿈꾸며 어려서부터 맨발로 공을 차는 것은 결국 상류층으로 신분 상승을 할 수 있기 때문.

월드컵처럼 국가의 승리와 패배가 강조되고 국가의 연대감이 강조될 때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는 국가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성이나 차이, 억압이나 불평등이 잊혀진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아무도 국가 내부의 억압과 불평등을 보지 않으며 아무도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을 외치고 아무나 끌어안고 환호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릴 때 내부의 억압과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드물다"고 적었다.

그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인류의 축제라고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국가 간의 차이가 너무나 강조된다"며 "문화 다양성의 단위는 반드시 국민국가일 필요는 없으며 올림픽이 반드시 국민국가가 그 단위가 돼야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월드컵 역시 반드시 국민국가 대항전이 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끝맺었다. 이크. 184쪽. 9천원.

◇낑붕땃띠, 세상과 처음 만나는 날 = 미얀마는 불교국가지만 탄생 풍습에선 고유의 민간 신앙심이 두드러진다. 미얀마족은 흔히 사람의 일생이 그 사람의 운성(運星)에 지배된다고 믿는다. 운성은 태어난 요일에 따라 정해져 있다. 그래서 사람의 이름, 성격, 결혼운도 그 사람이 태어난 요일에 해당하는 운성과 관련돼 있다고 믿는다. 미얀마에선 갓난 아이가 태어나면 산모의 산후 조리에 온 힘을 쏟는다. 담요를 덮어 산모의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뜨거운 벽돌을 천으로 싸서 마사지를 한다. 갓난 아이가 인간사회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생후 1-2주일 후 행하는 이름짓기를 통해서이다. 갓난 아이의 머리를 처음으로 '낑붕'이라는 나무 열매의 액으로 씻기기 때문에 미얀마어로 '낑붕땃띠'라고 부른다.

피지에서는 아기가 태어난 후 4일 동안 아이를 자리에 눕히지 않고 부녀자들이 번갈아 품에 안고 지내다가 땅에 처음 아이를 눕히는 '롱오롱오'라는 의례를 지낸다. 아이 탯줄은 코코넛 나무 밑에 묻는다. 사람은 땅에서 나와 자라서 땅으로 돌아간다는 피지인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의례다.

러시아의 슬라브족은 사람의 육체가 영혼의 일시적 은신처라 생각하고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영혼이 그 몸에 들어가 살게 되며, 죽었을 땐 그 몸을 떠난다고 믿었다.

재미있는 것은 임신부가 고기나 감자를 먹고 싶어하면 아들, 초콜릿이나 케이크를 많이 먹으면 딸을 가졌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지금도 여자가 출산 후 40일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손님은 물론이고 친척에게조차 아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책은 우리나라의 '삼칠일'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일정 기간 산모와 아기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없었다며 '다름'에서 '같음'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국제이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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