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울에도 '광장'이 생긴다. 도하 언론들에 따르면, 서울 세종로 사거리부터 청계광장 사이에 광화문 광장을 조성하는 공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세종로의 차로 수는 광장 조성으로 인해 현재 왕복 16차로에서 10차로로 줄어든다. 더욱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의 유턴을 없애고, 이용률이 낮은 기존의 유턴 지하차도 역시 폐쇄한다. 대체로 차를 줄이기 위한 방편들이다.

이제 걸어서 다니기 편한 광화문 거리가 된다는 이야기다. 광화문 교차로에는 광장에서 경복궁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도록 횡단보도 2곳이 생긴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바로 광화문광장으로 연결되는 보행자 통로도 만든다는 계획이 참으로 야심차다.세종로 주변의 이면도로인 주시경길과 중학천길을 현재 2차로에서 3차로로 넓혀 세종로를 이용하는 차량들의 우회도로로 활용한다는 안까지 겹쳐 보면, 차들을 확실히 이 광화문 앞에서 몰아낼 수 있을 성 싶다.

이렇게 되면 우리 나라 수도에도 명실상부 사람들이 자유로이 내왕하고 문제가 있으면 모여들어 공론을 형성할 '광장'이 생기는 셈이다. 그간 서울시청 앞 잔디밭이 이러한 역할을 대신하여 왔으나, 면적도 좁을뿐더러 임시라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더욱이 매번 행사를 열게 하느니 못 열게 하느니 하는 문제가 시청 손에 좌지우지될 때마다 행사 허가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불평이 없지 않았다. 그런 터에 서울 중심부에 사람 왕래가 자유로운 곳이 생긴다니 반갑고, 이제 이 곳을 집회와 연서러이 항시 자유로운 공론의 장으로 만드는 곳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생각해 보건대, 이 광화문에 새로 생기는 사람이 오가기 편한 거리는 오래 전부터 광장의 역할을 해 왔던 터이다. 개성을 떠나 새로운 수부(首府)를 마련하려 한 조선의 개국 엘리트들은 수도 서울을 그리면서 의정부와 육조의 주요 관아가 들어서서 정무를 보는 거리라는 정치적 함의를 이 터에 담았다. 이런 역할을 500년간 해온 곳이니, 이미 우리 한민족의 얼에는 이 곳이 정치의 중심이자 국론을 형성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박혀 있는 터이다.

이러한 곳을 일제가 훼손하고자 하여 경복궁을 망치고 찻길을 만들어 우리의 광장이 아닌 곳으로 만든지 이미 퍽 오래이다. 이 시기는 제국주의와 군사정부에 눌려 우리 국민들이 광장을 허락받지 못해온 시기와

일치한다.

이제 광장이 열리면서 일각에서는 소란을 미리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이곳은 조선조부터 여론이 터져나오는 곳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선조의 개국 엘리트들이 소란함을 몰라 광장으로 쓰일 공간을 떡하니 이곳에 배치를 했겠는가?

앞으로 열릴 넓은 터에서 조선조 의기있는 선비들이 도끼를 옆에 놓고 상소를 올렸듯이 많은 공론들이 꼿꼿하게 터져 나올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너그럽게 집회와 시위와 갑론을박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광장이 아니라면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여들고 재미있는 일들이 모이는 곳이라도 진정한 의미의 광장이 아니다.

투데이코리아 임혜현 기자 ihh@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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