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강남점 4인4색의 북마스터 프러포즈 “이런 책 어때요?”

하루종일 주룩주룩 비내리는 날이 계속되는 요즈음, 거리를 거닐기보단 아늑한 방안에서 책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독서여행의 나침반을 제시해줄 교보문고 강남점 북마스터들을 만나보았다. 4인 4색의 멋진 프러포즈를 기꺼이 받아보자.

♦ 반선정 북마스터

<처세일반> 사자는 쥐와 겨루지 않는다(저자 난광원, 출판사 아르고스)

지금 당신의 삶에서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선순위를 찾아라.

사자는 쥐와 겨루지 않는 법. 당신의 하루를 보자.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밥술을 뜨는 둥 마는 둥하다 밀리는 차 안에서 지각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며 겨우 회사에 도착한다. 상사 눈치를 보면서 숨도 가라앉기 전에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뜬 자극적인 뉴스 제목을 클릭하고 메신저를 켠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면 동료들과 점심 메뉴를 고르느라 시간을 보낸다. 늦은 오후에 밀린 서류로 어지러운 책상을 보며 ‘하루는 왜 이렇게 짧은 거야?’ 하고 불평한다. 뜨끔하지 않는가.

이 책은 ‘사자’처럼 일하고 ‘사자’처럼 인정받는 법을 이야기한다. 바쁘고 평범한 직장인들이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지혜있게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짧은 시간을 투자하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직장인을 위한 처세를 가르쳐 준다. 사소한 일에 빠지지 않도록. 전체적으로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공감했다. 일할 때 크게 일하고 놀 때는 한없이 게으름을 부릴 줄 알아야한다. 벌써 무더운 여름, 7월이다. 1년의 반을 지난 시점에서 한번 보면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 저기 부산하게 뛰어다니며 먹을 것에 집착하는 생쥐를 보고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니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냥할 때 이외의 시간엔 최대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자를 보고 게으르지만 운이 좋은 성공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쫓기는 ‘생쥐’의 삶이든 느긋한 ‘사자’의 삶이든 그건 선택하는 사람의 몫이다.

♦ 강은진 북마스터

<문학> 동굴(저자 주제 사라미구 번역 김승욱 출판사 해냄)

간결하고 감각적인 문체에 책을 들자마자 쉬이 빠져드는 스토리라인. 요즘 문학에서는 깊고 진중한 맛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감각적인 일본문학이나 다빈치코드나 오만과 편견같은 외국소설이 지금 문학의 대세다. 한국소설로는 공지영씨의 선전이 유일하다. 편식만을 하고 있는 현 실정.

여기서 주제 사라미구의 <동굴>을 권하는 까닭은 한번 펼쳐보고 마는 책이 아니라 깊게 마음에 퍼지고 10년이 지나서도 생각나는 책을 권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은 확실히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은 아니다. 인간의 쉽지 않은 내면의 어두운 심리를 파고든다. 현대사회에서 속으로 바라고 있지만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를 끄집어낸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떠올려도 좋겠다. 동굴 대신 센터라는 물질문명의 정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 되살려내 현대 자본주의가 초래하는 비극적 최후를 풍자한 블랙코미디. 저자는 특이하게도 따옴표를 쓰지 않고 마침표와 쉼표만을 쓰며 길게 이어지는 긴 문장 을 추구한다. 그 속에 공포와 희망의 절묘한 균형, 지옥 같은 현실 한복판에서도 되살아나는 인간성을 건져 올린다. 요즘 맛보기 어려운 곰삭은 문학의 맛과 여운을 마음껏 음미하기 바란다.

