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적 유출로 인한 파장 해킹보다 커

국내 2위 유선통신업체인 '하나로텔레콤'이 600만 명의 개인정보를 1,000여 업체에 불법 유출한 것이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23일 고객정보를 은행이나 텔레마케팅회사에 불법 제공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하나로텔레콤' 박 전 대표(47)와 전현직 지사장 22명을 불구속 형사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하나TV 가입자들이 '하나로텔레콤'을 상대로 하나TV MBC 방송 유료화에 반발해 제기한 MBC 방송 무료 시청 이행 요구에 대해 소비자기본법 제68조에 따라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하기로 '하나tv' 이용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과 관련된 '소비자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제기한 가입자들을 금품으로 회유해왔다는 문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가운데 개인정보를 불법유출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하나로 텔레콤'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하나로텔레콤' 해지고객 정보까지 제공

경찰에 따르면 '하나로텔레콤'은 고객 동의 없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모 은행의 신용카드 발급 및 신상품, 바이러스 상품을 판매하는 텔레마케팅 업체 등에 제공해 전화영업에 사용하게 했다.

더구나 '하나로텔레콤'은 해지 신청한 고객들의 정보는 즉시 파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지 후 다른 통신회사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해지 고객의 정보까지 300여 곳이 넘는 업체에 정보를 제공하는 등 약 8530만 건의 고객 정보를 부정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통신회사의 변명과 달리 일부 통신회사 센터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한 독자적 행위가 아니며, 본사 차원에서 내린 지시에 따른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라며 “사실상 개인정보를 배포하는 시스템을 개발해가며 적극 상품판매에 이용하라는 지시까지 해가며 고객 정보를 제공하려 했다”고 본사의 직접 개입을 강조했다.

아울러 경찰은 또 조사 때마다 조사 일정과 대상을 미리 알려주고 위반사실을 축소시켜주기 위해 허위조사를 한 옛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위원회 직원들의 불법행위 정황을 파악해 사실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혀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불법유출 사회적 파장 갈수록 확산

소비자 관련단체의 관계자는 “불과 두 달 전 해킹을 막지 못한 부주의와 과실로 1,081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옥션사건과 달리 고의로, 범죄 행위임을 알고도 뻔뻔스럽게 개인정보를 함부로 유출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라며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이용 이득을 취했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과 보상을 해야할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옥션의 해킹사건으로 수십에서 수백억 원대의 소송이 준비, 진행 중인 가운데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하나로텔레콤'의 고객정보 부정판매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24일 밝혔다.

녹소연은 “'하나로텔레콤'이 불법 판매한 600여만명의 개인정보는 그 시기에 가입한 고객 전부에 해당한다”며 “'하나로텔레콤'은 회사 차원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제3자에게 고객의 개인정보를 판매한 것으로 밝혀져 법 위반 사실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또한 “녹소연은 그동안 업체들이 관행적으로 고객정보를 불법거래하고 있다는 심증은 있었으나 입증이 어려웠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청이 하나로텔레콤의 불법 무단판매행위를 수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한 만큼 소비자의 피해 사실 입증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집단분쟁 소송 전문 변호사는 “해킹으로 인한 피해도 유출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피해보상이 가능한데, 이익을 위해서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경우라면 해킹으로 인한 노출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소송의 문제에 앞서 도덕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할것”이라고 했다.

또한 “'하나로 텔레콤'의 정보유출은 우리 사회의 정보불감증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결과”라며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는 이시점에 더욱 확고한 규칙을 세워 나가야 할것”이라고 전했다.

한 보안관련 전문가는 “해킹이나 정보유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하는 지적이지만, 이번 역시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면서 “우리나라는 정보통신의 기술 개발과 이용에만 신경을 썼지, 그 부작용을 막는 제도나 시스템 구축은 늘 뒷전”이었다며 “최고 과태료가 겨우 1,000만원이니 개인정보 유출이나 악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터넷 상의 불법행위를 가볍게 여기는 국민의식도 문제”이니 “이번 하나로텔레콤과 옥션등의 사건을 계기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촉구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정보통신망법'은 인터넷 개인정보 유출과 보안관리 소홀에 최고 2년 이하 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처벌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4일 긴급히 인터넷에 유포된 개인정보의 모니터 강화, 주민등록번호 상용 대신 인터넷 신원 확인 번호인 '아이핀(i-PIN)' 도입 의무화, 일반 인터넷 포털들의 개인정보 수집 제한, 해킹방지 보안서버 보급을 골자로 하는 '인터넷 상 개인정보 침해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 관련단체 관계자는 “신속한 대응에 박수를 보내지만, 최근 사태를 보면 아직도 그 처벌이 약한것 같다”며 “강력한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런일이 재발할수 없도록 강력한 법규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것”이라고 전했다.

투데이코리아 김태일 기자 teri@todaykorea.co.kr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