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있으면 철수하겠다'

미성년자 탈선 조장할 수도
'전국확대 계획없다'

오랜만에 상암 CGV를 찾은 강모 양은 깜짝 놀랐다. 상영관 안에서 버젓이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매점 앞에서는 맥주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CGV의 대표적인 먹거리였던 'CGV콤보' 메뉴옆에는 어느새 '비어콤보'가 자리잡고 있었다.

강 양은 “영화관에서 술을 팔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옆사람에게 술냄새를 풍길 수도 있고, 한두잔 마시다가 취해서 소란을 피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황당해 했다.

◆관람객들 찬반의견 엇갈려

전국적인 영화관 체인 CGV가 영화관 안에서 술을 판매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CGV는 지난 2006년부터 상암점, 인천점(현재 인천점은 반응이 저조해 판매를 중단한 상태)을 시작으로 등 현재 전국 56지점 중 12곳에서 맥주를 팔고 있다.

현재 영화관은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돼 팝콘과 음료 등 먹거리 판매만 가능하지만, '일반음식점'으로 업종을 바꾸면 주류까지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관련법상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서울시 관계자는 “위생교육을 받고 소방시설 등을 갖추면 일반음식점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 대부분 쉽게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영화 관람객 중 10대 청소년도 상당수라는 것에도 불구하고 돈벌이를 위해 술을 판다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문제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CGV 신도림점을 자주 이용한다는 문모(35) 씨는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오곤 하는데, 옆에서 어른들이 술을 마시는 모습은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을 것 같다”며 “미성년자라도 마음먹고 성인 신분증만 제시하면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해 청소년들의 탈선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모(29 )씨는 “평소 영화관 안에서 구입한 먹거리 외에는 다른 음식물 반입은 철저하게 제지하더니, 술을 가지고 상영관에 입장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며 “아무리 맥주가 기호식품이라 해도 영화관 밖에만 나서면 술집들이 즐비한데, 굳이 영화관 내에서 술을 판다는 것은 그 명분이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맥주 한두잔 정도 파는 것은 편의제공 측면에서 문제없다는 의견도 있다.

용산 CGV를 자주 이용한다는 송모(30) 씨는 “술 반입에 따른 부정적인 우려들에 대해 수긍하지만, 그 우려가 너무 크게 앞서간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수익성 증대가 요인이겠지만, 이미 맥주를 판지도 꽤 됐고, 그로 인한 문제점이 미미하니 확대 실시하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장, 야구장은 되고 극장은 안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자주 가는 용산점에서도 맥주 한잔 마시며 영화 볼 날이 오기를 바란다. 맥주 한두잔 보다는 상영 중 전화통화를 하거나 옆사람과 잡담을 나누는 행동이 더 큰 방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고객요구에 맞춘 취지

이에 대해 CGV 홈보팀 관계자는 “한사람당 250cc, 500cc의 크기로 두잔 까지만 판매가능하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가볍게 한두잔 하는 것이지, 일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맥주판매로 인한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2006년 맥주판매를 시작한 이후로 이에 관련해 문제가 발생했거나,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물론 수익성 창출을 위한 정책인 것은 인정하지만, 판매를 결정하기 전부터 고객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고, 주요 이용객인 젊은 층들을 위한 상품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취지였다”며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일이며 현재 영화관 이용자들의 수준 상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소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 중에 있으며, 설령 문제가 발생한다면 신속한 보완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성년자가 성인 신분증을 이용하거나, 다른 성인을 통해 구입하는 등 미성년자가 편법을 동원해 구입할 수 있다”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영화예매는 물론 발권에 이르기 까지 영화등급에 따라 철저하게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다”며 “맥주를 구입할 때는 물론 상영관 입구에서도 신분증 검사를 하고 있어,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그는 “매점에 미성년자 판매금지나 판매조건에 대해 명시해두고 이를 고지하고 있다”며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소홀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철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익성만 고려한 정책하니냐”란 지적에 “실질적으로 매점운영을 통한 수익은 그리 크지 않다”며 “일부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56개 지점 전체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 현재 용도변경 인가가 난 곳도 있지만 수익성만이 목적이 아닌 이상, 내부방침에 의한 철저한 사전분석을 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그는 “CGV가 정착되기 전에도 영화상영도중 술을 마시는 행위는 비일비재 했다. 오히려 CGV가 들어서면서 음주문화는 사라졌다”며 “업계최초로 맥주판매를 시작한 이상 건전한 여가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국내 영화관객들에게 영화를 감상하면서 술을 마시는 모습은 이색적이다 못해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이를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아 아직까지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전체 관람가나 미성년자가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나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시간대에 대한 주류 판매제재 등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투데이코리아 이상훈 기자 xlegend@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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