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으로 껄끄러운 예금보험공사, 인수불가 나설 수도

대한생명 인수무효 중재 향방은?
한화, '언론플레이' 대응 않겠다

최근 '자금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제일화재의 인수에 뛰어든 한화그룹이 메리츠 와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에 대한생명을 놓고 한화그룹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예금보험공사와 한화그룹의 지분인수 승인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나 금융위원회에 중 한곳에서라도 '인수불가'를 주장하고 나선다면 한화그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제일화재 인수건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생명 인수무효' 결과발표 목전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006년 한화그룹을 상대로 '대한생명 인수계약 무효 또는 취소 중재'를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제기해 올 하반기 결과발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에 보란 듯 한화측은 대한생명으로 하여금 한화투신의 지분을 인수하고, '한화 금융프라자' 등 통합금융점포를 개설, 확대하고 있다. 또한 그룹 경제연구소를 대한생명 내에 부활시키는 등 대한생명을 포함한 계열사 간 임직원 교류를 통해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그룹화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공동으로 홍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금보험공사의 매각 계약 취소 또는 무효 중재를 어렵게 하고, 대한생명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초석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에 한화그룹 측은 '별 문제 없다'라는 입장. 한화그룹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일부의 언론플레이다”라고 못박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매각심사위원 한화증권으로 이직

한편 2002년 대한생명의 매각심사 당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심사소위 위원을 지낸 유시왕 전 삼성증권 고문이 2006년 한화증권 고문으로 이직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매각전후로 해서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또 지난 2007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대한생명 매각심사 당시 4명의 위원 중 3명이 매각을 반대했으나 유 고문만이 유일하게 매각을 찬성했다”며, “이처럼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유 고문이 한화증권으로 이직한 것은 도덕적인 문제뿐 만이 아니라 공정한 심사가 이워졌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이종구 의원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유 고문은 한화증권에서 컨설턴트로 초빙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매각과정서 맥쿼리社와 '이면계약'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구성한 '한화컨소시엄'에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제시한 투자자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호주계 생명보험사인 '맥쿼리사'를 참여시켰다. 맥쿼리사는 예금보험공사와 매각협상을 거쳐 대한생명 지분을 인수한 뒤 한화건설에 매도했다.

이때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매각의 제반비용을 곡물 중개무역을 통해 주식매수금액에 상당하는 곡물로 맥쿼리사에 무상 제공하고, 맥쿼리사는 이 곡물을 처분한 대금으로 주식 인수대금을 납부한 후, 제반비용을 가산해 한화건설에 매각하기로 이면계약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컨소시엄에 국내외 생보사의 참여가 입찰성공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판단하에 체결한 이면계약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대가로 맥쿼리사에 대한생명 운용자산의 1/3에 상당하는 자산 운영권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맥쿼리사는 대한생명의 경영참여보다는 운용자산을 목적으로 명의를 제공한 셈이다.

이것은 대한생명을 조기에 정상화 하기위해 정한 공적자금위원회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의기준을 위배한 것이며, 다른 투자자들의 입찰참여를 제한한 행위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맥쿼리사의 참여는 생명보험 산업의 선진 노하우를 얻기 위한 것”이라며 “공적자금위원회가 제시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에 생보사의 참여조건은 필수적인 투자자격요건이 아닌, '선호요건'이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입찰계약 방해는 말도 안 된다”며 “이미 지난 2006년 대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이 났다”고 말했다.

♦인수무효중재, “긍정적으로 본다”

실제로 대한생명 인수 이면계약 문제의 적법성과 관련해 한화그룹 측은 그동안 법원의 1,2심 판결을 통해 무혐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예금보험공사의 한 관계자는 “판결 자체는 형사적으로 '입찰방해가 아니다'라는 것만 인정된 것이지 이면계약을 숨긴 것을 인정하는 것은 판결문에도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것은 민사적으로 중재 대상이 된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서 무효판결이 난다면 예금보험공사는 한화에 인수 대금을 돌려주고 다시 대한생명을 인수해 재매각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화그룹 측은 “중재의 결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상, 예금보험공사가 기대하는 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한생명에 대한 일각의 의혹은 일부의 언론플레이일 뿐, 그룹차원에서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발표될 중재 결과에 따라 대응책을 강구하겠지만, 현재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상사중재위원회의 중재 결과는 빠르면 오는 7월에 나올 예정이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예금보험공사나 한화그룹이 서로 다른 예상을 하고 있지만, 만일 인수무효중재 쪽으로 기운다면, 한화그룹 측은 대한생명의 경영권을 넘어, 그간 실추된 한화의 대외 이미지를 더욱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코리아 이상훈 기자 xlegend@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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