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화가 중심 미술시장에 '신선한 충격'될 듯

(서울=연합뉴스) 서울대학교가 국내 미술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미술전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는 오는 10월12일 미술대 학부와 대학원 졸업 예정자 약 200명의 작품을 서울대 캠퍼스 안의 옥내외에 전시하는 대형미술전을 연다.

국내 미술대학(원)에서 각 졸업예정자들이 학위청구를 위한 개인전시회를 졸업직전 개별적으로 가족.친지.친구 중심으로 조촐하게 갖는 것은 일반화해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학이 주도가 돼 대규모 미술전시회를 갖는 것은 서울대 미대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이 미술전은 국내에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미술품 구입열기가 서서히 일고 있는 시점에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최근 뉴욕 같은 곳에서 명문 예일대나 컬럼비아대 미술대학원생들의 작품을 딜러나 벤처투자자들이 집중 매입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의 명문 미술전문대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의 경우 학생들의 졸업전시회가 블록버스터 전시장과 같은 모습을 띤다.

전시 때가 되면 유럽 전역에서 딜러, 큐레이터, 컬렉터, 비평가, 미술관 관계자, 미술담당기자 등 수만 명이 몰린다고 한다.

서울대 미대는 이번 전시회 때 미술관이나 화랑 관계자, 큐레이터, 비평가들을 모두 초청해 학생들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학구적인 분위기를 중시하는 서울대에서 외부인을 초청해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며 판매까지 하는 행사를 기획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 화랑계가 미대(대학원) 졸업예정자들의 작품에 깊은 관심을 보일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의 이화익 대표는 "화랑들이 요즘 젊은 작가를 발굴해 내려는 움직임을 활발히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20대 후반 부터 40대 초.중반까지의 작가일 뿐이다. 아직 20대 중반의 작가들까지 신경을 쓰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랑들이 직접 구입하건 소개하건 구매 작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데 대학졸업예정자들의 작품을 살 정도의 위험부담을 지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서울대 미대 미술전이 젊은 작가를 조기에 발굴하고 작품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게 될는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기성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국내 미술시장에 '신선한 충격'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

미술전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대 미대 태스크포스의 한 관계자는 요즘의 미술시장 분위기로 봐서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미국은 현재 한국의 분위기와는 다르다.

뉴욕에서는 무명시절 학생의 작품을 싼 값에 사들여 먼 장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딜러와 벤처투자자들이 적극적인 구매를 하고 있다.

미래의 '앤디 워홀'을 학교에서부터 찾고 있는 것이다.

잭 틸튼이라는 맨해튼 딜러는 최근 예일.컬럼비아.헌터대학의 19명 미술대학원생 작품을 '학창 시절'이라는 타이틀로 전시했다. 이들의 작품은 전시가 시작되기도 전에 70%가 팔렸다.

미국의 경우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프랫 인스티튜트, 캘 아트 등 명문 미술대학원들이 졸업예정자들의 작품 전시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첼시 컬리지, 로열 아카데미, 슬레이드스쿨 등 미대 졸업예정자들의 작품 인기가 높다.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의 졸업예정자 미술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요셉 보이스와 그의 제자들인 안젤름 키퍼, 요르그 임멘도르프 등 세계적인 독일 작가들이 모두 이 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미대 관계자는 "그간에는 화랑들이 다 익은 감을 따 먹기에 바빴지 젊은 작가들을 키우려는 배려가 거의 없었다"면서 이번 전시회가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개교 6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이번 미술전이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면 앞으로 매년 10월에 졸업예정자 작품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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