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암살사건'과 '뿌리 깊은 나무'

(서울=연합뉴스) 한글 창제를 소재로 한 소설이 잇따라 출간됐다.

김재희 씨의 '훈민정음 암살사건'은 한글의 기원이 단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발상의 미스터리 소설. 이정명 씨의 '뿌리 깊은 나무'(전2권)는 세종 25년 훈민정음 반포를 7일 앞두고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들의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한 역사추리소설이다.

두 소설 모두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가미해 전개한 팩션(faction)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시나리오작가협회 회원으로 '훈민정음 암살사건'을 쓴 김씨는 고조선 시대부터 존재한 '가림토문자'를 이용해 세종대왕이 한글로 정립시켜 완성했다는 '가림토문자 전승론'을 소설에 도입했다.

작가는 이럴 경우 한글이 1443년에 만들어져 560여 년을 넘긴 문자가 아니라, 단군시대에 만들어져 4천여 년을 넘긴 문자라는 게 밝혀져 한글의 유구한 역사성이 다시 한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소설을 통해 주장한다.

형사 강현석은 우연히 세종대왕의 친필 문건인 고문서를 발견한다. 대학 교수를 찾아간 강 형사는 이것이 '훈민정음 원류본'의 마지막 페이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고문서의 정체를 찾아가던 두 사람은 일본 우익이 자신들을 제거하려 한다는 사실에 놀란다.

작가는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든 것이 아니다'라는 글을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본 뒤 한글의 기원을 둘러싼 다양한 주장을 살펴보고 국내외 관련 자료를 찾아 소설을 썼다고 한다. 랜덤하우스중앙. 380쪽. 9천원.

이정명 씨의 '뿌리 깊은 나무'는 궁궐수비군 강채윤이 경복궁에서 벌어진 집현전 학사들의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세종이 비밀리에 스물여덟 자의 문자를 창제하고 있었으며 이 문자가 반포되면 양반과 상놈, 임금과 신하의 위계가 뒤죽박죽이 된다는 이유로 세종에게 반기를 든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소설에는 세종이 명나라 간섭에서 벗어나 "중국이 아닌 스스로 혼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훈민정음 반포 의지를 다지는 자주적 임금으로 그려진다. 밀리언하우스. 각권 320쪽. 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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