주제 사라미구의 또 다른 소설로는 95년작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게 있는 데 10년이 지나서도 많이 찾고 있는 소설로, 시대를 넘나드는 작가의 힘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한 도시에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안 보이는 `실명` 전염병이 퍼지고 그로 인해 줄줄이 희생자들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얘기를 다룬다. 눈먼 사람들이 서로 간에 진정한 인간미를 느끼며 타인과 자신을 위해 사는 법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들은 드디어 다시 눈을 뜨게 되는데 주제 사라미구는 비유를 통해 현대사회를 통렬히 비판하고 또 희망을 옹호한다. 이 작가는 제3세계 포르투갈 작가로 98년에 노벨상을 받은 바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문제적인' 작가의 한 사람이나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지도가 없다. 독자들이 많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 김영은 북마스터

<문화.예술>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저자 한창호, 출판사 돌베개)

요즈음 예술서적들의 트렌드는 미술과 문학. 영화와 사진과 같은 합치기이다. 젊은 독자들이 원하는 바가 바로 그것. 그 부작용으로 예술의 오롯한 맛을 음미하기가 쉽지 않기도 한데, 여기 독자들의 구미에도 딱 맞고 고전의 맛을 잘 탐색해 볼 만한 서적이 나와 추천한다.

한창호의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는 영화 속 서양미술사, 르네상스 미술부터 팝아트까지를 맛깔나게 버무려냈다.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미술과 클래식 음악, 오페라에 대해서도 마니아적 열정과 깊은 식견을 가진 저자는 명작 영화의 독특한 미학 뒤에 숨겨진 회화 작품을 날카롭게 간파해내어, ‘영화 미학의 발달사’와 더불어 그 속에 스며든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친절하게 짚어주고 있다.

피터 그리너웨이, 팀 버튼, 브뉘엘, 파졸리니, 펠리니, 타비아니 형제, 안토니오니와 고다르, 베르톨루치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이 자신의 영화 속에 어떻게 미술작품을 녹여내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냈는지, 어떤 의미를 내포했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하나를 제대로 알기도 어려운데 “아는 만큼 보인다.”를 그대로 구현해내며 영화. 미술. 인간심리에까지 정통한 저자에게 슬며시 질투심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씨네21에 칼럼을 쓰고 있는 저자에게 꽤 많은 매니아층이 있는 것 같다. 전작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에서는 사랑과 죽음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심리를 영화 속 미술을 통해 보여주면서 새로운 영화 읽기를 시도한 바 있다.

♦ 이진영 북마스터

<경제.경영> 고마워요,친절한 윌리씨(저자 필립밴후저, 출판사 거름)

당신에게는 분명 불친절한 서비스를 받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고두고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대답은 예스일 것이다. 이 분야에서 그런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이 책은 너무 특별한 건 아니지만 일반적 상황 속에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서비스 비법을 택시기사 윌리를 비롯한 여러 직종의 프로 서비스맨들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인 필립 밴 후버는 출장 중에 택시기사를 타게된다. 우리가 평소 불친절한 것이 당연하다 여기는 직종 중 하나가 택시기사다. 그런데 이 기사에게서 뜻밖의 말을 듣게 된다. 이 근처는 택시잡기가 어려우니 강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겠다는 것. 이것은 필립 씨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고 이후 서비스강의마다 ‘윌리 방식(Willie's Way)'이라 칭하며 윌리 씨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서비스 종사자라면 매일 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그중에는 기분 좋은 만남도 있을 테지만 별난 사람들도 섞여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 불쾌한 기분을 영문도 모르는 다른 손님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손님 입장에서는 바로 그 경험이 별난 사람을 만난 불쾌한 경험이 될 테니 말이다. 대신 고객 맞춤형 감동 서비스를 통해 “정말 고마워요”라고 말할 만한 서비스 노하우를 얻어내는 건 어떨까. 그렇게 되기까지 사실 일을 하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은 그리 힘들 게 없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맨도 상상력과 자발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 ‘고객에게 전념하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관심과 배려’ 그것이야말로 큰 성과를 이루어내는 방법이며 프로 서비스맨들의 숨겨진 비법이라 말할 수 있다.

디지탈뉴스 :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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