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비례대표제는 '전국구'라는 이름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다. 사회 각 분야에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지나친 지역주의 고착화를 막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 등, 다양한 계층의 인재를 등용 한다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전문성을 살린 각 직업군의 대표를 선발한다는 애초 취지는 사실 처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총선 때마다 직능별 전문가 몇 사람을 끼워 넣어 구색맞추기를 해 놓고 대부분 선거자금 마련을 위한 매관매직의 자리로 전락한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全國)구가 아닌 '쩐(전)국(錢國)구'라는 신조어 마저 만들어졌다.
이번 18대 국회 또한 직능 대표성과 전문성 또한 기대에 못미치는데다 거의가 재력가 혹은 그 직계여서 '돈 공천' 의혹으로 급기야 당선되자마자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친박연대 양정례 당선자를 시작으로 민주당의 정국교, 창조한국당의 이한정 당선자 등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허위학력, 허위경력, 전과와 주가조작 의혹 등 갖가지다. 특히 양정례 당선자는 이 모든 의혹의 종합세트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이 밖에도 한나라당의 김소남 당선자와 민주당의 김유정 당선자 등이 경력 등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당 대표 등과의 친소에 따라 결정됐다는 의혹이 짙다.

양정례 당선자가 여성으로서 서른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비례대표1번을 달고 나오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그녀와 관련해서는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그녀를 둘러싼 의혹은 하나 둘 밝혀졌다. 학력과 경력이 허위로 드러나고 재산신고마저 누락시킨 혐의와 특별당비 문제로 검찰조사에까지 이르른 것이다.

정국교 민주당 당선자 또한 주가조작 사건 의혹으로 한 때 물의를 일으켰다. 엄밀히 따지면 이전 조사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아직도 정 당선자가 운영하는 회사인 H&T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은 법원의 결정에 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고 본지<투데이코리아>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등 언론에서도 석연치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정 후보는 다시 검찰에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다.

또 이번 비례대표 파동과 관련해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쪽은 창조한국당이다.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2번 이한정 당선자는 허위학력 ,허위경력, 4차례 전과기록'의 보유자다. 가장 최근인 2000년도엔 고교 졸업증 위조 혐의로 구속된 전력도 있고. 경력도 기록마다 다 다르게 기재해 황당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당선자의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진보와 새정치 깨긋한 정치를 내세웠던 창조한국당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정체성' 논란까지 불러왔다 당은 그의 사퇴를 종용했지만 그는 그럴 뜻이 없다고 한다. 결국 당은 법원에 당선무효소송까지 내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이 당선자는 이번 '비례대표파동' 주인공 중 제일 먼저 검찰에 구속됐다. 그는 구속되면서까지도 결코 의원직을 내 놓지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각 당은 개혁공천을 외치며 많은 희생을 치루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지역구 공천자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비례대표 공천은 슬그머니, 그야말로 밀실 공천이 돼 버렸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피도 눈물도 없었던' 그야말로 추상같았던 개혁공천이 비례대표 공천에서는 흐려지고 말았다.

이 번 사건으로 비례대표에 대한 재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를 보완하려면 무엇보다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 일 것이다. 각 당은 비례대표도 지역구 공천자보다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비례대표의 원래 취지대로 전문성과 대표성을 가진 인재들을 발굴해 국민을 살리는 정책만들어서 각 당이 선거때만 되면 목이 터지라 외쳐되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할 것이다.

각 당은 앞으로 약 4년 남짓 남은 19대 총선에서는 오늘의 기억을 꼭 되새겨 국민을 위한 비례대표로 돌려주기를 기대한다.

투데이코리아 정치부장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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